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손절' 1번 타자는 나경원..."파면 예상" 빠른 태세 전환헌재 선고 전까지 ‘각하·기각’ 주장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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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알았다”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받고 있다.
앞서 나 의원은 탄핵 심판 전까지 “각하될 것” “직무 복귀 예상” 등의 메시지를 수차례 내놨다. 막상 결과가 나온 뒤에는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파면 결정 이후 “그래서 탄핵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라고 밝혔고, 장외집회 참여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파면당한 전직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나 의원은 “이런 참담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기에 탄핵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라고 말한 것으로 의총 참석자들이 전했다. 해당 발언은 앞서 나 의원이 강조한 ‘각하 또는 기각’ 전망과는 전혀 다른 표현이다. 이에 대해 나 의원 측은 “파면 가능성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섣부른 탄핵에 반대한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당내 중진 중에서도 나 의원은 윤상현 의원과 함께 극우단체의 탄핵 반대 장외집회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인물 중 한 명이다. 선고일 새벽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각하나 기각을 전망한다”라고 말했고, 불과 열흘 전에는 “조심스레 대통령의 직무 복귀를 예측해본다”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에 대해 의원실은 “이번 집회 참여는 대통령 개인이 아닌,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라며, “정치적 거리두기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또 한겨레에 "민주당의 내란몰이로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됐을 때, 파면까지 될 가능성과 위험성을 예상했다는 것”이라며 “섣부른 탄핵소추가 옳지 않다는 일관된 주장을 했다”라고 해명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전까지 ‘복귀 예측’과 ‘각하 주장’을 이어온 나경원 의원이 헌재 결정 직후엔는 “이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라고 밝히며 선고 전후 발언에 극명한 온도차를 보인 것이다.
이날 의총에서 김기현 의원은 “우리는 폐족”이라며 “이번 대선에서는 못 이긴다고 인정하고 중장기적 대안을 세우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윤상현 의원은 “기각을 강탈당한 것이나 다름없다”라면서 여전히 헌재 판단을 강하게 비난했다.
"나경원, 윤석열과 그 지지층을 ‘자기 정치’의 기반으로 쌓기 위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서 나경원 의원의 태세 전환을 보도한 한겨레 기사를 공유하면서 "파면 선고 뒤 국민의힘에서 누가 가장 먼저 윤석열과 등을 돌릴까 궁금했는데, 제 예상(이유는 영업비밀!)대로 나경원 의원이 선두 타자"라면서 "윤석열이 아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 했다면, 나 의원은 왜 용산 관저 앞 ‘인간 방패’로 두 번 모두 나서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했을까?"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이어 "파면을 예상했던 나 의원이 윤석열 ‘옥중정치’의 확성기 스피커를 자처한 이유는, 반탄 집회에 열심히 나갔던 이유는, 전한길과 함께 재보궐 유세장을 돌아다닌 이유는 도대체 뭘까?"라면서 "윤석열과 그 지지층을 ‘자기 정치’의 기반으로 쌓기 위한 게 아니면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다"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그래서 다음 타자 또한 열성적으로 반탄을 외친 이들 중 한 명으로 예상된다. 내심적절한 타이밍에 윤석열과 손절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국힘은 이미 민심에서 ‘아웃’, 상장폐지된 휴지 조각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나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 당시부터 거의 매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글들을 게시해 '윤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이들은 나 의원을 차기 당대표 심지어 차기 대통령감으로 띄우기도 했다. 나 의원은 정계 입문 당시에는 친이명박계였다가 윤석열 정권에서는 친윤으로 나섰다. 결국 파면되니 손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