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발품일기(9 ) -잘 버텼다. 재능 해고노동자들이여, 그러나 부디 신기록은 세우지 말라재능 해고노동자 만 4년 송년집회 단상학습지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그럼 그들이 자본가란 말인가?
자본주의 사회의 단면을 극단적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곳이 시청 앞 서울광장이다.때때로 하루 행사비 2억이 넘는 관주도의 행사가 열리는 곳, 광장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트리, 화려한 불빛과 스케이트장에 흐르는 감미로운 음악, 환환 웃음을 머금고 신나게 스케이트를 지치는 사람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문화를 그대로 보여 준다. 바로 광장 건너편에는 1461일째 거리 투쟁을 하고 있는 해고노동자의 비닐 천막이 있다. 너무 낮고 허름해 마치 짐보따리를 뭉쳐 놓은 것처럼 보인다. 이따금 연대하는 단체와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이 모이는 집회가 없으면 대부분 행인들은 그저 흘낏 쳐다보고 무심히 지나쳐 간다. 번듯한 재능교육 건물 안에서 나오는 사람들에게도 길거리를 지나치는 행인들에게도 농성 중인 해고자들은 마치 투명인간이라도 되는 듯 존재감이 없어진 지 오래다. 그들은 다름 아니라 대법원이 보통 사람들에겐 이름도 생소한 ‘특수고용노동자'로 판결해 재능교육에서 해고된 전직 학습지 교사들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노동가가 아니다'라는 판결로 인해 노조 탈퇴를 거부한 그들은 불법노조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해고자가 됐다. '학습지 교사도 노동자' 라며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던 그들은 2007년 부터 거리 농성을 시작했다.. 한쪽에선 소비문화의 극치를, 또 한쪽에선 생존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노동자와 자본가의 극단적 양극화의 현주소다. 한겨울에 거리에 서있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드는 일인지 거리에서 무가지 신문을 3년 반 동안 돌려 본 나는 너무 잘 안다. 그런데 재능교육 해고노동자들은 길거리서 다섯 해째 겨울을 보낸다고 했다. 햇수로 만 4년이란다. 처음 농성 당시 3살이던 사무국장의 아이는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다고 한다. 아이에게 다사로운 엄마의 잔손길이 필요한 시기에 거리에서 농성하는 동안 아이는 어느덧 훌쩍 자라버린 것이다. 단지 노조를 탈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된 재능 학습지 해고노동자 12명의 2011년 12월은 그렇게 싸늘하고 무심하게 저물어 가고 있다.
농성 1461일 째인 2011년 12월 20일 저녁, 연대 송년집회가 열리는 혜화동 재능 본사 앞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메우고 앉아 있다. 근래 보기 드물게 많은 인원에 일단 안심이 된다. 커피를 타서 건네는 손길, 무릎 덮개를 나눠주는 손길이 있어 제법 송년집회다운 다사로운 분위기가 난다.
그날 재능교육 해고노동자인 유명자 지부장은 이렇게 다짐과 소감을 말했다. “오늘은 벌써 10시간 아니, 12시간이 넘게 재능 본사 앞에서 보냈다. 노조 설립을 위해 싸움을 시작한 1999년부터 지금까지 투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회사의 회유로 거의 다 노조를 탈퇴하고 회사에서 이야기하는 '독종 같은 년들'만 아직도 남아서 투쟁하고 있다. 우리는 반드시 이길 거다. 반드시 이긴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던 그 마음, 아직도 지울 수 없다. 정권과 자본에 '맞짱' 뜬 투쟁을 시작한 지 4년이 지났다. 이대로 여기에서 굴복할 수 없다. 올해는 지나가겠지만 1700여 일, 6년간 기나긴 싸움을 해 온 기륭전자의 기록은 깨트리고 싶지 않다. 우리는 1500일 안에 반드시 승리해 일터로 돌아가 아이들과 만나고 싶다. 구호를 제창하겠다. 학습지 교사는 노동자다! 노동기본권을 쟁취하자!" '작은책'과 노조 활동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알게 되기 전까지 그저 학습지 교사로 아이들의 엄마 같은 친구교사였을 것 같은 유명자 지부장은 한없이 여리고 눈물 많은 울보다. 그런 그이가 거리의 투사가 되어 감내해야 했던 길고 한없이 외로웠을 싸움- 용역과 회사의 온갖 회유와 협박, 거리를 지나치는 시민들의 싸늘하고 무관심한 눈길, 더위와 추위를 견디며 그이를 버티게 한 힘이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받으며 당당한 노동자로 살고 싶다' 는 너무 당연하고 소박한 바람 때문이라는 현실에 가슴이 아려온다.
하지만 재능해고노동자들여 그대들 참 잘 싸웠다. 그리고 잘 버텼다. 그대들은 누가 뭐래도 이 땅의 노동자다. 노동자의 권리인 노동기본권을 쟁취할 때까지 이 싸움을 결코 멈추지 말라. 그러나 그대들의 바람처럼 부디 기륭전자 1700 여일의 기록을 깨트리는 신기록을 세우지는 마시라. 희망버스가 만들어낸 연대의 바람으로 따뜻한 봄이 오기 전, 거리 투쟁을 끝내고 일터로 돌아가 화사하고 따뜻한 봄날을 가슴 열고 맞이하시라. ** 교장도 판사도 경찰도 노조를 만들 수 있는 외국과 달리,대한민국에서는 보험설계사. 대학 시간강사, 가사도우미, 학습지 교사, 화물 트럭이나 레미콘 기사 등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노조조차 만들 수 없는 이들이 많다.그들이 노동자가 아니면 그럼 그들이 자본가란 말인가. 대한민국은 노동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성과 장애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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