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박근혜의 분향소 조문 연출 의혹을 보도한 CBS 노컷뉴스에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CBS 노조가 이를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다.
15일 전국언론노조 CBS지부는 'CBS에 대한 청와대의 소송을 적극 환영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정부에 대한 울분으로 가득한 분향소를 태연히 방문한 대통령, 그런 대통령에게 아무 제지도 받지 않고 다가가는 정체불명의 할머니, 그 할머니를 따뜻이 위로하는 대통령의 모습, 이에 대한 유족들의 의문에 따라 언론은 응당 그 사실관계를 밝혀야 할 책무가 있었다"고 운을뗏다.
<'청와대가 모른다'는 할머니의 동선>
청와대가 모른다는 할머니가 미리 누구를 기다리는 듯 경호원앞에 서있다가 박근혜가 다가오자...
▲ 따라붙는 청와대가 모른다는 할머니, 그런데 경호원의 제지가 없다.
박근혜에게 바짝 다가서는 모르는 할머니, 여기도 경호원의 아무런 제지가 없다.
청와대 측 말대로 전혀 모르는 할머니가 대통령 옆에 바짝 다가섰으나 제지하지 않고 방관하게 하는 무능한 경호실장은 당장 파면해야 하지 않을까!
이어 CBS지부는 "핵심 취재원에게 '청와대 측이 당일 합동분향소에서 눈에 띈 해당 노인에게 부탁을 한 것은 사실'이라는 말을 들어 기사를 썼음은 물론"이라며 "청와대가 CBS를 '받아쓰기'언론이 아니라고 공식 인정해주어 반갑다. 유독 CBS는 정부와 한통속이 아니었다고 청와대가 나서서 증명해주니 감읍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CBS노조는 “소송 당사자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의 이름만큼은 지워줬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해 본다”며 “60년 역사 동안 부러질지언정 휘지 않았던 CBS가 유신정권의 주역이자 초원복집 사건의 주인공,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선봉장인 김기춘 실장과 소송에서 마주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그는 ‘우리가 남이가?’라고 하고 싶을지 몰라도 우리는 남이다”라는 촌철살인으로 성명을 마무리했다.
청와대는 지난 12일 서울남부지법에 CBS를 상대로 8천 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대통령 비서실과 김기춘 비서실장, 박준우 정무수석, 박동훈 대통령비서실 행정자치비서관 등 4인이다. 대통령 비서실을 제외한 4인은 CBS에 각 2천만 원씩 총 8천만 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CBS 노조 성명 전문이다.
CBS에 대한 청와대의 소송을 적극 환영한다.
청와대가 CBS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CBS의 보도로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준우 정무수석 등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로, 8천만 원을 내놓으라고 한다. 그리고는 언론중재위원회에도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조문 연출 의혹과 관련한 “‘조문연출’ 논란 할머니, 청와대가 섭외”라는 CBS의 보도를 문제삼은 것이다.
정부에 대한 울분으로 가득한 분향소를 태연히 방문한 대통령, 그런 대통령에게 아무 제지도 받지 않고 다가가는 정체불명의 할머니, 그 할머니를 따뜻이 위로하는 대통령의 모습, 이에 대한 유족들의 의문에 따라 언론은 응당 그 사실관계를 밝혀야 할 책무가 있었다. 이후의 취재과정에서 핵심 취재원으로부터 “청와대 측이 당일 합동분향소에서 눈에 띈 해당 노인에게 ‘부탁’을 한 것은 사실”이라는 말을 들어 기사를 썼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에 이름 한자 등장하지도 않으면서 명예가 훼손당했다는 김기춘 실장과 박준우 수석의 주장을 공들여 논박하지는 않겠다. 어차피 법의 사유화를 지향하는 정권인 까닭에, ‘공직자의 공직 수행이 충분히 의심을 받을 만할 때 언론보도로 인해 공직자 개인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될 수 있다 해서 명예훼손이라 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례 역시 떠올려봐야 의미 없다.
이 모두를 차치하고, 청와대가 CBS를 ‘받아쓰기’ 언론이 아니라고 공식 인정해주어 그저 반갑다. 거의 모든 기존 언론이 대중들로부터 뭇매를 맞는 가운데, 유독 CBS는 정부와 한통속이 아니었다고 청와대가 나서서 증명해주니 감읍할 뿐이다.
또한 정정보도를 청구한 것은 CBS의 보도기능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CBS의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 대해 ‘유사보도’ 딱지를 붙였던 정부가 늦게나마 이를 스스로 거둬들이는 것 같아 더욱 반갑다.
나아가 잊혀질 만하면 CBS를 때려줌으로써, 권력과 언론의 긴장관계가 늘 유지될 수 있도록 해주는 청와대의 세심함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CBS의 모든 구성원은 늘 그래왔듯 이번 싸움에도 한치 물러섬 없이 임할 것이다. 퇴행하는 대한민국에서 언론의 의미를 곱씹고 또 곱씹으며 당당하게 걸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단련하면 단련할수록 더욱 강해지는 강철의 진리를 보여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송 당사자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의 이름만큼은 지워줬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해 본다. 유신정권의 주역이자, 초원복집 사건의 주인공이자,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선봉장이자, 유신회귀의 실세인 김기춘 실장이다. 60년 역사 동안 부러질지언정 휘지 않았던 CBS가 그런 김기춘 실장과 소송에서 마주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