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조치는 전면적으로 해제되는 것이 해답이다"[평화통일전략포럼] ‘5.24조치 평가 및 해제 제언’ 카이스트 김진향 교수,
"5.24조치 해제! 선택하면 된다. 그것은 결단도 아니다."
‘5.24조치 평가 및 해제 제언’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前 개성공단기업지원 부장)
1. 5.24조치 개요
천안함 침몰을 북측의 소행으로 규정하고 그에 대한 징벌적 조치로, 남북관계의 전면 차단을 선포한 5.24조치가 만 4년을 넘기고 있다. 그 4년 동안 5.24조치는 남북관계 단절과 전면차단의 상징적 아이콘이 되었다.
실지로 5.24조치 이후 남북관계는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개성공단의 현상유지 이외에 남북간의 모든 물적-인적 교류가 전면 차단됨으로써 남북관계는 냉전체제로 다시 회귀했다. 그 사이 북측은 매우 적극적인 경제개혁조치와 그에 따른 시장의 확대 및 사회문화적 변화들이 하루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가급, 지역급 경제특구 지정과 관광특구 지정 등으로 경제개혁조치의 가시적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자유롭게 북측 지역을 여행하는 상황에도 유독 대한민국 국민들은 제외되고 있다. 5.24조치는 퇴행적 남북관계의 상징, 비정상적 남북관계의 아이콘, 적대와 대립-분단심화의 동의어가 되었다.
<2010. 5.24 조치 주요 내용>
2. 5.24조치 평가
5.24조치는 애초부터 조치의 배경을 둘러싼 적실성 공방과 해당 조치들이 추구하는 목적과 실효성 측면에서 부단히 문제제기 받아왔다. 무엇보다 5.24조치는 남북관계의 철저한 단절, 전면적 단절이라는 획일적 역기능을 유발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유일한 끈으로 남아 있으나 그 마저도 비정상적 상황으로 온전한 공단의 모습이 이미 아니다. 개성공단은 5.24조치로 기형적 공단이 되었다. 화해협력, 남북 상생과 공영의 평화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은 5.24조치 이후 남북관계의 대립적 적대 심화 속에서 ‘낙동강 오리알’, ‘미운오리새끼’의 천덕꾸러기가 된 지 오래다.
5.24조치 이후 개성공단의 기회비용 상실을 따진다면 그것은 참으로 엄청난 경제적 비용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남북의 평화적 가치, 사회문화적 통일문화의 가치 등 이루 평가할 수 없는 엄청난 손실의 영역이다. 정상적 남북관계가 지속되었으면 지금쯤 개성공단 3단계(공단 800만평) 모두 완전가동되면서, 북측 근로자 35만명, 연간 500억불 이상을 생산해 내는 엄청난 곳이 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은 5.24조치 이전 수준인 5억불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5.24조치와 개성공단의 성격변화>
5.24조치의 첫 번째 내용인 북측 선박에 대한 제주해협 운항 전면불허 조치와 관련하여 실익을 한 번 따져보자. 남과 북은 2005년 8월부터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항 허용과 우리 선박들의 동해상 원산 앞바다 경유 블라디보스톡 항해와 서해의 북측 해주 앞바다 경유 대련(중국)으로 자유항행을 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이 합의로 남북의 상선들이 자유롭게 상대편 해역을 통해 목적지로 갈 수 있었는데 5.24조치로 중단되었다. 해당 시기 5년간 북측 배는 300척이 제주해협을 지나갔다. 같은 시기 우리 상선들이 해주와 원산 앞바다 직항로로 5년 동안 8,000척이 지나갔다. 누가 더 이익이었는가? 300척의 비용과 8000천의 비교다. 결국 5.24조치는 누구를 제재하는 조치인가?
남북경협이 사라진 곳에 중국이 오롯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남북경협의 사라진 기회비용들은 오롯이 중국의 차지가 되었다. 북측 사회의 대부분의 외국소비재 물품은 중국산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5.24조치 이전 북측에 유입되던 대한민국의 질 좋은 각종 생활용품과 소비재는 북측 동포들에게 중국에 대한 편치 않은 열등감을 해소해주는 마음의 자긍심이었다. 5.24조치는 무엇을 차단하고 있는가?
5.24조치의 적실성, 실효성 등은 이미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5.24조치에 대한 남북관계, 북한-통일문제 전문가들의 설문조사는 5.24조치가 얼마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지에 대해 잘 반증해준다. 기본적으로 5.24조치의 배경에 대한 논란과 문제의식은 차치하고라도 대부분의 남북관계, 북한-통일문제 전문가들은 5.24조치는 북한에 대한 제재효과가 없으며, 5.24조치 해제를 통해 전향적인 남북관계를 열어가야한다고 대부분이 평가한다.
전문가 설문결과 요지를 살펴보면 남북관계, 북한·통일 전문가들은 ‘5.24조치 해제 또는 완화’에 91% 찬성의 압도적 입장을 보였다. 이는 5.24조치를 지속하고 있는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매우 높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실지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서조차 5.24조치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공식적으로 5.24조치의 해제를 정부에 건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5.24조치 해제 또는 완화 이유로는 “남북경협 확대 및 발전을 위해서”가 62%, “남북간 긴장완화를 위해서”가 25%로 응답했다. 이는 5.24조치가 남북 간 호혜적 경제발전과 한반도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특히 5.24조치의 실효성과 관련해서 응답자들의 73%가 북측보다 오히려 남측의 피해가 크거나 혹은 남북의 피해가 비슷하다고 응답해, 대북 제재라는 5.24조치의 취지와 목적을 기본적으로 상실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5.24조치의 해제방법과 관련해서는 “남측의 우선적 5.24조치 전면해제 또는 완화”에 86%가 응답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의 5.24조치 정책 기조인 “북한의 우선적 사과 이후 5.24조치 변화”에 대해서는 단 한 명의 전문가도 응답하지 않았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경직된 원칙론에서 벗어나 과감하고 유연한 정책으로 변화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5.24조치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향후 조치 전망과 관련해서 유지 전망이 21%, 해제 전망이 15%, 완화 전망이 64%로 나왔다. 즉 해제보다는 유지가 높았지만 전반적으로 박근혜 정부 임기 내에 5.24조치가 전면적으로 해제되거나 완화될 것이라고 응답한 전문가는 79%에 이르러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3. 5.24조치 해제 : 평화가 진리고 선이다.
앞에서 살펴본 5.24조치에 대한 전문가 설문조사를 토대로 5.24조치에 대한 평가와 해석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 5.24조치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대북제재 효과를 거의 찾을 수 없다. ② 오히려 대북 경제협력에 참여한 우리 기업 등 남측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너무 크고,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③ 개성공단과 대북 경협 등 정상적 남북관계 발전시 가져올 엄청난 경제적 기회비용들을 사장시키고 있다. ④ 여하한의 모든 남북교류와 관계를 전면 차단한 폭력성으로 남북관계 전체를 파탄내고 있다. ⑤ 결국 관계의 전면 단절은 평화가 아닌 대립과 적대, 분단심화로 이어지는 반평화, 반통일의 결과들을 만들어 낸다. ⑥ 전체적으로 5.24조치의 해제를 요구하는 여론이 매우 높다. ⑦ 그러므로 박근혜 정부는 이런 국민적 여론을 존중해 5.24조치 해제를 필두로 대북정책을 전향적으로 변화시켜 남북 공영과 한반도 평화를 실질적으로 추구하는 새로운 남북관계를 펼쳐나갈 것을 담고 있다.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도 적극적 대화와 협력, 남북교류 등을 촉구하고 대북정책의 전면적 전환을 요구하는 여론이 매우 강하게 나타났다.
첫째,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남북대화와 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았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 자세로 북측을 6자회담으로 이끌어내 북핵문제를 해결할 것과 남북고위급회담을 재개해 남북관계의 전면적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하였다.
둘째, 남북교류협력과 관련하여 인도적 지원 확대, 정경분리에 입각한 남북경협 확대·발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통일대박이 5.24조치 해제 없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대북정책의 기조인 ‘先비핵화, 後교류협력 프레임’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셋째, 우리 정부의 전면적 대북정책 전환이 제시되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북한붕괴론과 흡수통일론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상호 존중하는 대북정책을 펼칠 것을 촉구하였다.
이처럼 5.24조치 유지를 상징으로 하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비판적 입장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다. 한마디로 5.24조치는 분단심화의 아이콘이다. 5.24조치는 대한민국의 근본국익인 평화에 대한 자해행위에 다름 아니다. 합리적 이성과 가치를 지향하는 상식 수준에서 5.24조치의 근본적 해악에 대해 자문하고 철회해야 한다. 무엇을 위한 조치이며, 누구를 위한 조치였는지, 우리 스스로를 가두고 자해하는 행위는 아닌지 진지하게 성찰해봐야 한다. 분단은 악이고 허구다. 평화가 선이고 진리다. 분단심화의 상징적 아이콘인 5.24조치도 허구고 악이다. 고로 평화를 위해 5.24조치는 해제되어야 한다.
4. 5.24조치 해제 절차 제언
5.24조치 해제의 본질은 남북간 당국관계의 정상화다. 현재의 남북관계의 본질적 성격상 당국관계 정상화 의지 없이 5.24조치의 해제는 실현되기 힘들다. 5.24조치 해제는 개성공단 정상화 의지이며, 곧 6.15, 10.4시대로 상징되는 남북 당국간 평화적 관계정상화에 대한 의지 천명이다.
결국 남북당국간 평화적 관계정상화 의지가 없는 5.24조치 해제도, 개성공단 정상화도 어불성설이다. 결국 평화에 대한 의지의 문제다. 평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불안한 남북관계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결국 평화에 대한 의지는 남북간 당국관계 정상화 의지로 나타난다. 평화에 대한 의지가 5.24조치를 핵심으로 남북간의 모든 단절을 회복하는 단초다. 정부는 평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봐야 한다.
결론은 간단하다. 평화적 남북관계 수립이 우리 정부의 실질적 가치라면 5.24조치 해제와 개성공단 정상화로 모든 것이 해소될 수 있다. 통일대박, 드레스덴선언, 통일준비위원회 등 우리정부가 내놓은 여러 많은 통일담론들이 진정한 평화와 통일의 담론임을 국민들 앞에 입증하는 것은 5.24조치 해제를 통해, 남북관계의 마지막 끈으로 남아 있는 비정상적인 개성공단을 정상화시키면 된다. 쉽다. 개성공단은 비정상적이나마 유지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혀 새로운 것을 하는 것도 아니다.
5.24조치의 해제를 공개적으로 천명하면서 선언할 필요도 없다. 시나브로, 부지불식간에 실질적 해제 상황으로 조용히 풀어 가면 된다. 5.24조치 자체가 선언이 아닌 정부 방침이자 내부 정책이었다. 통일부장관이 국민들에게 발표한 정책의 내용일 뿐이다. 별도의 발표와 선언 없이도 내용적으로 개성공단 정상화 조치(추가투자, 신규투자 허용)를 기업들에 취하는 것만으로도 5.24조치는 시나브로 실질적으로 해제되는 것이다.
5.24조치 해제의 시범지구로 개성공단을 지정하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정상화에 대한 대북메시지도 충분히 될 수 있다. 공단 1단계 100만평의 40% 밖에 들어차지 않은 공단에 기 계획되어 있었던 기업들의 추가투자, 신규투자를 허용해주면 된다. 특별히 어려울 게 없는 해법이다. 도드라지게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그 그것이 가지는 남북관계에 있어서의 상징성은 크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활성화에 상당한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당국 상호간의 명분은 서로 챙기면 된다. 개성공단이 이미 가동 중이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들이다. 특별한 정책이나 큰 물리적 비용과 재정이 소요되는 것도 아니다. 심리적 애로나 난관이 조성되는 일도 아니다. 그냥 내부적으로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정책적으로 추진하면 된다.
남북평화에 대한 의지, 남북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의지, 5.24조치의 실질적 해제 이 수순 모든 것은 결국 우리 스스로를 위한 것이다. 그것은 구조화된 저성장구조에 허덕이는 대한민국 경제를 위한 것이고, 품격 높은 대한민국의 정치-사회문화를 위한 것이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행복을 위한 것이고, 대한민국의 총체적 미래국가 발전을 위한 것이다.
북측에게 개성공단은 단순한 경제적 공단이 아니다. 북측은 개성공단을 경제로 보지 않는다. 남북평화의 상징으로 본다. 5.24조치의 실질적 해제와 개성공단 정상화 의지표명 만으로도 북측은 대화의 자리에 조건 없이 나올 것이다.
현 시기 5.24조치 해제는 남북관계 정상화의 기제이며 평화적 남북관계 전반을 아우르는 첫출발의 기제다. 대한민국의 국가 목적이 국민의 행복에 있음에 동의한다면, 그 행복을 전제적으로 규정하는 남북평화에 대한민국 국익의 절대가치가 있음에 동의한다면, 그 평화를 위해, 그 행복을 위해 5.24조치의 해제와 개성공단의 실질적 정상화가 첫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5.24조치 해제! 선택하면 된다. 그것은 결단도 아니다.
5.24조치는 전면적으로 해제되는 것이 해답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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