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 논란이 되었던 이른바 ‘고발사주’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은 인터넷 언론 뉴스버스가 2021년 9월 보도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다. 그때 제보자로 나선 사람이 당시 미통당(현 국힘당 전신)에서 활동했던 조은성 변호사다. 고발사주 사건은 대검 수사정보기획관인 손준성이 당시 미통당 총선 후보인 김웅에게 21대 총선 직전인 2020년 4월3일과 8일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해 당으로 하여금 고발하도록 사주한 사건이다.
첫 고발장에는 윤석열 부부와 한동훈이 명예훼손 피해자로 적시돼 있었고, 두 번째 고발장에는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국 사건’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해당 고발장과 거의 같은 내용의 고발장을 미래통합당이 4개월 뒤 검찰에 제출해 최강욱 의원이 기소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대선 때도 거론되었으나 고발사주를 받은 김웅의 오락가락 해명과 검찰의 수사 미비로 유야무야되었다.
고발사주 문건을 ‘괴문서’라 한 윤석열, 허위 사실 유포에 해당
윤석열은 그때 고발 사주에 등장한 문건을 ‘괴문서’라고 말했고, 국힘당 대선 후보로 나선 후에도 같은 주장을 했다. 그러나 2023년 12월 31일, 이 사건의 재판을 밭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는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함으로써 윤석열의 주장은 허위로 드러났다.
손준성은 그동안 줄기차게 고발사주를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손 검사장이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고발장 작성·검토를 비롯해 고발장 내용의 바탕이 된 수사 정보 생성·수집에 관여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도 재수사를 피해갈 수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도 있다.
죄에 비해 형량 너무 낮아, 특별사면하려는 꼼수?
윤석열이 집권함으로써 유야무야될 것 같은 고발사주 사건에 유죄가 내려진 것은 의미가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죄에 비해 형량이 너무 낮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직 2심과 3심이 남아 있지만 1년 형이 확정될 경우 윤석열이 언제 또 특별사면을 해줄지도 모른다.
추미애 전 장관은 1심 판결에 대해 “이 사건은 디올백 사건보다 1만 배 더 큰 사건이다.”라고 말함으로써 죄에 비해 형량이 너무 낮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349억 은행통장 잔고를 위조한 혐의로 법정구속된 윤석열의 장모도 겨우 1년이 선고되어 논란이 된 바 있다. 조국 딸은 표창장 하나로 고졸로 만들고 어머니는 4년을 선고했다.
선거 방해인데도 공직선거법은 무죄
한편 법원은 손준성이 김웅에게 고발장을 전달해 선거에 영형을 미치려 한 것이 분명한데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됐다. 하지만 고발장이 당시 검찰을 공격하던 여당 의원들을 피고발인으로 삼았던 것을 고려하면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손준성은 국힘당 전신에서 국회의원을 했던 김광림의 사위로 검찰을 그만 두면 정치계로 뛰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에서 유죄를 받으면 그것이 곤란해진다. 법원이 그것까지 고려해서 공직선거법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한 것은 아니겠지만, 고발사주를 할 때가 총선 직전이라 이 판결은 이해가 안 간다.
윤석열도 재수사 피해갈 수 없어
고발사주 사건에 유죄가 선고됨으로써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도 결코 이 사건을 피해갈 수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대검 수사정보기획관은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손준성 단독으로 그런 엄청난 일을 혼자 기획하여 실행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법원도 고발사주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차원의 조직적 범행이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고발사주는 ‘윗선’의 지시로 손준성이 실행하였고, 거기에 다수의 검사가 개입한 것이 분명하다. 고발장 작성을 위해선 판결문 등의 각종 자료 조회가 필요한데, 수정관실 소속 검사인 성상욱 수사정보2담당관, 임홍석 검사 등이 이를 수행했고, 손준성이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데도 윤석열이 고발사주를 몰랐다면 누가 이에 공감하겠는가?
김웅도 재수사 받아야
법원이 김웅을 공범자로 지목한 이상 무혐의를 받은 바 있는 김웅도 재수사를 받아야 한다. 고발장 전달 과정에 관여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김웅의 경우 공수처가 혐의를 인정했지만 기소권이 없어 검찰에 넘겼고,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의 항고로 현재 서울고검이 재기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서울고검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해) 수사 중이라 구체적 내용은 말씀이 어렵다”며 “종합 검토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손준성이 유죄를 받은 이상 김웅도 재수사를 피하기 어렵다. 그가 22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가 뭐겠는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사진 60장 보낸 한동훈도 수사 받아야
고발장이 김웅에게 전달되기 전날인 2020년 4월2일 한동훈이 사진 60장을 손 검사장과 권순정 당시 대검 대변인이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 올렸다. 그러나 한동훈이 휴대폰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가르쳐 주지 않아 사진 내용을 알 수 없었다. 앞서 공수처는 별다른 조사 없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윤석열과 한동훈을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이 확인된 만큼 한동훈 역시 반드시 재수사를 받아야 한다. 염려가 되는 것은 손준성의 고발사주 사건이 2심에서 또 어떻게 뒤집어 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판사사찰’이 괜히 있는 게 아니란 말도 들려온다.
따라서 손준성의 2심 재판은 총선이 끝나고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때 만약 법원이 ‘캐비닛’에 굴복하면 세상이 다시 한번 뒤집어질 것이다. 이 사건은 해병대 수사 개입과 함께 윤석열 탄핵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이런 죄를 저지르고도 윤석열과 한동훈이 무사하다면 나라가 아니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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