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다. 사람의 마음은 얼굴에 투영되기 마련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반가운 기색이 나타나고, 미운 사람을 만나면 적의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새삼스럽게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윤- 이 영수회담 결정 후 언론들이 신문에 사진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 중 위쪽에 있는 사진은 지난 3월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윤석열이 퇴장하다가 이재명을 보고 뻘쭘하게 웃으며 악수하는 장면이다. 어디에도 반가운 기색은 보이지 않고 마치 “네가 왜 여기에 있어?” 하고 묻는 듯하다. 윤석열은 이재명을 범죄자라며 만나주지 않았다.
그런데 아래쪽 사진은 영수 회담이 발표된 후 신문에 실린 사진이다. 윤석열이 이재명을 보고 조금은 밝은 얼굴로 악수하고 있다. 이 사진은 지난 대선 TV토론 때 찍은 사진이다. 영수회담이 발표되자 비교적 분위기가 좋은 사진을 골라 실은 것이다.
이것 하나만 봐도 이번 영수회담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평소 같으면 서로를 이간질하는 사진만 골라 싣던 언론들이 윤석열 정권의 지지율이 23%까지 추락하자(한국갤럽) 위기감을 느끼고 사진도 골라서 실은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23%로 추락하자 부랴부랴 영수회담 제안
윤석열은 영수회담이 결정되기 전에는 박영선 총리, 양정철 비서실장설을 언론에 흘리며 민주당을 화나게 했다. 박영선이나 양정철이나 모두 민주당 사람들인데 협의도 없이 무조건 발표 먼저 한 것은 민주당은 안중에도 없다는 매우 오만한 태도다. 윤석열은 4.19 행사도 따로 참석했다. 이재명, 조국, 이준석 대표를 일부러 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19일(금) 한국 갤럽 정기 여론조사가 발표되자 용산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국 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정권의 국정 지지율은 긍정이 23% 부정이 68%로, 지금까지 나온 여론조사 중 가장 낮았다. 23%는 박근혜가 탄핵되기 직전의 지지율이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용산이 급하게 영수회담을 제안했을 것이고, 윤석열 역시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수락한 것 같다. (자세한 것은 중앙선거여롬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만약 윤석열 정권의 국정 지지율이 30%대를 유지했어도 영수회담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윤석열은 영수회담 발표 전만 해도 국힘당 당선자들에게 전화해 “국정기조는 변하지 않으니 계속 지지해 달라”는 부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갤럽 여론조사가 발표되자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갤럽은 비교적 보수적 색채가 뚜렷한 여론조사 기관으로 보수 표본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한국갤럽에서 23%가 나왔으니 용산으로선 가슴이 덜컹 무너졌을 것이다. 23%는 한번만 바람이 불면 10%대로 추락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지지율이다.
박영선 총리, 양정철 카드는 이재명도 반대할 것
만약 영수회담을 통해 박영선 총리, 양정철 카드가 나오면 이재명 대표는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우선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언론에 흘린 것이 불쾌하고, 무엇보다 민주당 당원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층도 굴욕적 인사라며 반대하고 있다.
박영선은 윤석열이 미국에 방문해 하버드대에서 연설할 때 참석해 그때부터 혹시 윤석열 정부 장관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에게 참패한 박영선은 민주당에서 사실상 할 일이 없어 미국으로 간 후 하버드대 커네디 스쿨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한편 박영선 부부가 김건희와 20년 남진 친분을 유지했고 부부끼리 자주 만난 사이란 게 알려지자 민주당 당원들은 하루 종일 부글부글 끓었다. 김건희와 가까운 박영선을 총리로 동의해줘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인 것이다. 더구나 양정철은 문재인 정부 때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천거한 것으로 알려져 민주당 당원들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
만약 이재명 대표가 협치 차원에서 박영선이나 김한길을 총리로 동의해 준다면 민주당은 디시 분열되어 난리가 날 것이다. 모처럼 총선 승리로 기가 살아난 민주당에 구태여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논리 이전에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정치는 인식의 영역이지 법적 영역이 아니다.
영수회담 의제 잘 정해야
영수회담은 하되 의제를 잘 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저 만나 악수하고 사진만 찍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영수회담 때는 다음과 같은 의제를 분명히 제시해 답을 얻어내야 한다.
(1)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특검법 동의 (2) 김건희 종합 특검법 동의(주가조작, 명품, 고속도로 등) (3) 윤석열이 거부한 9개 법안 통과 (4) 전국민 25만원 지급 내수 활성화 (5) 지나친 친미, 친일 외교 시정 중국 외교 정상화 (6) 남북 교류 재개, 개성 공단 재개
특히 (1),(2)가 관철되지 않으면 영수회담은 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윤석열 정권은 가만히 두어도 무너지게 되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검찰은 캐비닛에 뭔가를 쌓아두고 있을 것이다. 저들은 협치의 대상이 아니라, 척결의 대상이다. 협치도 인간과 한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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