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고액 헌금 문제로 논란이 돼 온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의 해산 명령을 확정했다. 일본 통일교는 고가의 물품을 강매하고, 거액의 헌금을 요구해 일본 사회에 오랜 기간 큰 피해를 일으켰다. 민법상 불법 행위를 이유로 종교법인 해산 명령이 최종 확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4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일본 최고재판소는 22일 통일교의 해산을 명령한 도쿄고등재판소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고 통일교단의 특별항고를 기각했다. 법원은 교단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반발했지만, 1973년부터 2022년까지 장기간 불법적인 헌금 권유 행위를 이어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재산상 손실을 당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혀 해산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도쿄지방재판소는 헌금 피해자가 최소 1천5백 명을 넘고, 피해액도 204억 엔에 이른다고 밝혔다.
마지막까지 쟁점이 됐던 '신앙의 자유 침해' 여부에 대해선 최고재판소가 명확한 선을 제시했다. 해산 명령은 세제 혜택 등 법인으로서의 특권을 박탈할 뿐 신도 개인의 종교 행위 자체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기존 판례를 따른 것이다. 앞으로 교단은 자산을 정리해 채권자에게 분배하는 청산절차를 거쳐 공식 소멸하게 되며 지난해 말 기준 교단 자산은 약 1조로 파악됐다.
통일교가 일본에서 종교법인으로 승인을 받고 포교를 시작한 건 지난 1964년으로 일본 사회에서 끊임없는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조상의 악운을 끊어야 한다며 고가의 물품을 강매했고 신도들에게 거액의 헌금을 요구하며 수많은 피해자를 낳는 와중에 곪아있던 갈등이 마침내 폭발했다. 모친의 과도한 통일교 헌금으로 가정이 파탄났다며 분노한 남성이 지난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하면서 교단 해체를 요구하는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다.
결국 일본 정부는 2023년 해산 명령을 청구했고 지난해 3월 도쿄지법 1심 판결에 이어 올해 3월 고등재판소 역시 해산 결정을 유지했다. 전날 최고재판소는 통일교측의 특별항고를 기각하면서 최종 확정됐다.
통일교와 신천지 등의 정교유착이 논란이 되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12월 국무회의를 통해 "정교분리 원칙을 어긴 종교재단은 해산해야 한다"라며 법제처에 법적 검토를 공개 지시했다. 조원철 법제처장은 당시 "종교단체가 조직적으로 심한 정도의 위법행위를 지속했을 때 민법 38조에 따라 해산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정부는 '특검 수사에서 불법이 확인되면 통일교 재단 해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해산 명령까지는 한학자 총재의 수사 결과에 따른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 한 총재는 건강 문제로 구속 집행정지와 재수감을 반복하면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한국 통일교는 최대의 자금줄인 일본 교단이 해산되면 안팎으로 최대 위기에 직면한 처지다.
'JTBC'가 입수한 '통일교 헌금 자료'에 따르면 통일교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걷은 헌금액이 1조원대인데, 이중 일본에서 걷힌 헌금이 9880억원으로 전체의 93%를 차지했다. 일본 법원의 항소심 결정문엔 "일본 통일교의 해외 송금 중 90%가 한국 통일교 본부로 갔다"라고 적시돼 있다.
앞서 2025년 하반기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 사이의 유착 의혹이 특검수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법원은 한학자 총재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 총재는 2022년 1월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1억 원을 전달한 혐의와 김건희씨에게 고가의 목걸이와 샤넬가방을 교단자금으로 구매하고 전달한 혐의, 증거인멸을 한 혐의 등 모두 4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신도 5만 명 국민의힘 입당 지시' 신천지 이만희 구속‥"증거인멸 염려"
대검찰청은 2026년 1월 검찰 25명·경찰 22명 등 전체 47명 규모의 '정교유착 비리 합동수사본부(합수본)'를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에 설치했다. 합수본은 금품 제공, 특정 정당 가입을 통한 선거 개입 등 통일교와 신천지의 정교유착 의혹 전반을 수사대상으로 삼고 있다.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은 신도들을 국민의힘에 강제로 집단 입당시킨 혐의로 전날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이 총회장을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라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변호인단은 이 총회장이 95세의 고령인 점과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점 등을 강조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총회장은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신천지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국힘 대선 경선과 총선 경선 등 4번의 선거를 앞두고 5만여 명의 신도들을 조직적으로 가입시킨 혐의를 받는다.
아베 전 총리 피격 후 일본 통일교는 해산되고 윤석열 정권과의 정교유착 혐의로 한국 통일교는 한학자 총재의 구속과 신천지 이만희 총재까지 구속되면서 거대한 이단 종교제국의 몰락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