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대 병법 중에 ‘성동격서(聲東擊西)’란 게 있다. 이 말은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을 치다‘란 말로, 상대방을 교묘하게 속여 공략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중국의 고대 병법인 ’삼십육계비본병법(三十六計秘本兵法)‘의 6번째 계책이기도 하다.
국힘당이 총선에서 역대급 참패를 당하자 서로 책임을 미루며 티격태격 싸우고 있다. 그 포문을 연 사람은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홍준표는 국힘당 선거를 지휘한 한동훈을 “깜도 안 되는 애”라고 비하하며 “한동훈이 총선 승리보다 자기 정치에 몰두해 셀카만 찍었다”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번 선거는 시작부터 잘못된 선거였다”면서 “정권의 운명을 가름하는 선거인데 초짜 당 대표에 선거를 총괄하는 사람이 또 보선으로 들어온 장동혁이었고, 거기에 공관위원장이란 사람은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성토했다.
한동훈의 자기정치 비난한 홍준표
홍준표는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중차대한 선거를 맡겼는지 출발부터 안 된다고 봤다. 총선 기간 동안 여당 선거운동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 있었느냐”며 “(비대위원장이) 열성적인 당원들 속에서 셀카를 찍은 것밖에 기억이 안 난다”고 비웃었다.
이에 대해 한동훈의 측근 김경율이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홍준표가 “얼치기 좌파” 운운하며 한동훈에게 “특검이나 잘 준비하라”고 직격탄을 쏘아버렸다. 정치판에서 말로 홍준표를 이길 사람이 있겠는가마는, 서로 주고받는 말이 이미 수위를 넘었다. 벌써 차기 대권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홍준표의 실제 목적은?
홍준표는 “대통령 임기가 2년도 안 지났는데 대한민국의 어떤 역대 정권이 대권 놀이를 저렇게 빨리 시작한 여당이 있었나”고 비꼬았다. 홍준표의 이 말은 겉으로는 윤석열 임기가 아직 3년 넘게 남았는데 한동훈이 대권 놀음하는 것을 비판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무시하는 국힘당과 윤석열을 원망하고 있는 것이다.
즉 자신은 박근혜 국정농단으로 다 죽어가는 당을 일으켰는데, 국힘당에 뿌리기 없는 윤석열이 들어와 대통령이 되고, 더구나 윤석열의 아바타인 한동훈이 국힘당 비대위원장까지 되어 총선에서 참패하자 이참에 두 사람을 한꺼번에 공격한 것이다.
홍준표는 “그런 애를 들여다 총선을 총괄지휘하게 한 국힘당도 잘못된 집단”이라며 “배알도 없고 오기도 없다. 깜도 안 되는 것을 데리고 와서는…”이라고 말했다. 홍준표의 이 말은 보수 적통, 즉 국힘당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것을 은연중 강조한 것이다.
홍준표는 내심 한동훈이 보수층에서 대권주자 1위를 달리자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한동훈이 대번에 보수층 대권 주자 1위를 하자 국힘당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홍준표로선 기가 찼을 것이다.
한동훈의 한계 드러낸 총선
한동훈은 국힘당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되자 무슨 대단한 권력이라도 잡은 듯 오만하게 굴었다. 그러다가 김경율의 마리 앙투아네트 사건이 터져 용산으로부터 사퇴 경고까지 받았다. 그러나 다음 날 서천 화재 현장으로 내려가 구십도 폴더절을 함으로써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동훈의 경박한 태도도 문제다. 소위 집권 여당 비대위원장이면 당 대표인데, 사용하는 언어도 거칠고 행동은 가볍기 그지없었다. 일부러 키가 커보이게 하기 위해 ‘까치발’을 한다거나, 부산 표를 얻기 위해 사직에서 야구를 봤다고 해놓고 거짓으로 드러나자 “내가 언제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봤다고 했는가, 사직에서 봤다”고 둘러대 비웃음을 샀다.
한동훈은 어제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대해) 그게 왜 제 잘못입니까?” 해놓고 다음 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말을 바꾸었다. 이렇듯 한동훈은 신념도 없고 기개도 없다. 그저 몰려든 당원들의 환호가 자신에 대한 지지로 착각하고 호들갑을 떨었던 것이다. 그는 대중 연설도 못해 이재명 대표와 대조가 되었다. 하긴 뭘 알아야 대중 연설도 하지.
신평도 한동훈 비판
한편 윤석열 맨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도 한동훈에게 쓴소리를 했다. 신평 변호사는 SBS 라디오에 출연해 "한동훈 전 위원장이 총선 과정에서 분명한 대선행보를 했다"면서 "당내에 경쟁상대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억제하고 무리하게 원톱 체제를 고집했다"고 비판했다.
신평은 한동훈이 “윤석열의 대선 조직을 반윤, 친한 조직으로 바꿨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 한동훈 당대표 출마설이 돌자 신평은 "이번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세에서 이번 당권 경쟁은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동훈이 당대표 선거에 나온다는 말이 있다. 공수처 수사를 앞두고 있어 그 전에 방어막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에게 위기는 곧 기회?
이미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특검은 5월 초에 의결하게 되는데, 윤석열이 또 거부를 하면 민주당이 재의결을 시도할 것이다. 그때 국힘당 비윤 중 8명만 동조해 주면 재의결이 된다. 재의결이 되면 윤석열의 거부권도 무용지물이 되고 탄핵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는 홍준표에게 국힘당의 총선 참패와 윤석열의 실정은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다. 홍준표의 한동훈 공격은 자신이 보수 적통임을 강조한 동시에 차기 대권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준석이 홍준표를 앞세워 국힘당으로 복귀할지도 모른다. 이준석이 홍준표를 총리로 추천한 것도 그런 포석으로 읽힌다. 유승민으로선 이준석이 서운하겠지만, 이준석을 멀리한 사람은 유승민이다. 안철수와 나경원도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국힘당에 벌써 대권 싸움이 시작되었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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