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사고를 지배하고 사고는 언어를 지배한다. 한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 동시에 품격이다. 말은 뜻을 가진 소리로, 조사 하나 단어 하나에 따라 뜻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가령, ‘최재영 목사만 김건희를 만나 명품을 주었다’란 문장과 ‘최재영 목사도 김건희를 만나 명품을 주었다’란 문장은 보조사 ‘만’과 ‘도’ 때문에 뜻이 완전히 달라진다.
윤석열은 영어, 김건희는 비문
윤석열은 지난 2022년 12월 21일 비상경제회의에서 “정부의 ‘거버먼트 인게이지먼트’가 이게 바로 ‘레굴레이션’입니다. 더 적극적으로 더 아주 ‘어그러시시브하게 뛰어봅시다.” 하고 말했다. 딴에는 영어 실력을 과시했으나 알고 보면 “나 이런 사람이야” 하고 과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경제학자들은 외국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많으므로 일부러 영어 자랑을 한 것 같다. 하지만 참가자 중 누가 윤석열의 영어 실력에 감탄했을까. 속으론 ’놀고 있네“하고 비웃었을 것이다.
서울의 소리가 11월 27일부터 나흘 동안 공개한 김건희 명품 수수 방송을 자세히 들어보면 김건희가 한 말은 온통 비문이란 걸 알 수 있다. 물론 구어체는 문어체와 다르지만, 그래도 주어와 서술어 정도는 호응이 되어야 의사가 바르게 전달될 수 있다. 하지만 김건희가 한 말은 거의 횡설수설에 가깝다.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이 안 된 말이 태반이고, 문장 성분끼리의 호응도 전혀 안 되어 있으며, 불필요한 추임새를 많이 쓴다. 우리나 대통령 중 박근혜가 그랬다. 김건희가 한 말을 문장으로 나타난 다음 글을 보자.
“한국은 내가 봐서는 정치라는 게 좀 없어져야 될 거 같아요. 아주 극우나 극좌는 없어져야 돼요, 이 나라에서... 제가 이 자리에 있어 보니까 객관적으로 전 정치는 다 나쁘다고 생각해요.”
서울의 소리가 대선 때 공개한 7시간 녹취록에도 드러났듯 김건희는 말은 빠르게 잘 한다. 그러나 대부분 어법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동원된 단어들도 저잣거리 여인이 한 말보다 수준이 낮다. 위의 문장은 “제가 생각하기에 한국 정치는 극우와 극좌로 지나치게 양분되어 있어요. 제가 정치인의 부인이 되다 보니까 그걸 더 느껴요.” 이렇게 말해야 어법도 옳고 뜻도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다. 그러나 김건희는 뭔가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아야 직성이 풀리는지 주어와 서술어도, 분장 성분 간의 호응도 맞지 않은 채 계속 나불대기만 하고 있다. 지식이 부족하고 생각이 짧은 사람들이 보통 말을 많이 하는데, 자세히 들어보면 논리가 허접하고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단순히 나열해 마치 자신이 박학다식한 것처럼 위장한다. 윤석열도 ‘59분’이라 불릴 정도로 말을 많이 한다고 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어보면 횡설수설이 대부분이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 했던가, 그 점은 김건희와 가히 ‘쌍벽’을 이룬다.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언어들
“제가 이 자리에 있어 보니까 객관적으로 전 정치는 다 나쁘다고 생각해요.” 도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이 안 되고,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 말은 “제가 대통령의 부인이 되어 보니까 정치가 더 부정적으로 느껴졌어요.” 라고 표현해야 옳다. 정치가 나쁘다고 생각되는 것은 주관적 판단인데, ‘객관적으로’란 말을 쓴 것도 잘못이다. “제가 이 자리에 있어 보니까”란 말도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알맞은 말이다. 국민들은 김건희가 대통령이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건희는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7시간 녹취록에서도 “내가 집권하면 니들(서울의 소리, 뉴탐사)은 무사하지 못 할 거야.”하고 말한 바 있다. 이 걸로 봐 김건희는 자신이 집권한 것이라 여기며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김건희는 사진을 찍어도 항상 자신이 중심이고 윤석열은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를 면치 못했다. 아마도 김건희가 대통령실 사진 담당자에게 그렇게 지시한 모양이다.
해외 순방을 다녀온 후 김건희가 윤석열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는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다. 마치 김건희가 해외 순방을 다녀오고 장관인 윤석열이 “각하, 고생하셨습니다”하고 인사하는 것 같았다. 그 뒤에서 웃고 있는 환관들의 모습은 윤석열 정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김건희는 최재영 목사를 만나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이렇게 저기 좀 끊어지면, 좀 적극적으로 저는 남북문제, 제가 좀 나설 생각이에요, 정말로.. 그래야 되고, 남북통일을 해야 되고, 그래서 북한 주민이 너무 안돼... 우리 국민이니까 빨리 수용하고 해서 이렇게 이런 문제를 해야 돼서, 윤석열 정부가 잘 해내서 통일돼서, 대한민국 성장되고, 우리 목사님도 한번 크게 저랑 같이 할 일 하시고...”
도대체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사람이, 그것도 일국의 대통령 부인이 말을 이렇게 엉망으로 해도 되는가? 만약 김건희가 논술고사에서 이렇게 서술했다면 점수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국민대는 김건희에게 박사 학위를 주었을까? 그 유명한 ‘멤버십 yugi’말이다. 김건희에게 무슨 고매한 품격이나 지식을 기대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말은 좀 바르게 해야 되지 않겠는가? 속말로 저게 ‘말인가 막걸리’인가?
저 문장도 “지금은 남북관계가 악화되어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북한과도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목사님이 남편께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이렇게 말하면 문장도 간결하고 뜻도 정확하며, 괜한 오해도 불러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김건희는 횡설수설하고 있으며, 더구나 자신이 남북관계에 개입할 수 있다는 투로 말해 국정개입이라는 오해까지 불러일으키게 하였다.
거기에다 “우리 목사님도 한번 크게 저랑 같이 할 일 하시고” 라고 말한 것은 선물을 받은 답으로 무슨 자리를 줄 수 있다는 소리로 들린다. 그렇게 되면 선물은 청탁성 뇌물이 되고, 김건희는 바로 구속될 수 있다. 김건희의 언어에는 무지, 무책임, 그리고 천박성이 동시에 들어 있다. 보수들도 부끄러워하는 이유다. 현재 윤석열 정권의 국정 운영은 김건희가 사용하는 언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해외 동포들이 부끄러워 못 살겠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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