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VIP를 교체하더니 선물도 서류로 둔갑하는 신기한 마술이제 와서 행정관, 공무원이 김건희에게 보고할 의무도 없어▲ 보고할 서류가 들어있다는 대기자 쇼핑백 2개 © 서울의소리
우리 속담에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란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옳지 못한 일을 저질러 놓고 엉뚱한 수작으로 속이려할 때 하는 말이다. 김건희 명품수수와 채상병 수사 외압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가운데, 웃기는 해명이 나와 정치가 ‘개콘’보다 재미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으로 이미 유죄를 받은 이종호가 제보자와 나눈 대화 녹취가 공개된 가운데, 대화 속의 VIP가 문제가 되자 이종호는 “VIP는 윤석열이나 김건희가 아니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다”라고 둘러댔다. 그런데 자신이 과거 윤석열과 김건희를 V1, V2라 지칭한 증거가 드러나자 이번에는 “VIP는 김건희가 맞는데, 내가 허풍을 쳤다”고 말을 바꾸었다. 가히 언어의 마술사 같다.
대기자는 행정관?
그런데 그 비슷한 일이 김건희 명품수수 사건에서도 나왔다. 최재영 목사가 김건희에게 디올백을 선물하기 위해 코바나콘텐츠에 방문했을 때, 복도에서 대기하던 사람이 몇 명 더 있었다. 최재영 목사가 촬영한 화면에 잡힌 것을 보면 대기자들은 신라면세점이라 씌어 있는 에코벡을 들고 있거나 다른 가방을 옆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김건희 변호인이 그때 대기자들은 김건희에게 보고서를 올리기 위해 대기 중이던 대통령실 행정관이며, 가방 안에는 김건희에게 올릴 보고서 서류가 들어 있었다고 해명했다. 김건희 변호인은 그 증거로 그 전날 행정관들이 서로 주고 받은 텔레그렘 문자를 공개했다.
<김건희 측 최지우 변호사 제공>
그런데 김건희 측 변호인이 공개한 문자를 보면 윤석열과 김건희가 영국 방문 일정을 검토 중이란 말과 함께 보고를 하루 미를 수 있다는 말 뿐, 그들이 하루 뒤에 코바나콘텐츠 사무실에 갔다는 다른 증거들은 공개하지 못했다. 그들이 정말로 그날 보고서를 올리기 위해 코바나콘텐츠 사무실에 갔다면 주변 CCTV에 그들이 타고 간 차나 그들의 모습이 담겨 있을 것이다.
CCTV가 이미 삭제되었다 해도 당시 대통령실 근무일지라도 공개하면 신빙성이 높을 텐데, 왜 가방과 당시 보냈다는 서류만 공개했는지 궁금하다. 서류 속에 있는 9월 13일 날짜도 대통령실 컴퓨터에서 확인한 게 아니라 서류 속에만 그렇게 박혀 있을 뿐이다. 대통령실 딴에는 복도에 대기하던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행정관이라는 사실로 김건희가 최재영 목사에게 받은 디올백 사건을 희석시키려 했는지 모르지만, 김건희가 그날 디올백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모르긴 모르되 대통령실은 이 건으로 최재영 목사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 훼손으로 고소할지 모르지만, 그 경우 법정에 그 행정관들이 모두 출두해야 하므로 긁어서 부스럼만 만들 것이다. 행정관들이 그날 코바나콘텐츠에 갔다는 다른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면 법원도 판단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실이 검찰의 압수수색에 응하겠는가?
부산에는 신라면세점 없어
▲ 신라면세점 에코백 © 서울의소리
김건희의 변호인은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당시 신라면세점 에코백을 들고 있던 사람은 대통령비서실 조모 행정관이고, 에코백과 종이 가방엔 보고서가 들어 있었다"며 "이를 입증하고자 당시 들고 있던 에코백을 검찰에 임의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라면세점 에코백은 오래 전 부산 신라면세점 오픈 당시 100달러 이상 구매자에게 제공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뉴스토마토’ 기자들이 취재한 결과 부산은 1990년 이후 면세점이 운영된 바 없다고 한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1989년~1990년, 잠깐 부산에서 면세점을 운영했던 것 외에 부산에 우리 면세점은 없다"고 답했다. 다만, 신라면세점은 부산항(부산시 동·남구)과 김해공항(부산시 강서구)에서 신라면세점 인도장을 운영 중이다. 면세점 인도장이란 인터넷 면세점이나 시내 면세점에서 사전 구매한 면세품을 출·입국 때 건네받는 장소다. 복수의 면세업계 관계자는 "부산항 인도장은 2015년에 문을 열었고, 김해공항 인도장도 최소 2017년보다 훨씬 전에 개점했다"고 했다.
김건희 측 주장이 맞다면 조모 행정관은 영상이 촬영될 당시인 2022년으로부터 무려 30년 전(1989년)에 부산 신라면세점으로부터 에코백을 받았다는 말이 된다. 면세점 인도장에서 에코백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5~7년 전 일이다. 반면 영상 속 에코백은 너무 깨끗하다. 다른 사진에는 에코백이 아닌 네모난 상자처럼 보이는 종이가방도 보인다. 언제부터 공무원들이 저런 곳에 서류를 넣어 보고했는가? 저런 가방을 대통령실에 두고 사는 것도 우스워 보인다. 대통령실엔 봉투도 없는가?
이제 와서 행정관, 공무원이 김건희에게 보고할 의무도 없어
그리고 명품수수 사건이 공개된 지가 언젠데 이제 와서야 대기자들이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던 행정관이라 밝힌 것도 우습다. 그게 사실이면 명품수수 사건이 터졌던 작년에 행정관들이 나서 그때 대기하던 사람들은 자신들이라고 밝혔어야 했다. 그런데 왜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그런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다.
대기자가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행정관이라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대통령실엔 영부인 일정을 관리하는 제2부속실이 있어야 하는데, 윤석열 정권은 제2부속실을 폐지했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김건희를 관리해줄 사람이 없었다. 공무원이 김건희 심부름을 했다면 그 자체가 위법하다.
백번 양보해 그 사람들이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행정관이라 해도, 하필 신라 면세점 가방 안에 서류를 넣어 간 것도 웃긴다. 보고할 서류가 얼마나 많기에 종이봉투가 아닌 신라면세점 가방 안에 넣어 갔다는 건지 모르겠다. 영국 방문 시 일정이나 유의사항이 담긴 보고서는 불과 몇십 쪽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국가 보고서를 반팔 셔츠 입고 츄리닝 입은 채 받는가? 그것도 화장지에 가래까지 뱉어가며 말이다. 이것은 국격의 문제다.
본질 아닌 것으로 본질 희석
다시 강조하지만 이번 사건은 김건희가 명품을 수수했다는 그 자체이며, 나머지는 사건을 희석시키기 위한 물타기에 불과하다. 곁가지를 아무리 동원해도 본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더구나 부산 신라 면세점에서 사은품으로 받았다는 에코백도 사실이 아닌 것이 드러났으니 이제 그걸 어디서 구했다고 변명할 것인가?
VIP를 윤석열과 김건희에서 김계환 사령관으로 바꾸더니, 이제 선물을 서류로 교체할 참인가? 혹시 대통령실에 마술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리고 이종호가 녹취에서 말한 ‘삼부’는 뭔가? 그것도 ‘골프3부’라 하려는가, 아니면 ‘이자3부’라 할 것인가? 이제 삼부토건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와 주가 상승이 최대의 이슈가 되어 정국을 달굴 것이다. 이미 각 언론사 탐사 취재팀이 관련 취재에 들어갔다. 용산이 잠 못드는 이유다. 국민들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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