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 갔다가 저녁밥도 얻어먹지 못하고 무시만 당한 한동훈이 9일 민주당이 개최한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수가 너무 적다며, 그 정도 가지고 정권을 뒤엎을 수 있겠는가, 식으로 말해 그 말의 의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집회 규모가 더 커져야 한다는 말로도 들리기 때문이다.
한동훈은 SNS에 “이재명이라는 기득권 정치인 1명의 범죄 처벌을 무마해주려고, 상식있는 시민들이 판사 겁박하러 주말에 거리로 나서줄 거라고 민주당이 착각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노총+촛불행동+민주당 원팀의 판사 겁박 무력시위 결과에 민주당이 많이 실망했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한동훈 딴에는 100만 명 정도 모여야 윤석열 정권이 흔들릴 텐데 수가 너무 적다는 말인 것 같다. 하지만 박근혜가 탄핵될 때도 처음에는 불과 몇만 명으로 시작해 100만 명이 되었다는 것을 상기하면 9일 모인 수도 적지 않은 수다. 9일 세 단체 집회에 모인 수는 수십만 명 정도 되어 보였다. 이게 적은 수인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가서 분풀이하기
한동훈의 이러한 태도는 마치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가서 분풀이한다”는 속담을 떠오르게 한다. 용산에 가서 갖은 수모들 당하고도 끽 소리도 못하더니 그걸 민주당에 분풀이 하는 꼴이 정말 가관이다. 그런데 그런다고 용산이 한동훈을 반길까? 그야말로 ‘용산에서 뺨 맞고 민주당에 분풀이 하는‘ 격이다.
한동훈은 윤석열이 “사과도 하고 인적쇄신도 약속했으며, 김건희의 대외활동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으나 이 역시 왜곡된 것이다. 윤석열은 사과해 놓고 뒤에 가서 구체적으로 잘못한 게 없다고 했고, 인적쇄신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며, 김건희의 대외 활동도 외교에 꼭 필요한 것은 하겠다고 말했다. 핵심은 김건희 특검인데 특감만 주장하니 그래서 ‘아’ 다르고 ‘어’다르다란 말이 생긴 모양이다.
‘트리풀 커플링’ 시작
한동훈 딴에는 용산과 정면충돌하는 것을 피해 어떻게 하든지 당대표 자리를 유지하고 싶은 모양이나, 그런 식으로 하면 윤석열 지지율, 당지지율, 본인 대선 지지율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이른바 ‘트리풀 커플링 현상’이 계속될 것이다. 그 조짐이 여러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윤석열 정권의 국정 지지율은 17%이고, 국힘당 지지율은 29%(민주당은 36%), 한동훈의 차기 대선 선호도는 14%(이재명은 29%)로 ‘트리풀 커플링 현상’이 일어났다. 갤럽에서 당 지지율이 7% 차이가 난 것은 이례적이다. 보수층에서도 더 이상 한동훈에게 기대할 게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듯하다.
이미 탄핵 열차 시동
수구들은 다음주엔 지지율이 오를 거라 전망하지만 사실상 탄핵이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긍정이 10%대, 부정이 70~80%인 것은 윤석열 정권이 이미 심리적으로 탄핵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편 9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윤석열은 지지율 15%로 세계 25개국 정상 가운데 꼴찌였다.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윤석열을 낮게 평가한 것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수도권의 경우 서울 17%, 인천과 경기 14%가 나와 충격을 주었다. 영남 다음으로 높았던 충청도 11%가 낮아져 18%를 기록했다. 호남은 역대 가장 낮은 3%다. 호남에서 3%가 나온 것도 처음이다. 조금 올랐다는 TK와 PK도 여전히 20%대다. 특히 부정 평가 중 매우 잘못한다가 과반을 넘어 회복 불능임을 보여 주었다. (자세한 것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 기자회견 후 국힘당도 흔들려
윤석열의 기자회견이 마지막 기회였으나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어버렸다. 특히 김건희 특검이 삼권분립 위반이라는 말에는 보수도 헛웃음을 쳤다. 자신이 야당 추천으로 특검에 속해 박근혜를 구속시켜 놓고 김건희 특검은 위헌이라니 이 말에 누가 공감하겠는가?
김건희 수사가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말은 더욱 웃긴다. 김건희는 아직 수사 한 번 재대로 받지 않았고, 더구나 재판 한 번 안 받았는데 무슨 얼어죽을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말인가? 윤석열의 말인즉 한 번 수사한 것을 다시 수사하면 일사부재리 원칙 위배란 것인데, 그럼 왜 이명박은 재수사해 구속시켰는가? 특검은 원래 검찰 수사가 미진할 때 하는 것이다.
윤석열의 적은 윤석열(윤적윤)
이처럼 윤석열의 적은 윤석열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윤석열은 자신이 과거에 한 발언과 배치되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술을 자주 마시다보니 뇌세포가 죽어 전에 자신이 한 말이 떠오르지 않은 모양이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윤석열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대통령실에서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해놓고 잠시 후 자신도 다섯 번 했다고 고백했다.
또한 윤석열은 자신은 김건희의 휴대폰을 보지 않지만, 김건희는 새벽 5시까지 자신의 휴대폰을 보며 일일이 문자에 답을 한다고 말해, 채 상병 사건 때 혹시 김건희가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해명하려다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김건희를 수사해 처벌하지 않고서는 윤석열 정권은 존립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김건희가 만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한동훈도 그걸 잘 알고 있으면서 이재명 대표를 때려 용산의 환심을 사려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한동훈이 지금 누굴 걱정할 처지인가? 오비삼척(吾鼻三尺)인데 말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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