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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패널들...보수 편향에 겹치기 출연 잦고 전문가 평론의 ‘질적 저하’

[한겨레21] 페널 "이 종편 저 종편 메뚜기처럼 뛰어다닌다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5/03/07 [11:38]

종편패널들...보수 편향에 겹치기 출연 잦고 전문가 평론의 ‘질적 저하’

[한겨레21] 페널 "이 종편 저 종편 메뚜기처럼 뛰어다닌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5/03/07 [11:38]

<한겨레21>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1월5일~2월1일 방송된 종편 4개사(TV조선·채널A·MBN·JTBC)의 16개 시사프로에 출연한 패널 190명을 분석해보니, 변호사 패널이 25명이었다. 단일 직업으로는 객원·연구교수까지 두루 포함한 교수 직군(39명) 다음이었다.

 

 

최근 한 시사평론가는 종합편성채널(종편)에 전문가 패널로 자주 나오는 인사의 출연 횟수를 듣고 놀랐다고 한다. 이 인사가 종편에만 한 달에 150회 이상 출연한 적이 있다고 말해서다. 종편 4개사와 뉴스전문 채널 2개사의 시사 프로그램과 뉴스에 ‘마구잡이식 섭외 대상’이 됐다는 얘기다. 종편 내부에서조차 “어떤 패널은 주말도 없이 이 종편, 저 종편에 메뚜기처럼 뛰어다닌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 괜한 게 아니다. 종편 출연료로 한 달에 1천만~2천만원대를 버는 고소득 패널도 등장했다. 종편 뉴스, 시사프로 출연료는 10만~20만원 선이다. 인지도가 높은 출연자는 20만~30만원까지 받는다. 방송계에선 TV조선·채널A의 출연료가 JTBC·MBN보다 조금 높다고 전한다.

 

종편과 패널의 공생관계가 빚은 현상
 

다른 평론가는 수입이 보장되는 종편 출연이 많아진 뒤 운전기사를 고용했다. 겹치기 출연이 잦아지면서 길에 흘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일부 변호사들도 종편 출연이 주 업무가 된 듯 바빠졌다. 지난 2월26일 종편 단골 패널로 떠오른 한 변호사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를 할 수 없었다. “변호사님이 방송 출연 중”이란 이유에서였다. 그러고 보니 전화를 건 시각이 종편 시사프로가 여러 패널을 불러놓고 경쟁적으로 방송하는 오후 시간대였다.

 

 

 

종합편성채널에서 적지 않은 수입을 얻는 평론가·패널이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 한다. 종편마다 다른 종편 프로를 모니터링가,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위쪽부터)이 종편에 출연한 모습.  각사 프로그램 화면 갈무리

 

종편에서 평론가·패널의 ‘우후죽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는 종편과 패널의 공생관계가 빚은 현상이다. 종편은 개국 이후 드라마·예능 프로보다 출연료·제작비가 저렴하면서도 ‘충성 시청자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시사·보도 프로를 앞다퉈 늘려왔다. 지속적인 방송으로 인지도가 높아진 시사프로도 생겨났다. 종편의 ‘저비용·고효율 프로’가 된 것이다.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의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종편 시사프로는 종편에 대한 1%의 열혈 시청자층을 대상으로 하면서 여론 확산과 선동의 거점·근거지 구실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시사·보도 프로의 확산은 자연스레 그 시간을 채워줄 패널의 증가를 가져왔다. 종편 제작진이 한정된 평론가 그룹을 벗어나 새 얼굴을 찾으려는 틈새에서 부상한 직군이 변호사다. <한겨레21>과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지난 1월5일~2월1일 방송된 종편 4개사(TV조선·채널A·MBN·JTBC)의 16개 시사프로에 출연한 패널 190명을 분석해보니, 변호사 패널이 25명이었다. 단일 직업으로는 객원·연구교수까지 두루 포함한 교수 직군(39명) 다음이었다.

 

종편 시사프로의 한 진행자는 “변호사들이 사건·사고에 관한 법률적 평가를 할 수 있고 달변가가 많아 속보 뉴스에도 잘 대응하는 편”이라고 했다. 정당 경력이 없는 변호사들의 경우 정파성이 뚜렷하지 않아 여러 현안에 발언을 요구하는 데 따른 부담이 적은 이점도 있다고 한다. 종편에 비교적 많이 출연한 변호사는 “종편에서 (2013년 9월 이후)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 보도가 쏟아질 때 변호사들의 출연 섭외가 1차적으로 많아졌고,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검거 작전과 사망 당시에 종편의 변호사 출연 섭외가 미친 듯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시청자의 눈을 붙잡을 수 있는 종편의 선정적 소재와 변호사의 ‘법률적 평’이 방송 전파란 공공재에서 만난 것이다.

 

인지도 상승을 기대하는 변호사들 종편으로
 

종편 출연으로 인지도 상승을 기대하는 변호사들의 이해관계도 맞물려 있다. 대형 로펌 소속이 아니면 안정적인 고수익 유지가 쉽지 않아서다. 패널로 얼굴을 알리면 종편과 지상파 예능프로로 무대를 넓혀갈 수 있다. 진행자까지 꿰찬 한 변호사는 고정 예능프로에서 회당 300만~400만원의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종편의 한 기자는 “어떤 이혼 전문 변호사는 종편 출연으로 변호 업무 수입이 많아졌다고 한다. 개인 영업 차원뿐 아니라, 정치에 꿈을 가진 변호사들에게 종편 출연은 인지도를 높이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출연 횟수가 많아지는 ‘양의 증가’가 전문가 평론의 ‘질적 저하’를 동반한다는 점이다. 종편에서 패널들이 비전문 분야의 주제에까지 평을 늘어놓는 현상도 굳어지고 있다. <한겨레21>과 민언련의 이번 분석에서 1월 한 달간 종편 시사프로에 52회나 출연한 한 변호사는 ‘야권 재편’ ‘천정배 전 장관의 4월 재보선 및 신당 관련 언급’ ‘박근혜 대통령·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유임 이유’ 등 정치 관련 주제에도 패널로 출연했다. 종편 출연 섭외가 몰리는 한 정치평론가는 ‘조선족 살해사건’ ‘백화점 갑질 모녀 파문’ ‘중학생-회사원 패싸움’ ‘영화 <국제시장> 가게 ‘꽃분이네’ 폐업 위기’ 등 정치평론과 무관한 주제에도 자신의 평을 보탰다.

 

그는 ‘가수 클라라의 성적 수치심 사건’ 주제에까지 정치평론가 타이틀을 활용했다. 경찰 분야의 한 교수는 ‘롯데가 경영 구도’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 ‘성형 한류 열풍’처럼 자신의 전문 분야와 이질적인 주제에도 패널 출연을 마다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출신의 한 정치평론가는 배우 송일국 매니저 논란과 가수 바비킴 기내 소동 사건에 대해서도 패널석에 앉아 평을 했다. 이번 조사에서 종편 4개사 시사프로 출연 횟수 상위 20위에 드는 출연자들의 발언 주제(총 1132건)를 분석해보니, 자신의 전문 분야 주제(593건·52.4%)와 비전문 분야 주제(539건·47.6%)에 대한 발언이 ‘50 대 50’에 가까웠다.

 

한 종편의 보도국 기자는 “지난해 어떤 패널이 종편에 나와 오전엔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주제, 오후엔 월드컵 주제, 저녁엔 야당의 안철수·김한길 관련 주제에 대해 말하는 걸 보고 ‘세상만사 모르는 게 없구나’란 생각이 들더라. 이건 저널리즘의 모욕이다”라고 말했다. 종편이 제작비를 아끼려고 주제에 맞는 전문가를 두루 섭외하지 않은 채 패널에게 ‘1인 다역’을 주문하는 제작 관행과 맞물린 결과란 지적도 많다.

 

‘정치 공백’ 메우는 정치인들도 합류
 

종편 섭외 선호도가 높은 한 변호사는 “변호사가 정치 이슈까지 말하는 것을 비판한다면 그건 내가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 이슈는 옳고 그른 정답이 없는 거니까 나만의 ‘로직’(논리)으로 얘기하고 있다. 아침마다 신문의 칼럼과 사설 등을 챙겨보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북한 문제는 정말 잘 몰라 (패널로 나가도) 북한 이슈는 말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종편 4개사와 뉴스 전문 채널 2개사를 넘나드는 패널의 겹치기 출연도 다반사다. 이번 조사에서 종편 4개사 중 3개사 시사프로에 모두 출연한 이는 13명이었다. 종편의 뉴스, 뉴스 전문 채널의 시사·보도 프로 출연은 이번 조사에 포함하지 않았다. 종편 종사자들 사이에선 “하루에만 종편·뉴스 전문 채널의 8개 프로에 나오는 이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발언의 깊이도 중요하지만 딱딱하지 않으면서 선명한 발언을 하는 패널이 선호도가 높다는 게 종편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종편 시사프로의 진행자는 “출연자의 경우 대개 작가들이 발굴·섭외에 나서거나 출연 희망자가 종편 관계자에게 출연을 부탁하기도 한다. 종편마다 다른 종편 프로를 모니터링하는데 일단 어떤 프로에서 말을 잘하는 출연자가 있으면 어느 순간 그 출연자가 모든 종편의 패널로 공유된다”고 했다. 이렇게 종편의 겹치기 출연이 확대되는 것이다.

 

패널들이 겹치기 출연을 자제하지 못하는 것은 섭외를 거절하면 비교적 안정적 수입과 인지도를 보장할 길이 끊길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종편 시사프로 출연 경험이 있는 한 평론가는 “(겹치기 출연이) 피곤한 일인 줄 알면서도 장기적인 고정 프로가 없는 전문가 패널의 경우 (종편을 떠도는) 보따리장수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나중에 대중에게 인지도가 남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비전문 분야까지 평론하는 패널들의 추세는 종편의 ‘만담 저널리즘’ ‘거칠고 흥분한 저널리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딱딱하지 않은 종편의 시사·보도 프로가 뉴스의 대중화에 일부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시사프로의 예능화가 짙어지면서 패널의 추론과 비아냥, 사실 확인을 소홀히 하는 제작진의 책임 방기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문병주 정치학 박사는 “종편의 패널들이 정치계의 현안과 정책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상대를 비난하거나 추측성 발언을 하면서 정치 혐오, 정치 냉소를 야기하는 것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패널 성향의 편중도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다. 패널 성향의 형식적인 균형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소속 단체와 발언 내용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190명 패널 가운데 보수 성향이 60명, 진보 성향 8명, 중도 성향 1명(판단 불가 121명)이었다. 새누리당 출신의 진성호·신지호·이두아 전 의원 등 정치인들도 종편의 주요 출연자인데 차기 총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정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상업성과 오락성, 정치적 편향성의 결합
 

이기형 경희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종편 저널리즘의 위상과 함의’(2014년)란 논문에서 “상대적으로 제작이 용이하고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변형된 (종편의) ‘뉴스쇼’에서 상업성과 오락성, 정치적 편향성이 결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겹치기 출연, 패널들에게 전문 영역이 파괴된 평론 주문은 결국 방송사와 출연자에게 독이 되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종편에서 패널로 출연하다 고정 프로까지 맡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평론은 자신이 많이 아는 분야에 대해 얘기하는 것인데, 사회·정치·외교 현안까지 두루 말하면 평론의 수준이 떨어지게 된다. (겹치기 출연 등으로 평론가·패널이) 식상해지면 결국 본인도 손해이지만, 방송도 신뢰를 받지 못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겨레21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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