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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몰락' 복지국가 쿠바를 보라

왜 ‘몰락 선진국’인가?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2/01/21 [20:46]

‘부드러운 몰락' 복지국가 쿠바를 보라

왜 ‘몰락 선진국’인가? 

서울의소리 | 입력 : 2012/01/21 [20:46]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애독서였던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의 저자 요시다 타로 옥스퍼드대학 정치학 교수의 최신작, '몰락 선진국 쿠바가 옳았다'가 발간됐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제는 분명 성장했는데, 우리는 왜 빈궁하던 7~80년보다 더 불안하고 불행한 것일까?
 
세계는 1%와 99%의 극한 대립이 곳곳으로 퍼져가고 있다. 무한경쟁, 승자독식, 대량실업, 워킹푸어, 노후불안, 불안정한 사회안전망, 먹거리 위기, 국토 붕괴, 환경 파괴... 어디를 보아도 희망의 가닥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 요시다 타로는 이제 우리에게 ‘성장’이라고 하는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반성장’ 혹은 ‘몰락’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곧 인류는 피크오일을 맞이한다. 대량의 석유 소비를 전제로 한 경제성장도, 트리클다운(낙수 효과)도 이제 없다. 피 흘리며 싸우는 자원쟁탈전이 아닌 물질에 의존하지 않고도 행복하게 사는 것에 대한 노하우, 즉 ‘몰락의 힘’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쿠바의 도시농업, 주거, 환경, 에너지, 식량, 재해방지, 의료, 교육, 문화예술 등 선진적인 실험 모델을 취재했다. 이후 저자가 숙고를 거듭해 낸 결론은 반성장 혹은 저성장 시스템이다.

▲ <몰락 선진국 쿠바가 옳았다>(요시다 타로 지음, 송제훈 옮김, 서해문집 펴냄).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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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타로는 "경제 성장을 이루며 에너지를 펑펑 쓰고 살아도 더 이상 사람들은 행복해지지 않는다. 더 검소한 생활을 통해서만 사람들은 행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 프랑스 정치경제학자의 '하강 개념'을 강조하며, 쿠바는 사회적 연대와 전통 지식의 부활에 힘입어 '부드러운 몰락'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요시다 타로는 역사적으로 석유의 급작스런 단절을 경험한 세 나라를 비교한다. 미국 석유에 의존하다 경제 봉쇄가 두려워 침략을 시도하다 큰 낭패를 본 1940년대의 일본과 소련 붕괴로 석유 도입이 차단되면서 해마다 굶주림으로 허덕이는 북한이 그렇다.

비극인 두 나라와 달리 쿠바는 연착륙했다. 소련의 패망 이후 유기 농업과 의료의 자급으로 쿠바는 '부드럽게 몰락'했다는 것이다. 국제 시세보다 몇 곱절로 설탕과 담배를 구입하던 소련이 무너졌을 때, 쿠바 사람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시행착오를 거치며 도시 유휴지와 자투리땅에 농작물을 심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식상하다.
 
본래 기름진 쿠바는 인구에 비해 땅이 넓다. 유기 농업을 받아들일 최상을 조건을 가지고 있다. 도시 유기 농업만이 위기 극복의 기재가 아니었다. 지구 온난화로 더욱 강력해지는 허리케인은 쿠바를 자주 관통했고, 제대로 보수할 수 없었던 주택들은 여지없이 허물어졌지만 결국 극복했다. 석유도 자재도 드문 쿠바는 때때로 속수무책이었어도 어느새 옛이야기가 되었다.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체 건축가 프로그램'이 큰 역할을 했다. 기획과 설계 단계부터 집주인들의 의견을 반영하며 자긍심을 심는데 그치지 않았다. 자원이 부족할 뿐 아니라 허리케인의 피해가 많은 쿠바에서 자립할 수 있는 건축을 생각해냈다. 화산재와 대나무를 이용하는 건축을 실용하자 비용은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까지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늦지 말고 쉬지 말고 일하지 말고"로 표현되는 공무원에 의해 수행되는 과거 농장의 생산력은 형편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특징을 가진 다양한 종자를 보전하며 나누는 생태 농업으로 마을이 자급하고, 남는 걸 시장에 내놓으면서 아바나는 물론이고 지역 구석구석까지 만족하게 되었고, 삶의 자세도 달라졌다.

허리케인 희생자가 카리브 해의 다른 나라는 물론이고 미국보다 현저히 적은 건, 재해를 대비하는 음료수와 보존식품을 갖추고 예보에 임하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요시다 타로는 말한다. 빈곤층부터 배려하는 그들의 공동체 자세라는데, 국가와 이웃에 대한 전폭적 신뢰가 바탕에 있기 때문이리라.

지속 가능한 건축을 연구하는 한 오스트레일리아 인은 "생활 수준은 선진국에 필적할 만하면서 환경적으로 검소한" 쿠바의 방식을 전 세계가 받아들인다면 지구는 지속 가능할 것으로 평가했다. 맞는 이야기일 테지만, 그렇다고 시민 사이의 불만이나 사회에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다.

미국의 자본주의를 경험한 세대는 드물어졌어도 코앞의 미국 문화가 여과 없이 전파되는 쿠바에서 돈의 위력은 클 수밖에 없다. 쿠바에서 실력을 쌓은 야구나 농구 선수가 미국으로 건너가는 행렬이 계속되고, 그들은 조국에 무시할 수 없는 돈을 부친다. 그리고 그 돈은 시민 사이의 빈부격차로 이어진다. 전에 없던 위화감이 조성된다.

시민들을 위한 일반페소로 근사한 가전제품을 구할 수 없다. 달러와 거의 1대 1로 교환되는 전환페소가 있어야 하는데, 외국 관광객이 사용하는 전환페소는 쉽게 손에 들어오지 못한다. 관광 가이드를 비롯해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상인, 숙박업소 종사자들이 전환페소를 얻을 수 있고, 전환페소를 위해 외국 남성에게 몸을 파는 여성도 드물지 않은 게 현실이다.

2008년 묵었던 호텔에서 은근히 다가온 지배인은 쿠바 산 시거를 내밀었다. 여러 불만에도 쿠바인의 표정은 밝았다. 지금의 쿠바처럼 느리게 살며 자연과 조화롭고 풍요롭던 에도 시대를 그리워하는 요시다 타로는 쿠바에서 일본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식량과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면서 낭비하는 우리의 대안은 무엇이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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