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하고도 그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이유는 당원 80%가 지지한 추미애가 국회의장 선거에서 우원식에게 졌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원식은 당원들로부터 한 자릿수 지지를 받았다. 제대로 된 당이라면 당원 80%가 지지하는 후보가 국회의장이 되어야 하는데, 그 결과는 반대였다. 이번 국회의장 선거는 민주당 의원 169명이 투표에 임했고, 그중 89명은 우원식을 나머지 80명은 추미애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 난 민주당 당원 게시판
국회의장 선거 결과가 뉴스로 나가자 민주당 당원 게시판은 불이 났다. 탈당하겠다는 당원들이 쏟아졌고 현재까지 약 2만 명이 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5만 명이 탈당했다는 말도 들려온다. 그러자 급해진 민주당 지도부는 ‘당원컨퍼런스’를 하며 전국을 순회하고 있다.
23일엔 부산에서 당원컨퍼런스를 했는데 당원들의 울분이 여과 없이 터져 나왔다. 이재명 대표가 "우원식 찍은 의원들이 나쁜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당원들의 울분은 그치지 않았다. 민주당 당원들은 우원식 개인을 싫어하거나 비판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의장 선거는 개인의 호불호가 아닌 윤석열 정권 타도 적임자 찾는 것
혹자는 우원식 의원도 그동안 ‘을지로위원회’를 이끌면서 좋은 일을 많이 했는데 왜 문제냐고 따지겠지만, 그건 작금의 상황 인식을 잘못한 것에서 기인한다. 이번 국회의장 선거는 개인의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윤석열 검찰독재에 맞서 더 잘 싸울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도부는 당원들의 뜻을 잘못 알고 우원식도 좋은 사람이다 식으로 당원들을 달래려 하고 있다.
거기에다 김성환, 이강일 등이 “나도 우원식 찍었다”고 고백하자 당원들의 탈당 속도가 더 빨라졌다. 며칠 만에 당원 2만 이상이 탈당한 것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사실상 민주당의 위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도부는 그저 전국을 돌며 당원컨퍼런스나 하면 분노가 사라질지 아는 모양이다.
당 지도부와 당원들과의 대화는 총선 전에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뿐, 말로만 당원 중심 운운해놓고 지역구에 당원들이 모일 자리 하나 없고 협의체도 별로 없다. 중앙당은 그런 것에 돈도 별로 쓰지 않는다. 중앙당에서 돈을 보내주지 않는데 지역구에서 누가 자발적으로 나서 자기 돈 써가며 조직을 늘리고 당원 협의체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을까? 한다면 대부분 그들은 출마 후보자들일 것이다.
이재명 대표도 당원들의 진정한 뜻 잘 모른 듯
이재명 대표는 23일 “우원식 후보를 찍은 분들이 여러분의 의사에 반하는 나쁜 사람은 아니다”라고 밝히며, “선출한 사람은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자기 뜻에 따라 움직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선출된 사람은 자유롭게 판단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기도 하다”며 “저는 그게 바꿔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대의제에서 뽑은 사람의 뜻대로 움직이면 포퓰리즘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이러한 말은 당원들의 진정한 뜻을 잘 모르고 한 말 같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번 국회의장 선거는 개인의 호불호가 아니라, 작금의 정국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 민주당 당원들은 지난 4년 동안 민주당 출신 박병석과 김진표가 국회의장을 하면서 한 행동을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그저 국회의장은 당적이 없으니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매몰되어 있었다. 심지어 김진표는 채상병 특검 의결도 해외여행 때문에 직권 상정도 안 하려다가 하도 분노가 높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했다. 하지만 윤석열이 거부했다.
28일에는 채상병 특검 재의결이 이루어지는데, 국힘당에서 17명이 소신 투표를 해야 가능해진다. 혹자는 국힘당에 낙선자가 56명이라 그중에서 반란표가 나올 거라 하지만 그건 수구들의 생리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용산은 그걸 대비해 그들에게 이미 당근과 채찍을 활용하고 있다. 대통령실에 낙선자 다수가 들어간다는 보도가 이미 나왔다. 그밖에도 공기업 등 낙선자들을 달랠 카드가 수백 장이다.
분노에 불 지핀 커밍아웃
민주당에서 정책위의장을 한 김성환(3선, 서울 노원)이 “나도 우원식 후보를 찍었다”고 이른바 커밍아웃을 한 데 이어 23일엔 충북 청주에서 당선된 이강일 당선자가 커밍아웃에 동참했다. 그들 딴에는 “우원식이 어때서?” 항의하고 싶겠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국회의장 선거는 우원식에 대한 호불호 문제가 아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이 야당에 192석을 몰아준 것은 제발 윤석열 검찰독재와 맞서 싸우라는 지상 명령이었다. 그렇다면 국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고, 그 국회를 이끌어갈 사람은 국회의장이다. 따라서 국회의장이 누구냐에 따라 총선에 나타난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느냐, 아니면 지난 21대 국회처럼 어영부영 아무것도 못하고 지나가느냐 결정된다. 우원식이 강조하는 민생도 윤석열 검찰 독재 정치가 존재하는 한 불가능하다.
윤석열과 당당하게 맞서 싸울 사람은 추미애뿐
주지하다시피 추미애 당선자는 법무부 장관을 할 때 거의 유일하게 윤석열과 ‘맞장을 떠’ 윤석열을 징계한 사람이다. 그 징계마저 한동훈이 법무부 장관으로 있을 때 일부러 패소해 무효가 되어버렸다. 이 모든 것을 기억한 민주당 당원들이 추미애가 국회의장이 되어야 윤석열 정권과 제대로 싸울 것이라 믿은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당선자 중 89명이 당원들의 그 뜻을 저버리고 우원식을 지지해버린 것이다. 모르긴 모르되 이번에 커밍아웃한 의원들이나 추미애 지지에 소극적인 사람들은 다음 총선 때 애 좀 먹을 것이다. 이번 총선으로 민주당에서 수박들이 거의 낙천, 낙선했다고 생각했는데, 잠재적 수박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혹자는 추미애가 국회의장이 되면 이재명 대표에게 오히려 불리하다는 주장을 하는데 그게 바로 ‘수박적 사고’다. 윤석열 정권이 저토록 망나니처럼 구는데 무슨 거기에 협치가 가능하단 말인가? 윤석열은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약하다. 국회가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민주당은 21대에 이어 ‘웰빙정당’으로 전락해 2년 후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다시 참패할 것이다.
‘개딸’을 ‘강성팬덤’ 운운하며 비판하는 수구 언론에 부화뇌동한 민주당 의원들은 당원들보다 조중동의 평가가 더 중요한 모양이다. 좋다, 그렇게 해보라. 필자 역시 권리당원이지만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당원들을 무시하는 국회의원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 우원식 당선에 조용히 미소 짓고 있을 잠재적 수박들이 존재하는 한 민주당은 갈 길이 멀다. 다시 강조하지만 우원식이 강조하는 민생도 윤석열 검찰독재가 존재하는 한 불가능하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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