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자강론을 펴는 척하더니 설 전날(9일) 전격적으로 이낙연 신당과 합당을 선언한 이준석이 후폭풍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합당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주요 간부들과 의논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하자 이준석을 따르던 간부들도 적지 않게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보통 당과 당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를 내 지지율이 더 올라야 하는데, 개혁신당은 지지율이 오르기는커녕 이준석을 지지했던 20대 남성들이 대거 탈당을 하고 있어 벌써부터 ‘마이너스 합당’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정치판에서는 수학과 달리 1+1은 2가 아니라 0.5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무슨 불문율처럼 회자되었는데 그게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개혁신당이 초반부터 삐걱대고 있는 것일까?
(1) 류휴정에 대한 반발 거세
이준석 신당이 이낙연 신당과 합당 후 가장 먼저 터져 나온 것이 “류호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였다. 주지하다시피 류호정은 지난 총선 때 정의당 비례대표 1번이었지만 개혁은커녕 4년 내내 문제만 일으켜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런 그녀가 정의당을 탈당해 개혁신당에 합류하자 당원 게시판엔 난리가 났다. 류호정이 평소 젠더 갈등,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은 터라 이에 부정적 인식을 지닌 20대 남성들 위주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20대 남성이 주력부대인 이준석으로선 이 문제를 간과했다간 총선은 물론 당 자체의 존립까지 위태롭게 되었다. 그렇다고 류호정을 무조건 내치자니 그렇지 않아도 낮은 여성층 지지율이 더 내려가게 생겼으니 그야말로 ‘딜레마’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은 애초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2) ‘엄중대감’ 이낙연에 대한 불만
개혁신당이 초반부터 삐걱대는 두 번째 이유는, 합당 대상이 다름 사람도 아닌 ‘엄중대감’으로 알려진 이낙연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낙연은 민주당 대표를 할 때도 수많은 개혁입법을 처리하지 않고 매사 엄중만 유지해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었다.
이낙연은 소속만 민주당이었을 뿐, 그의 사고와 행보는 개혁과 거리가 멀다. 이낙연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전두환 정부 시절 동아일보에 입사 후 김대중 총재의 천거로 정치에 입문했으나, 대부분의 호남 출신들이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것에 반해 이낙연은 ‘꽃길’만 걸었다. 국민들은 신당에 대해 신선한 인물과 정책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준석이 그런 이낙연과 손을 잡았으니 반응이 좋을 리 없다.
(3) 이낙연지지 기반인 호남 지지율 낮아
개혁신당이 초반부터 삐걱대는 세 번째 이유는, 합당 시너지 효과는커녕 갈수록 지지율이 내려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개혁신당은 합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자리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합당 이전에 두 당이 얻은 지지율의 합보다 적은 수치다.
거기에다 이낙연의 지역 기반이라 할 수 있는 호남에서 개혁신당의 지지율이 5% 남짓 나오자 다들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그만큼 이낙연이 민주당을 배신하고 탈당 후 국힘당 세력인 이준석과 손잡자 호남이 분노했다는 뜻이다. 호남의 여론은 그대로 수도권에도 반영된다. (자세한 것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4) 말로 정치 다하는 이준석
개혁신당이 초반부터 삐걱대는 네 번째 이유는, 말로 정치 다하는 이준석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은 그동안 수많은 방송과 유튜브에 출연해 이런 말 저런 말 다 했지만 무엇 하나 이루어낸 게 없고, 또 이후 언행도 달랐다.
이준석은 이낙연 신당과 함당한 것 자체가 실수란 걸 차츰 느끼게 될 것이다. 지금이야 이낙연이 지지율이 안 오르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준석과 손을 잡았지만 주요 정책을 두고 서로 티격태격 싸울 게 뻔하고, 더구나 비례대표 배분을 두고는 내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윤석열열이 60분 중 59분을 혼자 말한다고 소문났지만 이준석도 그에 못지 않게 달변가다. 하지만 정치가 말로만 한다고 이루어지는가? 오히려 자기가 뱉은 말 때문에 나중에 부메랑을 맞기도 한다. 정치에 대한 깊은 천착이 없이 그저 어설픈 이론만 늘어놓고서는 결코 큰 정치인이 될 수 없다.
(5) 슬로건도 시대와 동떨어져
이준석은 개혁신당이 보수·진보 중 어떤 성향인지 묻는 질의에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구분 외에도 자유주의가 있다. 정당은 항상 대중정당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제 스스로가 보수 정치인이라는 것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각자 색깔을 잃지 않고 그 안에서 역할 할 수 있는 게 소위 빅텐트론, 연합형 정당의 숙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준석이 주장하는 ‘자유주의’란 용어는 너무 추상적이다. 지금 우리나라에 자유가 없는지 묻고 싶고, 그 자유가 누구를 위한 자유인지도 묻고 싶다. 정당이 항상 대중을 지향한다는 소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즉 하나마나한 소리란 것이다.
(6) 갈라치기 정책
이준석의 갈라치기 정책도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과 노인을 배격하는 정책으론 결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국민의 절반이 여성인데 페미니즘을 비판하고,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를 반대하고, 장애인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장애인들이 “불특정 다수의 출근길을 막아 목표를 관철하려 한다”라고 비판했다.
정당은 대중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해놓고 특정 세력을 배척하는 이런 정책으론 20대 남성들 표는 조금 얻을지 모르지만, 다른 세대에서는 많은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이낙연이 과연 그런 정책에 호응할까? 따라서 개혁신당은 ‘찻잔 속의 고요’로 끝날 공산이 크다. 듣기에 김종인이 그 당으로 올 거라는 말도 있는데, 이낙연이 그걸 허용할까? 말이 많은 것과 말을 잘 하는 것은 다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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