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신바람이 났다. 국내 방송에서 일본 노래에 대한 ‘금단의 벽이 무너졌다’면서 더 이상 문화적 경계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뽕짝을 널리 퍼뜨리는데 앞장서 온 TV조선의 예능 프로그램 ‘미스터 로또’에서 한 가수가 일본 노래를 부를 때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지고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도 있었다고 친절하게 현장 모습까지 중계한다. 가히 감동적이긴 하지만 국내 예능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과정을 보면 그리 별난 일도 아니기에 최보은 족벌 기업 조선일보 기자의 호들갑이 천박하게 들린다. 아직 성에 차지 않는 듯 ‘방송 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감성에 반했다” “신선하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단다. 이어서 일본 노래가 방송에 왜 나오느냐 같은 반응은 거의 찾기 어려웠다고도 전한다. 전혀 없다고 쓰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전문가를 대중문화평론가를 동원하는 것은 전형적인 조선일보식 보도 행태다. 자신의 주장에 설득력이 부족하다 싶으면 이른바 전문가의 힘을 빌리는 방식이다. 물론 자신과 다른 의견을 조금이라도 드러내면 그는 전문가 대열에서 탈락이다. 그가 원하는 먹이가 아닌 것이다. 다행히 그의 진단은 기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남음이 있다. ’노 재팬 운동 등 일방적인 반대로 억눌렸다가 오히려 반발로 소비가 폭증한 것도 있다‘는 참으로 신선한 분석까지 해주니 그렇잖아도 입이 근질근질하던 기자로서는 감읍이다.
아무리 전문가라도 기자가 제시하는 엄격한 잣대를 통과해야만 지면에 의견이 반영되는 것은 당연하다. 노 재팬 운동까지 한꺼번에 몰아치는 조선일보의 꼼꼼한 전략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K컬쳐의 세계적 인기로 보아 왜색 문화에 우리 문화가 잠식당할 것이라는 식의 인식은 설 자리는 없다는 다른 관계자의 말까지 인용했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 역사에 김대중 대통령의 역할을 인용하는 치밀함으로 이 기사는 최고 완결성을 갖게 된다. 조선일보는 사형수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하여 ’10.26 이후에 그의 무리한 집권 기도가 빚어낸 결과였다‘라고 비난하며 전두환의 폭압을 합리화하고 있는 자들이다.
나는 지금도 반아베평화운동가를 자처하고 있다. 2019년에 폭발했던 노 재팬 운동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근성을 조금도 반성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경제 전쟁을 선포한 아베에 대한 자연스러운 분노의 표시였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래 과거사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정리를 바탕으로 한 한일관계의 정립보다 일본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굴복하며 일본의 선처를 기다리는 듯한 태도에 노재팬 운동이 잠시 가라앉아 있을 뿐이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 투기를 비롯해 동해 표기,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조선일보는 철저히 애완견 노릇을 해왔음은 모두 알고 있다. 최근에는 사도 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일본 제국주의가 한국인 강제 징용 노동자의 존재 조차도 부정하는 현실이 되었다. 이 문제는 결국 일본 제국주의가 한국을 점령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데까지 연결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일본은 과거사 부정에 대해 치밀하게 준비하여 착착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는 데 반해 윤석열 정부는 그들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굴복하는 모습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조선일보가 앞잡이가 되어 일제가 박아놓은 쇠말뚝 역할을 하는 사실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하필 이런 상황에 조선일보가 일본 노래가 방송에 나오는 것이 마땅히 환영해야 할 일인 듯 보도하는 저의가 궁금하다. 곧 탄핵이 될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전 국민 앞에서 말한, 위안부 문제의 강제성 여부는 논쟁적이라는 주장과 윤석열 정부의 일본 편향적인 입장을 통해 조선일보 최보윤 기자가 자신감을 얻은 것일까? 기사를 보면 일본 노래가 종편에 나온 것은 최근이 아님에도 보도 시점이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보윤 종업원이 지상파에서도 일본 노래가 자연스레 방송되는 날이 머지않을 것이라는 선견지명을 발휘하려 했다면 당장 걷어치우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