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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은 달라져야 한다

세월호 유족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잊혀지는 것이다.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4/05/26 [17:50]

정동영,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은 달라져야 한다

세월호 유족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잊혀지는 것이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4/05/26 [17:50]
정동영  전 NSC 상임위원장
정동영 전 NSC 상임위원장은 25일 트위터를 통해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은 달라져야 한다'며 '유족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잊혀지는 것으로 세월호 참사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정 전 의장은 "사고가 난 4월 16일 오전 대한민국 국가는 없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없었다. 대한민국 대통령도 없었다"고 박근혜 정권의 무능을 질타했다.

아래는 정 전 상임의장이 글 전문이다.


세월호 유족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잊혀지는 것이다.

몇 달 후 우리 사회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태연한 일상으로 돌아가 버린다면 무고한 304명의 희생은 너무나 억울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사고가 난 4월 16일 오전 대한민국 국가는 없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없었다. 대한민국 대통령도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몇 시 몇 분 누구로부터 어떤 내용을 보고받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지금까지도 청와대는 침묵하고 있다.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은 세월호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우선 세월호 유족이 대통령 앞에 무릎을 꿇고 우리 아이를 살려달라고 비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통령이 희생자 유족 앞에 무릎을 꿇고 아이들을 한 명도 못살려 죄송하다고 비는 대한민국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은 구름 위에서 군림하며 통치하는 자가 아니라, 땅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춰 공감하고 소통해야 하는 상머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돈 돈 돈 물질만을 추구하는 탐욕의 세상으로부터 생명과 안전 행복을 국가의 핵심 가치로 삼는 대한민국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을 바꾸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진범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철학에 숨어 있다.

첫째 규제 완화에 대한 맹신이 진범이다. 여객선의 폐선 연령을 25년으로 묶어놓은 규제를 풀어달라는 업계의 요구에 따라 30년으로 늘려준 것이 화근이었다. 과거 민주정부는 업계의 로비를 뿌리치고 규제를 고수해 왔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대통령령을 통해 규제를 풀어줬다.

참사가 나던 바로 전날에도 박근혜 정부는 건설 경기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아파트 수직 증축을 허용하는 규제 완화를 단행했다. 위험천만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안전 식품 보건 환경 등 분야에 관해서는 이윤추구를 위한 규제 완화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둘째 민영화가 경제를 살린다는 시대착오적인 철학이 진범이다. 철도 민영화는 이미 외국에서 실패한 정책인데도 박근혜 정부는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 KTX를 이용할 때마다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것은 시속 300km로 달리는 열차에 기관사가 한 명뿐이라는 사실이다. 인원 절감과 경영 효율을 앞세워 만일의 경우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사람이 물에 빠지면 국가가 구조를 책임지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는 일도 돈을 주고 민간회사가 구하도록 하는 민영화 법을 밀어붙였다. 세월호 사고 직후 초동대처와 구조과정에서 소극적 자세로 일관한 해경 등 관계부처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셋째 비정규직을 늘려서라도 기업 이윤을 극대화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면 된다는 허황한 믿음이 진범이다. 세월호 선장은 1년짜리 계약직이었다. 35년 경력에 한 달 270만 원 받는 비정규직 선장이 자신의 직무에 어떤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겠는가. 갑판원과 기관원 등 선원 33명 중 19명이 비정규직이었다는 사실은 이들이 승객을 팽개치고 먼저 도망쳐 나온 불법적이고도 비도덕적인 행위와 무관할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천지가 비정규직이다. 임금 노동자 1,700만 명 가운데 절반이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은 한 달 평균 140만 원을 받는다. 정규직 임금의 절반 정도다. 이걸로 인간다운 삶을 살기는 불가능하다. 얼마 전 통계청 통계에서 국민의 7할이 앞날에 희망을 느끼지 못한다고 응답한 것의 뿌리에 바로 비정규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 하여금 자신의 생각을 바꾸도록 하려면 냉혹하게 그의 책임을 따지고 추궁해야 한다. 대통령 책임제하에서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명에 대한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취임할 때 국민 앞에서 "나는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겠다"고 선서한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은 최고국가경영자(CEO)인 동시에 최고국가안전책임자(CSO)이다.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 담화를 하면서 청와대가 국가 재난의 컨트롤 타워를 맡겠다고 말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책임 회피다. 청와대에서 재난 사령탑을 맡게 되면 정치적 부담이 커진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 책임제 아래서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려는 자세를 회피한다면 국민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대형 재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동 대처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가장 뼈아팠던 것도 초동대처의 실패다. 대형 사고에는 보통 10여 개 부처가 관련된다. 이것을 통합 지휘할 수 있는 곳은 총리실이 아니라 청와대밖에 없다. 재난 관리에서 대통령은 빠지고 총리가 책임지고 처리하라는 것은 사실상 대통령 무책임제를 뜻한다.

대안은 이명박 대통령이 없애버린 청와대의 국가안보와 재난 사령탑 NSC를 온전하게 부활시키는 것이다.

NSC는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하루 24시간 휴전선에 비상 상황은 없는지, 또는 온 국민이 발 뻗고 편안하게 잠잘 수 있는지 365일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위기 발생 시 대통령에게 신속한 보고가 이루어질 수 있게 하며, 보고를 받은 최고국가안전책임자인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기는 격발 조처를 통해 정부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즉각 작동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이다. 핵심은 NSC 부활이다.


2014. 5. 25

정동영 (전 NSC 상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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