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조일[바로 보는 조선일보] - 5 대통령실 이진숙 엄호, 오물풍선이 아니라 만시지탄
북과의 긴장과 갈등 조장에 앞장서고 있는 조선일보 종업원 양지호 기자가 ‘대통령실 "野 탄핵안, 北 오물 풍선과 무슨 차이냐?"’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는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일반 국민의 기준으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흠결을 드러냈다. 공직 취임은커녕 자신이 저지른 것으로 의심받는 탈법, 불법 행위에 대해 수사받아야 한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번 탄핵 사태는 절대로 임명될 수 없었던 사람을 고집한 원죄를 가진 윤석열 대통령이 문제가 아니었던가? 이번 사태에 대한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엉뚱한 듯하지만 비유적으로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어 빼어난 실력을 짐작하게 한다.
먼저 엉뚱한 점을 생각해 본다. 야당의 탄핵안을 굳이 북의 오물 풍선과 비교한 점이다. 사상 유례없는 긴장 관계에 있는 북을 굳이 끌어들이지 않아도 될 상황에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정혜전 대변인의 상상력이 결여된 구태의연함 때문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이른바 북풍 공작이 아직도 효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 국민 정서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점을 전하고 싶다. 어떤 극우 선동가가 쓴 표현을 빌렸다면 대통령실의 관행으로 이해할 만하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의 전력이 TV조선 진행자였다니 궁금증이 쉽게 풀렸다. 구차하게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이런 비유 정도는 능히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판단된다.
야당의 탄핵안에 대해 북의 오물 풍선으로 비유했다는 사실은 다시금 더욱 상큼해서 금방 와닿는다. 북이 먼저 나서서 오물 풍선을 날리지는 않았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오물 풍선의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북 전단 살포는 인근 지역민들의 끈질긴 반대를 무시하고 일부 탈북민 단체가 중심이 되어 강행했다. 북이 보복으로 오물 풍선을 날리게 된 것이고 큰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 심지어 대통령실에 오물 풍선이 떨어졌다는 보도가 나올 지경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른바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활동에 대해 자제를 요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대북 확성기 방송까지 결정해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휴전 70년 동안 적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남북 사이에서나 가능한 비극이다.
결론적으로 야당의 탄핵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진숙이라는 사람을 방통위원장으로 임명을 강행한 데 따른 것이었고 이것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선제 살포와 궤를 같이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좋아하는 선제 공격인 셈이다. 국회에서 이진숙 씨에 대한 탄핵은 북에서 내놓은 고육책인 오물 풍선으로 비유될 수 있다. 이번 대통령실의 발표는 이런 점을 정확히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남에서 먼저 무리하게 대북 전단을 허용해 북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았으면 북의 오물 풍선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윤석열 대통령이 청문회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에 대하여 이진숙 씨에게 소명할 기회를 주고 이 결과에 따라 임명 여부를 결정했다면 이번 탄핵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실의 정혜전 대변인이 내놓은 입장은 '적반하장'인 셈이다. 자신들이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고 마치 상대에게 책임을 씌우는 모양새가 되었기 때문이다. 정 대변인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번 탄핵을 “반헌법·반법률적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방송통신위원장이 근무 단 하루 동안 대체 어떻게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는 건지 묻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역시 같은 맥락에서 대통령의 무분별한 거부권이나 부적격 인사에 대한 임명이 헌법과 법률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지는 않았는지 성찰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임 방통위원장들이 급작스레 사표를 내면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수리하는 웃음거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정혜전 대변인이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당당히’ 헌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말이 만시지탄으로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정혜전 대변인의 상황 인식을 대통령실과 윤석열 정부 그리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공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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