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화무십일홍이라 해야 할지 삼일천하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서울시장 선거 승리로 잠시 들뜬 오세훈에게 청천병력이 떨어졌다. 특검이 오세훈에게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1년 6개월을 구형하고 3300만원을 추징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1% 차이로 서울시장에 당선된 오세훈은 이게 최종 유죄로 확정되면 서울시장 자리를 잃게 되어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아울러 공직선거법에 따라 차기 총선이나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나는 것이다.
오세훈, 특검 구형에 “하명수사”라 반발
특검의 구형에 오세훈은 “하명수사”라 반발했는데, 누가 특검에 하명해 수사했다는 것인지 어이가 없다. 명태균 여론조사는 하명수사가 아니라 그 전부터 의혹이 있어 특검이 수사를 했다. 과거 울산시장 선거도 하명수사라 하더니 모두 무혐의가 나왔다. 자신이 당하면 정치보복 운운하는 수구들의 전형적인 수법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지금은 윤석열 정권 시대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 시대다.
한편 오세훈과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부부시장과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한 것으로 지목된 사업가 김한정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이 구형됐다. 특검이 그들을 모두 유죄로 본 것이다. 증거가 너무 명확하기 때문이다.
특검,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라는 입법 목적을 훼손했다"고 적시
오세훈은 지난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태균에게 10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받고, 사업가 김한정에게 3천300만 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은 "오 시장이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라는 입법 목적을 훼손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오세훈은 민중기 특검팀을 정치적 목적으로 출범한 하명특검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여론조사 대납 관련 공소 사실을 전부 부인했다. 오세훈은 명태균을 몇 차례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선거 캠프에 도움을 주기에는 '함량미달'이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명태균, “오세훈이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 해달라 부탁” 폭로
오세훈은 "이 사건의 본질은 사기 공갈 사건"이라며 "명 씨가 엉터리 여론조사를 앞세워 사업가 김 씨를 속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명태균은 오세훈이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를 해달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그러자 명태균이 실제로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를 만들어주었다. 특검은 그때 샘플이 조작되었다고 밝혔다.
특검은 결심공판에서 "유력 정치인으로서 누구보다 정치자금법을 준수해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투명성 확보라는 입법 목적을 훼손하고 국민 신뢰를 훼손했다"며 "엄중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세훈 측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진 각본대로 움직인 하명 수사라고 반발했다.
올해 안에 최종심 나올 듯
1심 선고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법에 있는 이른바 신속재판 조항은 2심과 3심 선고도 각각 석 달 안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올해 안에 나올 가능성도 크다. 만약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최종 확정될 경우 오세훈은 서울시장직을 잃게 된다.
오세훈은 김한정 씨가 자신도 모르게 여론조사비를 댔다고 했으나, 김한정 씨가 설립한 공정과 상생 회원들이 나중에 서울시 산하기관장으로 임명된 것은 여론조사 대납에 대한 대가로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여론조사를 10번이나 했는데 후보가 그 자체도 몰랐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
특검도 이 점을 고려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한 것 같다. 오세훈 측도 이 점에 대해선 명쾌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사업가들이 아무 조건 없이 특정 후보를 돕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처음엔 선의로 도운 척하다가 나중에 본심을 드러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준석, “김건희도 무죄받았으니 오세훈도 무죄 받을 것이다” 주장
이준석은 김건희가 명태균 관련 여론조사로 무죄를 받았으니 오세훈도 무죄가 나올 거라 말했지만 어불성설이다. 그 사건과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 사건은 여론조사를 해준 명태균이 직접 증언했고, 김한정이라는 사업가가 여론조사비를 댔다는 게 드러났다.
더구나 김한정 씨가 설립한 공정과 상생 회원들이 나중에 서울시 산하기관장으로 임명된 것은 누가 봐도 의심을 살 만하다. 만약 그런 일이 없었다면 김한정 씨가 선의로 여론조사를 대신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오세훈이 그 여론조사를 봤거나 참조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당시 “나경원 이기는 여론조사” 홍보한 오세훈
오세훈은 당시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가 나왔다”고 홍보한 바 있다. 만약 여론조사를 보지 않았다면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가 나왔다고 홍보할 수 있을까? 특검도 이런 점을 고려해 1년 6개월을 선고한 것이 아닐까?
만약 오세훈이 최종심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받으면 서울시장 선거가 다시 열리는데, 그 경우 나경원이나 안철수가 나설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장 선거를 재선거하자고 주장하는 장동혁도 라이벌 하나가 사라져 미소를 머금을지도 모른다.
민주당에선 정원오 후보가 다시 출마할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나경원이나 안철수로 바뀌면 쉽게 승리할 것이다. 아니면 박주민 의원이 나설 수도 있다. 어쨌거나 오세훈은 최대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이제 남은 것은 법원의 판단인데 여러 증거가 남아 있어 무죄를 선고하기는 힘들 것이다.
오세훈은 특검을 향한 압박을 즉각 멈추고 사법부의 판단에 깨끗이 승복하라. 정원오 후보를 향해 30년 전 사건으로 흑색선전을 일삼았던 오세훈이 불과 5년 전에 있었던 사실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가?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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