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통일촌과 대성동 마을 접경지 주민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활짝 웃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취임 9일 만에 처음 전방 군부대를 방문하고 그동안 북한의 대남 방송 소음으로 고통을 호소해 온 접경지대 주민들을 만났다. 지난 11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중지시킨 지 이틀 만이다.

북한도 12일 0시 이후 대남 소음 방송을 이틀째 중지한 상태다. 북한의 대남방송은 이른바 귀신소리와 철판을 긁는 굉음, 여자와 아기 우는 소리, 짐승 우는 소리 등 괴성으로 전방 군인들은 물론 접경지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심각한 스트레스와 괴로움을 주고 있었다. 주민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려 퍼지는 괴기스러운 소음으로 수면장애와 전쟁 도발 불안감을 호소해 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파주 최북단 지역인 장단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접경지역 주민 간담회'를 열고 “북한이 우리가 (대북 방송을) 중단하니까 곧바로 또 따라 (대남 방송) 중단이 돼서 소음 피해를 해결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서로 전기 아깝게 시끄럽게 괴롭히는 것, 우리도 괴롭고 자기들도 괴롭고, 서로에게 득되지 않은 이런 걸 최대한 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앞으로는 소음 피해 문제만이 아니라 남북 긴장 관계가 많이 완화돼 경제 문제도 해결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통일촌·대성리 등 접경지 주민 대표들은 대남 소음방송 중지를 이끌어낸 이 대통령에게 "불과 며칠 만에 소원을 풀어주셨다"라며 “기본적으로 먹고 잠을 자야 하는데 인위적으로 잠을 안 재우는 것은 사람이 미치겠더라. 그걸 풀어주셔서 마을 주민을 대표해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한 여성 주민은 "짐승 괴롭혀서 고문하는 희한한 소리가 나서 몸서리가 너무너무 쳐서 있던 개도 같이 운다”라며 “병이 생겨 가지고 수면제도 안 된다. 진짜로 딱 (대남 방송을) 관두게 해주셨으니까 그 얘기만 하면 눈물이 난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접경지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중요" 남북관계 복원 의지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경기 연천군 25사단 비룡전망대를 방문해 망원경으로 북한 지역을 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날 접경지역 주민 간담회에 앞서 이 대통령은 서부전선 최전방 관측소 중 하나인 경기 연천 25사단 비룡전망대에서 최전방 경계부대(GOP) 장병들을 만나 12·3 비상계엄 사태를 거론하며 마음을 다독였다. 이 대통령은 “최근 여러 가지 일 때문에 여러분 자긍심에 손상이 있을 수 있는데 국민들은 장병들의 충성심을 믿는다”라며 “잠깐 험악한 상황을 상정했는데 역시 일선 지휘관들, 장병 여러분들이 특정 개인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충성심으로, 국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자기 역할을 잘해 주셨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중요하다. 그건 여러분의 몫”이라면서 “그것보다 가장 중요한 건 싸울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인데 그건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안보라고 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가 존속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며 “여러분이 그 일을 맡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 등을 통해 남북 관계를 복원하려는 대북 구상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