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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의 마지막 말 "분노하라 투표하라"

당신을 가슴에 담는다. 역사의 심장에 묻는다.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1/12/31 [17:39]

김근태의 마지막 말 "분노하라 투표하라"

당신을 가슴에 담는다. 역사의 심장에 묻는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1/12/31 [17:39]

누구보다 인간의 존엄을 위해 싸웠고, 인간에 대한 깊은 예의를 지켰던 한 사람이 가고 있습니다. 평화로운 사람, 정의로운 사람, 지혜로운 사람이고자 했던 그가 이제 우리 곁을 떠나려고 합니다.

우리 모두가 제 안의 것을 과장하고 포장하려고 할 때 그는 놀라운 성찰과 절제로 자신을 지켜냈습니다. 스스로를 먼저 부족했다고 했고 상처보다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순정의 사람이었습니다. 속절없이 정직과 진실의 세계를 살았던 사람이었습니다. 아내에게도 딸에게도 아들에게도 끔찍한 사랑이 많은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였습니다.

우리가 그에게 마음으로부터 빚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더 근원적인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제 생각해 보면 '누가 김근태에게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입니까'는 단순하게 그가 치열하게 한 시대를 살았고, 민주화운동을 했고 고문을 당했고 감옥에 갔다는 것에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현실의 세계에서 이상과 희망을 부정할 때마다 그는 항상 민주주의로 구성된 새로운 세계를 꿈꾸었습니다. 정직, 진실, 희망의 가치는 그 안에서 항상 인간의 철학으로 거듭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자꾸 포기하면서 살았고 그는 더욱 더 깊은 해답을 찾기 위해 살았던 것이 아닐까요?

'만약 우리에게 김근태가 없었다면' 하는 가정을 해 봅니다. 우리는 그로 인해 가장 치열하면서도 가장 인간적이었던 한 시대와 세계를 만날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그것이 한 사람 안에서 공존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저는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옥 같은 압박을 견뎌내는 인간의 존엄와 정의, 인간 본성의 파괴를 딛고 맞서 나오는 선량한 웃음.

우리는 더 이상 누구에게도 이 이름을 붙이지 못할 것입니다. 영구결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자 김근태'! 우리가 더 어떤 수식어도 어떤 수사도 붙이지 않은 이유입니다.

유언을 하지 못한 그가 우리에게 남긴 것들

김근태, 그는 유언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우리에게 선각자로서 실천가로서 많은 것을 남겼습니다.그는 수십 번을 잡혀갔지만 철권통치시대에도 사무실을 구해 간판을 내걸고 대중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실천해낸 사람입니다.
 
역사는 민청련을 그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는 실형을 받았지만 고문을 받고도 철인 같은 기억력을 갖고 증거를 지켜 재판의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사람입니다. 세계의 양심세력이 그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1988년 6월 30일 김천교도소 앞에서 석방의 기쁨에 만세를 외치는 김근태


그는 누구도 사용할 것으로 판단하지 못하던 '모두진술'을 처음으로 수인의 권리로 요구해 법정에서 처음 사용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모두진술을 한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그는 모두가 조직동원, 금권정치에 갇혀 있을 때 국민경선제를 주장해 관철시켜 정당정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우리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항을 조금 더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한 걸음 앞서 시대를 통찰하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분양가 원가 공개, 국민연금 투자 등에서 그의 원칙은 현실에서 증명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양극화와 신자유주의 시대에 맞서는 김근태의 깃발은 많은 것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FTA를 하려거든 나를 밟고 가라'는 그의 절박했던 외침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가 2012년을 앞두고 하고 싶었던 마지막 말은 '분노하라, 투표하라'였습니다.

"2012년에 두 번의 기회가 있다. 참여하자. 참여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만들고 세상의 방향을 정할 것이다."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멋진 지도자를 꿈꾸지 않았습니다. 그는 영혼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진실의 눈으로 세계를 정확히 바라보고 정확한 해답을 찾고자 했습니다. 투사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정치가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것이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생명과 걸고 싸워야 했으며 타인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걸고 싸웠습니다. 그것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스스로에게 무한히 정직했던 한 인간, 김근태 진실과 정의가 비로소 그 안에서 하나의 몸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당신을 가슴에 담습니다... '혁명가 김근태'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64세로 별세한 가운데,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민주주의자 김근태의 구'라고 직접 쓴 명정을 취재기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명정은 장사 지낼 때 고인의 관직과 이름 등을 기재하고 관 위에 씌워서 묻는 붉은 천이다. © 오마이 뉴스 

그는 언제나 시대가 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상과 일생을 그 안에 두었습니다. 정의롭지 않은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고, 정직하지 않은 세상과 타협하지 못했습니다.

그를 만나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기억할 것입니다. 자신이 먼저 말하기보다 누가 되었든 먼저 말을 듣고 의견을 구했던 사람입니다. 개인보다는 조직을, 부분보다는 전체를, 명망보다는 신의를, 민주주의자 김근태가 앞세운 정치였습니다.

빠르기보다 바르기를 추구했던 생각의 사람 김근태를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형! 선배들의 고백도 이어집니다. 민주와 진보의 길에서 만인의 선배였던 만인의 형이었던 근태 형, 잘 가세요.

그래도 이 말은 꼭 하고 싶었습니다. 사랑했다고 존경했다고 감사했다고 잊지 않겠다고 당신을 가슴에 담는다고 역사의 심장에 묻는다고 그 끝에 당신은 혁명가였다고.

김근태와 함께 동시대를 살았던 모든 분들께 한 말씀만 더 드립니다. 김근태와 함께 고스란히 고난의 한 시대를 살았던 인재근, 김병준, 김병민을 꼭 기억해 주십시오. 그들은 우리의 가족입니다.

                                                                                      오마이뉴스 이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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