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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커녕 메모나 간단한 단상 몇 줄 적지 못하고 산지 수십 년이다. 결혼을 한 후 싱글일 때 적었던 가계부조차 적을 일이 없어졌으니 말이다. 그런 내가 발품일기를 끼적이기로 한 것은 사진만으론 다양한 현장의 순간을 기억해 내기엔 많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비리가 백화점에 가득한 물건처럼 사회 곳곳에 넘쳐나는 나라이니 비리 백서나 비리수첩 비리 백과사전을 누군가가 기획하고 기록하여 반드시 역사에 남기게 될 것이다. 스마트 폰 하나만 가지면 모든 시민은 기자이며 모두가 프로슈머로 활동할 수 있는 현대사회가 아닌가? 사건 현장을 스케치할 만한 특별한 글재주도 없고, 기자들이나 전문가의 날선 시각으로 사건을 분석하고 비평하고 대안을 제시할 능력이 없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날것 그대로 개인적인 느낌 그대로 토설해도 좋은 일기 형식이 제격이다. 그저 꼴리는 대로 쓰겠다는 이야기다. 사실 발 빠른 정보로 현장을 보여줄 수 있고 넘쳐나는 정보와 지식으로 그럴듯한 논리나 담론을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크레인 위 김진숙 동지의 연설처럼 조미료를 치지 않고 질박한 언어로 현장의 모습이나 심정을 절절하고도 진솔하게 담아내 가슴으로 느끼며 오래도록 곱씹게 하는 글쓰기는 오히려 힘들어 졌다. 목소리 톤이 너무 높아 투사적 분노가 넘쳐나면 당장은 시원하겠지만 가슴에 오랜 여운을 남기며 그것이 자신의 것으로 체화되지는 않기에. 그래서 임금의 당나귀 귀를 보고도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병이 들었다가 대나무 숲에 들어가 깊은 구덩이를 파고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다.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의귀는 당나귀 귀!!”를 외쳐 마침내 마음의 병을 치유받은 이발사와 같은 기분으로 일기를 통해 현장에서 마음에 구겨 담았던 보따리들을 풀어 놓으려 한다. 어쨌거나 게으르고 필체 또한 아둔하여 발품의 십분의 일만큼의 현장감도 전할 수 없겠지만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 온 일이니 일단 시작해 보려한다. 기억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개인의 몸짓으로 너그럽게 봐주시길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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