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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 현대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입주민에게 인격모독적인 발언을 들은 후 분신을 시도한 일이 발생했다. 동료들은 해당 경비노동자가 지속적인 막말과 무시 등에 시달려 왔다고 증언했다.
현재 해당 경비노동자는 3도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0일 오마이 뉴스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9시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신 현대 아파트 단지에서 근무 중이던 경비원 이아무개(53)씨가 단지 내 노상주차장에 있던 차량 안에서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분신 시도 직후 차량에 화재가 난 것으로 착각한 한 입주민이 인근 119에 신고를 했고, 나중에야 분신 사실을 안 다른 경비원들이 소화기를 들고 와 이씨 몸에 붙은 불을 껐다. 전신 60% 가량에 3도 화상을 입은 이씨는 현재 의식이 없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 오전 이씨는 입주민에게 인격모독적인 발언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민은 74세 여성으로 수시로 경비노동자들에게 인격모독적인 발언을 했다고 한 동료는 전했다. 이 동료는 10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그 입주민의 괴롭힘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며 “아랫사람 다루듯이 손가락질은 물론이고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막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분신에 앞서 이면지에 유서 형태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여기에는 자신을 해당 근무지로 임명한 관리자를 원망하는 내용과 함께, "여보 이 세상 당신만을 사랑해, 먼저 세상 떠나니 나를 찾지 마요"라며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아파트 경비원들이 포함된 감시·단속직 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의 사각지대에 속한 대표적 예로 꼽힌다. 24시간 격일 교대 근무 등으로 육체적 피로가 크지만 산업재해 인정을 받기도 어렵다. 올해 4월초에는 서울 서초구 S아파트에서 근무 중이던 경비원이 과도한 업무 후 뇌출혈로 숨지기도 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경비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현행 최저임금의 90%까지만 지급하도록 한 제도를 내년부터 100%까지 지급하도록 개선했다. 그러나 일부 현장에서는 이를 피하기 위해 경비노동자들이 올해 말까지만 근무하도록 근로계약서를 다시 쓰는 등 '꼼수'를 부려 집단 해고를 하려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현행법에 경비노동자는 휴게시간에 경비실을 비워도 된다.
근로기준법 제54조는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원래 업무는 감시와 순찰 등에 한정되지만 대부분의 아파트에서는 차량 출입 관리뿐 아니라 조경작업, 분리수거 등의 업무도 경비노동자에게 맡기고 있다. 이씨가 일하던 아파트에서는 ‘발렛파킹’도 해야했다고 한다.
서울 노원구에서 경비노동자 모임을 진행하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김순희씨는 “경비노동자들의 고충을 들어보면 감정노동과 관련된 부분이 많다”며 “자고 있는 경비노동자를 발로 툭툭 차서 깨우거나 ‘어이 경비’ 이렇게 부르는 경우도 잦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부유한 한 아파트 입주민이 아파트 창문으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경비노동자에게 던져서 주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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