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은 22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에 저 이준석과 개혁신당은 끝까지 이준석, 그리고 개혁신당의 이름으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이 받아보실 투표용지에는 기호 4번 개혁신당 이준석의 이름이 선명히 보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3년전 대선에서 안철수가 주장했던 완주론의 묘한 데자뷰를 보는 듯하다. 당시 안철수는 윤석열을 찍으면 손가락을 자르고 싶을 것이라며 절대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대선을 불과 5일 남기고 단일화 논리에 굴복하고 말았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도 나온 것을 빗대어 이 후보는 “‘이준석으로의 전략적 선택’이 이재명 후보를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승리의 방정식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여주고 있다”며 “외부의 회유와 압력에도 우리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대한민국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야합하는 길이 아니라 언제나 정면 돌파를 선택했던 노무현 대통령처럼 이번에는 이준석으로 정면 돌파를 시도해달라”며 “정권 교환이 아니라 진짜 정권교체, 원칙 위에 바로 선 합리적 개혁 정치의 재건, 오로지 실력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새로운 정부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진 백브리핑에서 “지난 며칠간 저에게 단일화 운운하면서 국민의힘이 한 행위는 굉장히 모욕적이고 이번 선거를 비전이 아닌 난장판으로 만들려는 시도였다”며 “특히 그 당의 패널이 방송에 나와 전혀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선거판을 어지럽힌 상당한 책임이 있다. 그래서 오해의 소지를 이제 완전히 없애기 위해” 이같이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국민의힘의 모든 전화번호에 수신 거부 및 차단 설정했고, 국민의힘 어떤 인사와도 단일화에 관해 소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안철수 의원과도 만난 것과 관련해 ‘단일화 협의를 애초에 할 생각은 있었던 거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이 후보는 “아니요”라며 “안철수 의원은 계엄 사태에서 진정성에 대해 무슨 말 하는지 듣는 것도 예의라고 생각해서 듣는 것이고 저한테 만나자 하는 사람들 잘 만나는 편”이라고 답했다.
이준석은 이명박 정권의 말기에 박근혜 비대위를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인기가 떨어지고 코너에 몰리면 당명을 바꾸고 색깔을 바꾸면서 본질을 흩트리는 짓을 반복적으로 했던 국힘당의 전신 한나라당 새누리당 출신인 것이다. 이준석의 셈법을 연구해볼 여지가 있다.
우선 그는 선거비용을 한 푼도 보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굉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보전 상한액은 588억원이다. 대선은 그만큼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준석은 그 많은 돈을 조달하기조차 쉽지 않다. 득표율이 10% 이하가 된다면 단 한 푼도 보전 받지 못하고 수십억의 돈을 날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가 완주여부를 고민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둘째, 이번 대선에서 완주한 후 다음 대선을 노린다는 전략도 있지만 그럴 경우 우리나라에서 제3지대 정당으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과거 이인제도 이회창에게 경선탈락 후 별도의 정당을 만들어 출마했지만 그것으로 그의 대선도전은 사실상 종료되었다. 완주하고 나서도 제대로 인지도가 올라가지 않을 가능성에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다. 셋째, 그가 단일화를 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당권을 주는 것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당권은 주고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당원들이 선택할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내적으로 내심 국무총리 직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제안하는 것은 후보 매수에 해당하기 때문에 은밀한 거래를 통해 단일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 대선의 안철수처럼 어느 날 갑자기 이준석이 단일화를 선언할 수도 있다. 이준석이 완주를 포기한다고 이준석의 표가 모두 김문수에게 간다고 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다만 나이만 젊을 뿐 계략에 능한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에게 기대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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