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발품일기(13) - 일본이여, 천사들의 외침이 양심에 경종을 울리지 않는가?(1004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 정기 집회)
“일본은 공식 사과하라! 사과하라! 사과하라! ” “일본은 배상하라! 배상하라! 배상하라!” 그 어느 때보다 맑은 어린 천사들의 목소리가 일본대사관 앞에 메아리를 울리며 울려 퍼졌다. 1004회 수요 집회에는 유난히 어린 천사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아마도 1004회 집회라 천사들이 많이 찾아온 것 같다'는 김운성 작가의 말에 모두 유쾌하게 웃었다. 날씨는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질 만큼 매서웠다. 역시나 정치인들, 무슨 번드르르한 직함을 가진 사람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앳된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대학생들이 김복동, 길윤옥 할머니 두 분을 둘러싸고 다정하게 둘러 서 있다. 멀리 충청남도 공주에서 올라 온 학생들이란다. 2012년 1월 11일에 열린 1004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 정기 집회 풍경이다.
어린이들이 니와 할머니 힘내세요! 라고 쓴 색도화지를 들고 서있고 한 어린이는 할머니들에게 드리는 편지글을 낭독했다. 어린이는 편지글에서 “우리는 어려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잘 모른다. 선생님께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되었다. 전쟁을 하면 전쟁만 하면되지 왜 어린 소녀들을 잡아다가 나쁜 짓을 해서 슬프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할머니 힘내세요 라고 인사를 한뒤 편지글이 적힌 종이를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편지를 받은 김복동 할머니와 길윤옥 할머니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진다. 추운 날씨 탓에 이전과 같은 문화 행사는 펼쳐지지 않았지만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가 넘치는 화기애애한 집회였다. 게다가 평화비를 제작한' 김운성.김서경 부부작가가 딸과 함께 집회 현장을 찾아서 더 의미가 깊은 집회가 되었다.
아다시피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 세워진 위안부 평화비는 치마저고리를 입은 짧은 단발머리 소녀상이다. 13살의 나이로 위안부로 끌려 간 소녀를 상징하듯 어리고 앳된 모습으로 일본의 사과를 촉구하듯 대사관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다. 소녀상의 뒤 그림자엔 가슴에 맺힌 자유에의 갈망과 한을 상징하듯 나비 한 마리가 조각되어 있어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평화비 표지석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가 직접 쓴 '평화비라는 글자와 '1992년 1월 8일부터 이 곳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2011년 12월 14일 천 번째를 맞이함에, 그 숭고한 정신과 역사를 잇고자 이 평화비를 세운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1000차 수요시위 때 위안부 소녀상 제막식이 있은 후 소녀상 옆에는 소녀를 위로하듯 누군가 놓고 가는 인형과 꽃다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맨발을 안타깝게 여긴 듯 누군가 발밑을 둘러놓은 목도리를 시작으로 늘 고운 모자와 목도리 따뜻한 옷, 무릎 덮개 등이 수시로 바뀌고 있어 시민들의 소녀상에 대한 관심과 안타까운 마음을 짐작케 한다.
이제 소녀상은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시민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소녀상 주변에만 유독 가로등이 꺼져있는 것을 발견한 한 시민이 트위터에 날린 호소문으로 삼성의 마음을 움직여 미뤄오던 가로등을 수리해 다시 불이 들어오도록 만들기도 했다. 집회가 끝나고 일본에서 한국으로 귀화했다는 한 여성이 돌아가는 차안에 앉은 길윤옥 할머니 손을 붙잡고 ‘ 정말 죄송하고 부끄럽다’는 심정을 밝히며 머리를 숙이자 길윤옥 할머니는 오히려 “나는 일본사람을 미워하지 않아요.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무슨 잘못이 있어요. 사과를 하지 않는 일본정부가 잘못이 있는 거지요.”라며 그 일본인 여성을 위로했다.
양심적인 일본의 민간인들은 자신의 나라가 저지른 일을 부끄러워하는데 일본 정부는 여전히 공식 사과는커녕 품위 운운하며 위안부 소녀상의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하루 빨리 이미 마음으로 용서할 준비를 마친 할머니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다. 천사와 같은 눈매로 매일 일본대사관을 응시하는 소녀상의 눈망울과 매주 수요시위 때마다 평화로의 위안부 소녀상 앞을 찾아와 일본의 공식 사과를 외치며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어린 천사들의 외침이 양심에 경종이 되어 부끄러움을 자각한다면 말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성과 장애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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