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시대'에 절실한 지도자의 출중한 '자질', 탁월한 '리더십'부단한 '면학·성찰'을 통해 '인격·능력·비전'(자질), '경청·인식·선견지명'을 기른다
불확실성의 시대였던 20세기를 넘어 위기로 치닫는 '불안의 시대', 21세기가 어느새 20년을 지나 급물살처럼 흘러가고 있다. 이렇게 격동의 시대, 위기 상황일수록 이를 타개하고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최고 리더들의 강력한 '지도력'(leadership)이 더없이 절실하다. 그런데도 국가·사회의 향방을 주도하는 거의 모든 학자, 전문가, 언론인, 위정자들이 그 지도적·도덕적 소명, 곧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남의 허물은 들춰 내어 퍼뜨리고 자신의 과오는 감추고 고치려 하지 않는 것은 소인배들이나 하는 짓이다. 그래서인가? 이들은 하나 같이 정부정책을 비난하며 이구동성으로 국가경제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말'(言 언)하기를 서슴지 않는다(그렇게 공포심을 조장하거니와, 이 점에서 고찰해야 할 바는 근대의 산업혁명 이래 경제학자·전문가들의 거시경제 전망이 적중한 적이 거의 없는 아이러니다). 그런데다가 정부의 경제정책도 리더십 부재로 의심 받을 만큼 일관성이 없어 보여서 적이 안타깝고 심히 걱정스럽다.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의 집권 초기까지만 해도 '경제민주화'가 확고부동한 국정의 제1 어젠다였다. 하지만 별다른 이유와 이에 대한 설명 없이 '소득주도성장'이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부각되었고 지금에 와서는 '혁신적 포용국가'(포용적 혁신성장)가 정책의 화두가 되었기 때문이다(이렇듯 김종인, 장하성·김동연, 김수현·홍남기 등, 경제리더에 따라 국가정책의 기조가 변경되어도 과연 무방한 것인가?). 따라서 경제학자든 정책집행자든 허언(虛言)이 될 바에는 아예 말하지 말아야 하며(默言 묵언), 반드시 필요한 말만 해야(少言 소언) 한다.
그런 까닭은, 모든 분야의 수많은 지도자들이 '지언'(知言, 말을 앎), 그 리더십의 기본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간과하므로 해서이다. '말'로부터 발출하는 것이 리더의 영향력인데, 생각보다 대단히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무심코 던진 한 마디 말에 뜻밖에도 팔로워들은 신경을 곤두세운다. 대수롭지 않게 이견을 말했을 뿐인데, 그 부하들은 문제점을 찾느라 전전긍긍하기 일쑤다. 다른 방안을 고려해 보기를 가벼이 언급했을 따름인데도 스탭들은 과도하게 인적·물적자원을 투입하여 과업수행에 몰입한다.
이처럼 지도자의 말이 미치는 영향력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 그러므로 리더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말하거나, 제반 사안에 대하여 함부로 개입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힘이 막강할수록 그 말은 신중하고 객관적이며 적확해야 하는 것이다. 거의 모든 현안들이 즉각적으로 실행되지 않으면 도무지 안 될 듯해도 (유능하고 충직한 인적자원 man power만 충분하다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면 문제의 대부분이 원활히 해결되는 게 일반적이다.
당면한 현안을 크게 이슈화시키면 문제가 더 키질 뿐,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과거의 모든 독재정권들이 간단없이 처참하게 종막을 고했던 뼈저린 역사적 교훈을 결코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독재자들 뿐 아니라, 어느 유명한 재벌그룹의 회장(CEO) 역시 독단에 빠져 모든 사안들을 일일이 간섭한 탓에, 직원들로 하여금 극히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무책임한 생각(사고방식)과 태도(행동양식)를 유발, 고착시켰다.
그런 결과, 사업성과가 미진하거나 사고가 발생해도 직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못했던 것은, 그가 지나치게 모든 영역에 걸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모든 사안, 과업을 전적으로 자신이 컨트롤(주도하고 통제)하는 완벽주의자는 '지도자의 자질'이 없는 것이다. 그 자질이란 요컨대 '인격·능력·비전'이고, 리더십은 '경청·인식·선견지명'이다. 모든 리더들은 자기가 이 조건들을 갖추고 그것을 백분발휘할 수 있는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국가·사회를 위해 지도자의 역할을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리더의 자질로써 '인격'은 자기수양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되며, 그리하여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제어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리더가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충동적이면, 그로 인해 조직 전체가 크게 동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시도 때도 없이) 어느 곳에서나 성질을 부리지 않는다" ㅡ 출중한 인격과, 그에 더해 비범한 능력을 갖춘 지도자는 자신의 감정을 잘 절제하며, 반드시 그리해야 한다.
"능력 있는 사람들은 대개 성질이 직선적이고 강고한 편이나, 집안에서는 절대로 성질을 내서는 안 된다, 집에서는 호랑이 같고 나가서는(밖에서는) 고양이 같은 사람은 결코 성공하기 어렵다. 평소에는 자신의 기개를 드러내지 않다가, 위기가 닥쳤을 때 놀라운 능력과 지혜를 발휘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쓸모 있는 사람이다" (胡雪岩 호설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위대한 상인이며 중국인들이 ‘상성' 商聖으로 추앙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훌륭한 리더는 자신의 힘, 곧 최고책임자로서의 권력을 한없이 어진 사랑(이타심)으로 감쌀 줄 알아야 한다. 호랑이는 미소를 지어도 고양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화내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무섭다. 리더의 한 마디 말은 아무리 짧고 부드러워도 부하들은 긴장하기 마련이다. 힘센 사람, 곧 권력자의 속싹이는 듯 조용한 말도 크고 뚜렸히 들린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감정을 자제하고 영향력을 통제할 수 있는 인격을 갖추어야 하고, 그런 자질이 출중해야 한다.
"최고의 리더는 마치 사람이 햇빛을 받고 공기를 마시면서도 이를 거의 인식하지 못하듯 요란스레 정치를 하지 않는데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여신오 呂新吾, ‘신음어’ 呻吟語 ㅡ 명나라 말엽의 관료, 저명한 석학인 여신오는 중신들을 평가하였는 바, 1급은 사심이나 작위 없이 백성을 편안히 하는 인물, 2급은 치밀 민첩하게 문제를 풀고 성품이 강직하며 직언하는 인물, 3급은 무사안일주의의 인물, 4급은 죄과는 범치 않으나 국가안위에 무관심하고 자신만 위하는 인물, 5급은 권력으로 측근만 등용하고 사회정의를 무시하는 인물. 6급은 변란을 일으키는 파괴적 인물 등이다.)
'링컨'처럼 지속적인 '면학·연구, 사색·성찰'ㅡ자질과 리더십 강화
자질은 물론,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다. "리더는 사람이나 동물들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이끄는 사람이다" (옥스퍼드 사전) 이를 테면 길을 찾는 것과, 동시에 그 길로 인도하는 것 ㅡ 지도자에게 주어진 이 두 가지가 리더십의 근본목적이다. 격변하는 위기의 시대에 있어 리더십 실행(행동) 조건은 ①동기부여와 과업목표의 적극적인 전파, ②인정 많고 따뜻한 심성인 반면에 냉철하고 솔직한 태도, ③다양한 양상을 인식하면서도 선택과 집중에 올인하는 능력, ④모호한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도리어 그 속에서 경쟁우위를 선점하는 지혜이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여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리더십’이 제1 조건이며, 그 3요소는 앞서 말한 ‘인식(판단력·문제의식·성찰), 경청(소통·겸손·포용), 선견지명(통찰력·방책·비전 제시)’이다. ‘인식’이란 사물과 그 현상을 제대로 바로 아는 것인데, 그래야 최상의 방책을 세워 차질없이 실행하며, 이에 합당한 바른말, 좋은 말, 도움이 되는 말, 즉 최선의 언명을 할 수 있다. “앎(지식)을 활용하라, 그 ‘앎’은 심층적이고 제대로 아는 것이어야 한다”
‘경청’은 개방적 사고로부터 비롯된다. 남의 말, 무슨 소리든 귀 기울여 들어야 제대로 인식할 수 있을뿐더러 아집과 독선, 편견에 빠지지 않고 모두 공감하는, 본질과 이치에 적합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거짓말도 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편견과 독선을 제거하라” (인식의 지평확대) ‘선견지명’은 탁월한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지혜이며, 이를 통해 비전을 실현함은 물론, 이에 대해 말로써 정확히 제시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국가·사회의 구성원을 이끌어나가야 하거니와, 그래서 선견지명이 없이는 리더십의 발휘는 전혀 불가능하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요컨대 지도자는 사물의 현상과 그 이치를 제대로 ‘인식’하고(알고), ‘경청’함으로써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사물과 현안을 폭넓게 인지하며, 뛰어난 통찰력, 곧 ‘선견지명’으로 진로와 방책를 잘 선택,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하기 그지없는 리더십은 말로써 드러나고, 해야 할 ‘말’을 반드시 하는 것이 리더로서의 ‘자질과 의무’인 동시에 리더십 발휘의 기본이다. 따라서 그 말, 언명은 인체의 혈액순환처럼 ‘진실과 정의와 진리’가 말속에서 끊임없이 흘러야 한다. 그래야만 신뢰할 수 있고, 비로소 ‘말’이 살며 살아있는 말이어야 힘이 있다.
만일 ‘말’이 바르고 참되지 못하여 그 말이 죽어서 힘이 없다면, 지도자로서의 자질인 ‘능력·인격·비전’을 결여한 것이니 국민과 국가, 사회에 해가 될 뿐이므로 더 이상 정치를 하거나 지도자가 되기를 포기해야 마땅하다. 이는 맹자(孟子)의 ‘말’에 관한 지론이 명쾌하게 뒷받침한다. “함부로 말하는 것은 책임을 묻지 않기에 그런 것이다” (易其言也 이기언야 無責耳矣 무책이의, 맹자) 그것은 달리 말하면, 서두에 언급한 ‘지언’을 이른다. ㅡ 인간의 본질, 곧 그 존엄성을 참으로 인식하는 것인데, 지성(知性)·지천명(知天命)이 ‘지언’이며 대학(大學)에서의 격물치지(格物致知, 사물의 본질과 이치를 부단히 연구하여 지식을 완전하게 함)를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사리가 통하는, 도리에 맞는 말을 뜻한다.
“무엇이 ‘말을 안다’(지언)고 하는 것인가? 비틀린 말로 그 가려진 바를 알고, 어지러운 말에서 그 빠져 있는 바를 알고, 어긋나게 말하는 데서 그 이탈된 바를 알며, 회피하는 말로써 그 다함을 아는 바이니 마음에서 생겨나 그 나라의 정치에 해를 끼치며, 그 같은 생각이 정치에 나타나면 국사(國事)를 해치게 된다" (何謂知言 하위지언? 曰詖辭知基所蔽 왈피사지기소폐 淫辭知基所陷 음사지기소함 邪辭知基所離 사사지기소이 遁辭知基所窮 둔사지기소궁 生於基心 생어기심 害於基政 해어기정 發於基政 발어기정 害於基事 해어기사. 맹자)
결론적으로 톱 리더들은 모름지기, 엄정하고 치열한가. 사리사욕과 아집에 사로잡히지 않았는가. 그래서 알면서도 행하지 않으며 결단력을 잃지 않았는가. 토목공사식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한 건 아닌가. 무사안일·책임회피에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가. 개선을 혁신으로 오인하지는 않았는가. 인기영합·업적주의로 흐르지 않았는가. 계파·집단이기주의에 연연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여 인재등용의 일반원칙을 무시하고 측근이나 예스맨만 기용한 건 아닌가. 표면상명분(이념, 형식주의 등)만 내세우지는 않았는가? ㅡ 그렇게 통렬히 반성하여 보다 발전적이고 안정적이며 일관성을 견지한 정책을 결정, 집행하여 국민경제의 안정, 발전을 도모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나는 지속적으로 배우며 나 자신을 완비하기 위해 노력한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기회가 찾아올 것이므로!" (에브러햄 링컨) 이렇게, 위대한 정치지도자 링컨 대통령처럼 자신을 바르고 올곧게 세워야 하며, 그런 연후에 끊임없이 배우고 깊이 생각하여 '지적능력'(intelligent, knowledge and capacity)을 길러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 부디 그리하여 '발상의 대전환'을 통한 개방성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협력자본주의'를 추진하기 바란다. 즉 인간이 창출한 귀중한 의식적 가치이며 실용적 방편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장점을 상호융화(融化)시켜 '복지경제'를 실현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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