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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배재고 "깊이 반성"..광주일고 "여러분 미래 안 끝났으니 고개 들라"

배재고 "야구를 떠나 인성이나 태도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
광주일고 "누구나 실수..서로 화해하는 것이 더 성숙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

정현숙 | 기사입력 2026/07/07 [09:28]

고개 숙인 배재고 "깊이 반성"..광주일고 "여러분 미래 안 끝났으니 고개 들라"

배재고 "야구를 떠나 인성이나 태도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
광주일고 "누구나 실수..서로 화해하는 것이 더 성숙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

정현숙 | 입력 : 2026/07/07 [09:28]

6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 강당에서 배재고 야구부 선수(왼쪽)가 광주일고 야구부 선수에게 사과문을 전달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구 경기 중 상대팀에 조롱성 구호를 외쳐 파문을 일으킨 서울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6일 광주를 찾아 피해 학생들과 시민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해당 논란이 발생한 지 일주일 만으로 광주제일고 측이 사과를 받고 5·18 민주화 묘역에 함께 참배하면서 두 학교 간 갈등은 봉합되는 모양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배재고 야구부원 36명 전원과 학부모 일부, 교직원 등 86명은 이날 오후 3시께 광주일고를 방문해 사과했다. 이효준 배재고 교장은 사과문을 낭독하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배재고 야구부 주장 A군은 낭독한 자필 사과문에서 "저희가 광주에 발을 딛는 것만으로도 불편하셨을 텐데 귀한 시간 마련해주신 광주일고에 감사드린다"라며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들로 인해 마음의 큰 상처를 입은 광주제일고 선수들과 학부모님, 광주 시민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사죄의 뜻을 전했다.

 

A군은 "모든 선수가 진심으로 깊이 반성하고 있다. 야구를 떠나 인성이나 태도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다시 한번 배우게 됐다"라면서 "같은 선수로서 정말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다. 항상 마음속 깊이 반성하는 마음과 자세로 살아가겠다"라고 말했다.

 

배재고 권오영 야구부 감독도 "선수들의 지역 비하 응원은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잘못임을 인정한다"라며 "학생들을 잘 이끌고 가르쳐야 할 지도자로서 저의 책임이 가장 크기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라고 고개 숙였다.

 

권 감독은 이어 "깨끗하고 정정당당 해야 할 경기에서 상대에 대한 존중과 동업자 정신을 비롯한 학생 선수로서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고 인도하지 못했다"라며 "승패에만 집중하느라 잘못된 응원 소리를 바로 파악하지 못했고 제때에 제지하지 못했다는 말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라고 후회의 목소리를 냈다.

 

배재고 교장 등 교직원들은 "단순한 일탈이나 실수가 아닌 윤리 의식과 역사 인식의 총체적 붕괴에서 비롯된 사례로 보고 참담하고 부끄러운 마음"이라며 "자체 진상조사 및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여러 기관의 조사에도 성실히 응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 배재고 야구부 주장이 선수단 명의로 작성한 자필 사과문. 서울시교육청 제공 

 

      서울 배재고 권오영 야구부 감독이 작성한 자필 사과문. 서울시교육청 제공

배재고 선수들과 마주한 광주일고 선수단 대표 C군은 "저희도 다른 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광주일고 조윤채 야구부 감독은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고 실수는 반성하면 된다"라며 "서로 화해하는 것이 더 성숙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화답했다. 조 감독은 "선수들에게 항상 '양보하고 손해 보고 살아라'라고 한다"라며 "배재고와 언제 다시 그라운드에서 경기한다면 좀 더 멋지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배재고) 어머님들께서 들어올 때부터 눈물을 흘리고 계셔서 마음이 아팠다. 배재고 학생들, 고개를 들고 어깨를 펴라. 여러분의 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면서 "마음으로 사과하는 것, 몸으로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잘 살아가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아울러 "다음에 광주일고 학생들 만날때 정말 당당하게 마음껏 기량 펼치면서 멋진 승부를 펼쳐주는게 여러분이 용서를 구하는 제일 멋진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일고 정문 한쪽 담장에는 56회 졸업생이 내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배재고 아이들아! 너희를 사랑한다. 너희는 자라는 중이야, 그래도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단다”라는 문구가 바람에 흔들렸다. 이날 '사과와 화해'의 시간을 마친 양쪽 선수단과 교직원들은 광주일고 교내에 있는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탑을 함께 참배했다. 이후 학생들은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로 이동해 오월 영령들의 넋을 기리면서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를 학습했다. 

 

이날 묘역 참배에는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과 김대중 전남광주 교육감도 동행했다. 정 교육감은 "광주일고 학생 선수들과 관계자, 광주시민,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부끄러움을 아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배움과 성장이 시작된다고 믿고,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이 행동을 돌아보고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적 회복을 전개하고자 한다. 교육공동체와 시도 교육청이 함께 지혜를 모으겠다"라고 다짐했다.

 

정 교육감은 "공동참배는 사과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교육의 과정이자 민주주의를 배우는 뜻깊은 실천"이라며 "잘못을 돌아보고 서로 이해하고 미래의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새 출발을 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배재고는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선창한 학생과 '탱크 데이'라고 소리친 학생 총 2명을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하고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자세한 경위를 파악 중으로, 결과에 따라 교장·교감 등 관리자 책임을 물을지 여부도 검토한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극성을 떨치는 청소년들의 '혐오 놀이'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민주시민교육 종합계획 마련할 예정이다.

 

서울 배재고 학생들이 6일 광주특별시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찾아 사과한 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전남 광주시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광주제일고등학교와 배재고등학교 학생들이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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