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동문·교수 등 1136명 ‘경호처 폭력’ 윤대통령 인권위 진정"경호처 지휘 책임이 있는 대통령 윤석열과 경호처장 김용현의 방조로 인한 것"
KAIST 학위 수여식 축사 도중 졸업생이 경호원들에 의해 끌려 나간 '입틀막' 사건과 관련해 카이스트 동문들과 재학생, 교수, 학부모 등은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 경호처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연합뉴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학위 수여식 도중 졸업생이 대통령 경호원들에 의해 끌려 나간 '입틀막' 사건과 관련해 카이스트 동문, 재학생, 교수 등 1136명은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경호처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피해자가 어떠한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의 생명과 재산,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위력으로 제압했다"며 "윤 대통령과 경호처가 피해자의 표현의 자유, 신체의 자유, 행복 추구권을 침해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입틀막 사건 피해자이자 대표 진정인인 신민기(전산학부 18학번)씨는 진정서 제출 전 기자회견에서 "강압적인 방법으로 저를 제 졸업식에서 끌어냈지만 대통령 경호처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이유로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씨는 “제가 겪은 일은 누구도 겪어선 안 될 심각한 인권 침해”라며 “저와 카이스트 구성원들은 아직도 평온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책임 있는 설명 없이 사건을 축소∙무마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총학생회장을 지낸 졸업생 김혜민(수리과학과∙01학번)씨는 “당시 (신씨가) 원거리에서 말로 항의하고 있었기에 대통령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며 “이는 대통령경호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재학생 최동주(물리학과∙21학번)씨는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기회와 토론”이라며 “윤 정부는 알앤디 예산 삭감으로 과학자들의 기회를 빼앗고, 이에 항의하는 과학기술인의 입을 막아 토론을 막았다. 이런 나라에서 과학기술이 부흥할 수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졸업생 박영준(물리학과∙07학번)씨는 “이번 폭력 행위는 대통령 경호처 지휘 책임이 있는 대통령 윤석열과 경호처장 김용현의 방조로 인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진정 대상에 포함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미란다 원칙’이 고지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피해자 신민기씨는 “경호원들에게 팔다리가 들려 나가 별실에 가둬지는 사이, 아무도 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법을 어겼다는 건지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졸업생으로 나선 주시형(산업경영학과∙96학번) 전남대 교수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 국가는 관련 근거를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이를 모르는 상태에서 국민이 어떻게 자신의 기본권을 지키겠느냐”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6일 열린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윤 대통령이 축사하는 시점에 졸업생으로 참석한 신씨가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예산 복원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려다 경호처 직원들에 의해 강제로 퇴장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카이스트 학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및 대학원 총학생회(이하 양대 총학생회)는 지난 19일 성명을 내어 "이번 학위수여식 학생 퇴장 조치가 과도한 대응이라고 판단했으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학위복을 입은 위장 경호원들에게 찰나에 팔다리가 들린 채로 입이 틀어 막히며 밖으로 끌려 나가는 장면을 본 학생들은 불편함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카이스트 동문 26명은 지난 20일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과 경호처 직원, 파견 직원 등을 대통령경호법 위반(직권남용), 폭행, 감금 등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하기도 했다.
지난 2월 16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신민기 씨가 졸업식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항의하자 경호원들로부터 제지를 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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