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종 응징칼럼] ‘눈물 뒤 돌변’ 김현태…헌법 배신한 지휘관, 엄중히 심판해야“실패한 내란에는 책임이 없다”는 선례, 결코 남겨선 안 된다
비상계엄 해제 닷새 뒤인 2024년 12월 9일, 김현태 전 특전사 707특임단장은 국민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는 상부로부터 “국회의원들을 끌어내야 하는데 가능하겠느냐”는 지시를 받았다며 당시 상황을 폭로했다. 그러면서 “707부대원들은 모두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많은 국민은 그 눈물을 믿었다. 불법적인 명령에 투입된 부하들을 지키기 위해 현장 지휘관이 용기를 내 진실을 밝힌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눈물은 오래가지 않았다. 김현태는 윤석열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끌어내라’와 ‘국회의원’이라는 단어는 없었다”며 말을 바꿨다. 이후에는 윤어게인 집회 무대에 올라 비상계엄을 옹호했고,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도 출마했다.
계엄 당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일단 옷을 좀 따뜻하게 입겠다. 너무 추웠다”고 답했다. 무장군인들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본청에 난입했던 그 밤을 마치 한겨울의 추억담처럼 말한 것이다. 헌정질서가 무너질 뻔한 국가적 비극을 놓고 농담을 던진 태도에 과연 일말의 반성과 책임감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에 투입된 무장병력의 임무가 무엇이었는지는 당시 명령과 증언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저지하고,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려 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김현태는 자신의 내란 재판에서 “정문만 봉쇄하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군 지휘관들 역시 “상부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며 책임을 피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정문만 봉쇄하려 했다”, “상부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말로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군인의 충성 대상은 특정 대통령이나 사령관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헌법이다. 명백히 위법한 명령 앞에서는 맹목적인 복종이 아니라 거부가 군인의 의무다.
더욱이 김현태는 명령을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일반 병사가 아니라 현장 지휘관이었다. 부하들에게 어떤 임무를 수행하게 할 것인지 판단하고, 부당한 명령으로부터 부하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부하들을 피해자라며 눈물을 흘리고, 이후에는 진술을 바꾸며 비상계엄을 정당화했다. 자신이 책임져야 할 순간에는 부하들을 방패로 삼고, 정치적 기회가 찾아오자 계엄을 자신의 자산으로 이용한 것이다.
특검은 김현태에게 징역 18년을 구형했다. 사령관들을 제외하면 비상계엄에 연루된 군인 가운데 가장 무거운 구형이다. 특검은 “일말의 자성도 없이 사법기관과 동료를 비난하며 민주주의를 조롱했다”며 재판부에 가장 엄중한 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연한 지적이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구형이다. 진실을 고백한 사람에게는 관용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군인에게는 다시 일어설 기회도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 앞에서 흘린 눈물을 정치적 면죄부로 이용하고, 이후 진술을 뒤집으며 내란을 옹호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눈물이 진심이었다면 행동으로 증명했어야 했다. 부하들을 진정으로 아꼈다면 누가 어떤 명령을 내렸고, 국회 봉쇄와 국회의원 체포 지시가 어떤 과정을 통해 전달됐는지 끝까지 밝혔어야 했다. 그러나 김현태가 선택한 길은 진실이 아니라 변명이었고, 책임이 아니라 정치였다.
이번 재판은 김현태 개인 한 사람만을 심판하는 자리가 아니다. 헌법을 짓밟는 명령을 수행한 뒤 “상관이 시켰다”고 말하면 책임을 피할 수 있는지, 내란 사태를 조롱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해도 되는지를 가리는 역사적 재판이다.
재판부의 최종 판단은 남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 총칼만큼 위험한 것은, 그 총칼을 들었던 사람이 진실을 뒤집고 내란을 정당화하는 일이다. 이런 행위를 어물쩍 넘어간다면 다음 권력자와 다음 군 지휘관에게 치명적으로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된다. “실패한 내란에는 책임이 없다”는 선례를 결코 남겨서는 안 된다.
국민 앞에서 흘린 눈물이 진심이었는지, 위기를 피하기 위한 연기였는지는 이제 그의 말이 아니라 이후의 행동이 보여주고 있다. 김현태에게 구형된 징역 18년은 단순히 한 군인의 계급과 지위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다. 국민 앞에서 진실을 폭로한 뒤 말을 바꾸고, 내란을 정당화하며 민주주의의 비극을 정치적 자산으로 이용하려 한 태도까지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다.
군대의 상명하복은 불법 명령의 면죄부가 아니다. 지휘관의 계급장은 명령에 복종할 권한만 주는 것이 아니라, 위법한 명령을 거부하고 부하들을 보호해야 할 더 무거운 책임을 부여한다.
“상부에서 시켰다”는 변명이 통한다면 다음 내란에서도 군 지휘관들은 권력자의 명령 뒤에 숨으려 할 것이다. 실패한 내란이라고 책임을 가볍게 묻는 순간, 또 다른 헌정질서 파괴의 씨앗을 남기게 된다. 내란은 실패했다고 죄와 책임이 사라지는 범죄가 아니다. 오히려 실패한 내란을 철저히 단죄해야 다시는 누구도 국민과 국회를 향해 총칼을 들 엄두를 내지 못한다.
재판부는 김현태가 흘렸던 눈물이 아니라, 그 이후 보여준 말과 행동을 기준으로 엄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헌법을 짓밟는 명령을 내린 자는 물론, 그 명령을 실행하고 뒤늦게 정당화한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 군대와 민주주의가 이번 내란 사태를 통해 반드시 남겨야 할 역사적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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