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친일인사 축소'·' 독재자 미화' 새역사 교과서 통과됐다중고교 새 역사 교과서 집필자 “5·18은 민주화운동 아닌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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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새 교육과정 적용으로 내년 3월 새 학기부터 학교에서 사용할 중학교·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 결과를 30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교육부가 공개한 내년 3월부터 사용할 새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에서 친일 인사나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기술을 축소하거나 우회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우편향 지적이 나온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 데 대해 "분명한 역사쿠데타 시도"라며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닌 윤석열 대통령도 이번 사태에 대해 직접 국민께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위안부’를 축소하고 독재를 장기 집권으로 미화하고 친일파를 옹호하는 괴이한 역사 교과서가 은근슬쩍 검정을 통과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정부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9종 중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출판사의 집필진 다수가 보수 편향의 인물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 책임’은 쏙 빼놓고 교과서 표지에는 연평도 포격 사건 그림을 넣는 등 논란이 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학력평가원은 이승만 정부를 '독재'라고 서술하는 다른 교과서와 달리 '장기 집권'으로 에둘러 표현하면서 윤석열 정권의 우상화 작업에 동조해 업적만을 강조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 그동안 사용해 온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넣었다. 이 출판사가 역사교과서 검정을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통과시킨 주체와 업체에 대한 정체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헌법을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고, 그런 행위를 일컬어 매국이라 한다. 매국 행위를 하는 자를 매국노라 한다"라며 "이 정부에 매국노가 얼마나 판을 치고 있길래, 친일 굴종 외교로 일관하고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고 주장하며 아예 일본 정부가 역사 왜곡 교과서를 펴내는 것까지 따라 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땅, 동해는 일본해라고 표기할까 두렵다"라며 "미래 세대들을 왜곡된 역사 인식으로 세뇌시켜 식민 지배를 합법화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말살하려는 의도가 아닌 이상, 이런 역사 왜곡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새 교과서 집필진인 배민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 5·18 ‘사태’로 축소하고 전두환씨가 한국 현대사에서 “지극히 악마화 돼 있다”라고 국민 정서에 반하는 주장을 한 인물이다. 이에 해당 교과서로 역사를 배울 중고교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윤석열 정권의 이승만 전 대통령 미화 작업은 공영방송에서부터 시작됐다. KBS는 지난 8.15 광복절에 맞춰 이승만 다큐멘터리 '기적의 시작'을 방영했다. 대구 10.1항쟁을 '대구 폭동'으로, 여수순천 사건을 '여순 반란'으로 명명해 국가 차원에서 정리된 역사조차 왜곡했다. 특히 3.15 부정선거에 대해서는 수하들이 저지른 것으로 이 전 대통령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4.19혁명이 일어난 지 4일 만에 입원 중인 시위부상자를 위문하는 인간 이승만 모습을 부각하며 "당시 분노한 분심도 지웠다”라고 했다. 또 6.25 전쟁 위기 속에서도 "국민들을 두고 나 혼자 서울을 떠날 순 없다"라며 서울에 남아있기를 고집했다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뻔한 거짓말로 역사를 왜곡했다.
KBS 이승만 다큐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