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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왜 '권선징악'을 권하지 못하는 사회인가

현대판 장화홍련 살인사건, 대한송유관공사 여직원 강간피살 사건

정찬희 기자 | 기사입력 2014/11/26 [02:19]

[기자의눈] 왜 '권선징악'을 권하지 못하는 사회인가

현대판 장화홍련 살인사건, 대한송유관공사 여직원 강간피살 사건

정찬희 기자 | 입력 : 2014/11/26 [02:19]

대학시절 장화홍련과 콩쥐팥쥐의 원문을 현대어로 옮긴 책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 안의 내용은 지금 생각해도 꽤나 충격적이었다.

 

범죄수법 또한 교활하고 치밀하였으며, 장화홍련을 괴롭힌 새어머니 허씨가 받은 형벌 또한 글자만으로 접함에도 손끝이 떨릴 정도로 가혹했으며. 팥쥐와 새어머니 또한 콩쥐를 죽인 살인에 대한 죄를 처참한 죽음으로 되돌려 받았다.

 

▲ 고래로 죄를 지은 자는 그야말로 지옥의 극형을 당했다     © 정찬희 기자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중 장화홍련 원 이야기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이러하다. 장화홍련의 새어머니 허씨와 그 아들의 살인동기는 재산을 전처 소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허씨는 자매를 죽이기 위해 그녀들을 '부정한 여인'이라는 누명을 씌울 사건을 만들었다. 

 

죽은 쥐의 껍질을 벗겨 자매의 아버지 배좌수에게 보여주며 '자매가 행실이 음란하여 낙태를 하였다. 가문의 명예를 위해 죽일 수 밖에 없다' 라며 속였다. 이에 아버지 배좌수의 방관하에 자매는 허씨와 그 아들의 손에 죽음을 당했다.

 

명예와 목숨마저 잃은 억울한 자매는 저승으로 가지못하고 밤마다 귀신이 되어 고을수령에게 자신들의 처지를 하소연하고자 했다. 그러나 수령들은 이야기도 듣기 전에 귀신이 된 그녀들을 보고 쇼크사 해버렸고 이 사건은 영구 미제 살인 사건이 될 뻔하였다.

 

그러다 한 간이 큰 수령이 부임하였고 자매의 이야기를 청취하게 되었다. 사연이 너무나 억울한 것을 알게 된 수령은 허씨와 배좌수를 불러 심문하였는데, 허씨는 '가문의 명예를 위해 부정한 딸들을 내칠 수 밖에 없었다' 며 그 쥐를 내놓았다.

 

그 껍질이 벗겨진 쥐의 생김이 낙태한 아기와 닮아 수령은 판단이 애매했다.

그러자 자매들은 '쥐의 배를 갈라보시오. 그러면 아실 것이오!' 라며 탄원했다.

 

다음날 수령은 다시 배좌수와 허씨를 소환하였다. 그리고는 쥐의 배를 가를 것을 명령했다. 그러자 그 쥐의 배에서는 쥐똥이 나왔다. 이에 자매들의 무고함이 밝혀졌다.

 

허 씨는 자신의 죄가 밝혀지자 형틀에 앉혀지고 모진 고문을 당하고 옥에 갇힌 후 죄악이 상부에 보고되어 능지처참형이 내려졌다.

 

능지처참형이란 다른말로 능지처사(陵遲處死)라고도 하며, 대역죄나 패륜을 저지른 죄인 등에게 가해진 극형이다.

 

언덕을 천천히 오르내리듯[陵遲] 고통을 서서히 최대한으로 느끼면서 죽어가도록 하는 잔혹한 사형으로서 대개 팔다리와 어깨, 가슴 등을 잘라내고 마지막에 심장을 찌르고 목을 베어 죽였다.

 

또는 많은 사람이 모인 가운데 죄인을 기둥에 묶어 놓고 포를 뜨듯 살점을 베어내되, 한꺼번에 많이 베어내서 출혈과다로 죽지 않도록 조금씩 베어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형벌이라고도 한다.

 

▲ 이명박의 죄를 징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서울의소리 백은종 편집인 

 

죄인에게 이런 직접적인 피비린내나는 극형을 처해야한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어도 죄를 지었고, 그 죄로 인해 누군가 죽음에 이르고 삶이 망가졌다면 분명 그 죄와 악은 응징되어 '죄를 지으면 벌을 받고, 알면서도 죄를 짓는 것은 안된다' 라고 하는 너무나 당연한 교훈이 상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는 어떠한가?

 

사대강으로 조개들과 물고기들을 떼죽음에 이르게 하고, 구제역으로 수천만마리의 소와 돼지를 산채로 생매장시키고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고, 심지어 학생들이 차가운 물속에 갇혀있는데도 미군의 장비도 거절하고 엉터리 산소통으로 구조시늉만 하다가 결국 300명도 넘는 아이들과 탑승객을 다 죽게 만들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권력의 문제라서 시시비비가 분명하지 않아 그렇다고?

 

▲ 죽어서 '내연관계'라는 누명마저 쓴 고 황00 양의 억울한 살인사건     © 정찬희 기자

 

그렇다면 2005년 발생한 대한송유관공사 여직원 강간피살 사건이라는 구체적인 사건의 예를 들어보자. 아마 그 사건의 직접적 가해자 인사과장 이0석이 자수하지 않았으면 이 사건 또한 영구미제로 남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음산한 사건이었다.

 

▲ 강지원 변호사가 보낸 답변 중 일부 정리 캡쳐     © 강지원 변호사

 

1심이 진행되던 당시 유가족에게서 사건을 수임한 유명 변호사 강지원은 수임료를 1천만원에 계약하고도 형사사건은 아예 해주지도 않고 오히려 그 피해자를 '내연의 처'라 지칭하여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고, 가해자 측이 건 공탁금을 찾아온 것 외에 더이상의 일을 하지 않았다.

 

결국 이 불쌍한 피해자는 모친이 경찰로 부터 내연관계가 아니라는 자백을 받아 보여주었음에도 장화홍련처럼 '부정한 여인' 이라는 꼬리표를 결국 3심 판결문까지 떼내지 못하였다.

 

그러다 이 억울함을 모친이 9년째 호소하며 포기하지 않아 결국 본지 기자를 만나 1심 변호사였던 강지원 변호사에게 사실관계를 취재하자 강 변호사는 기자에게 '70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나이.. 수년이 지난 사건 왜 논란하느냐..본인에게 바라시는 것이 있느냐 알려달라..' 라는 식의 대답을 보냈다.

 

또한 그 보도 이후 이해할 수 없는 압박이 시작되었다.

 

기사공유를 위해 연락한 한 기자는 '강 변호사는 우리 언론사 창립관계자..싣기 어려울 것. 왜 그 언론사에서 기사를 쓰느냐. 내 말 자르지 마라. 들어라' 등의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퍼부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왜 개인의 분쟁 기사를 쓰느냐' 라는 말들로 기자가 기사를 쓰는데 부담을 느껴 기사 쓰기를 주저하게 하는 일까지 발생시켰다.

 

만일 주진우 기자의 '외압이 있다는 것은 잘하고 있다는 반증. 계속 보도하시라' 라는 직접적인 조언이 없었다면 기사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악을 행하여 그 악으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면 그것을 경계하고 징계하는 것은 고래(古來)로부터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전통의 숭고한 가치관이었다. 그 징계를 가혹하게 추궁함은 후일 있을 악을 막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사건 뿐 아니라 다른 사건에서도 '굳이 그렇게까지 하여야 하느냐. 무슨 실익이 있느냐' 라는 말로 피해자가 있으나 징악은 없는, 차라리 악을 행하는 것이 묵과되는 시대에 이르고 말았다.

 

장화홍련 살인사건은 어찌보면 오랫동안 내려온 하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개인의 살인사건 조차 철저한 조사후 국가에 처벌을 묻고 반드시 그 죄에 대한 처벌(징악)을 하여야 한다는 의식을 가졌던 것임을 반증하고 있다.

 

'수백년도 넘게 옳았던 것이 한순간에 틀린 가치관이 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관점에서 돌이켜본다면 늦더라도 '징악'을 거두지 않는 것이 사회정의이며 국민의 안전할 권리를 지키는 하나의 대책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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