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사람은 단연 이준석이다. 지상파 방송은 물론, 심지어 민주 진영 유튜브도 이준석을 빼놓지 않고 인터뷰하고 있다. 이유는 이준석이 창당한다는 말 때문이다. 거기에다 신당의 파급력이 매우 크다는 몇몇 여론조사가 나와 흥미를 더 돋우고 있다. 그러나 정치판은 현상이 아니라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이면엔 우리가 알 수 없는 소위 ‘공작’이란 게 숨어 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 중국 병법에도 성동격서란 게 있고, 이간계도 있다.
정치를 말로 다 하는 이준석
이준석을 한 마디로 말하면 믿을 수도 없고 배척할 수도 없는 애매모호한 인물이라 할 것이다. 언변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는, 역설적으로 그 잦은 발언 때문에 간혹 오해를 사기도 한다. 이준석은 나이답지 않게 말에 무수히 많은 포석이 깔려 있다. 하지만 그게 신의 한수가 될지 무리수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준석은 윤석열이 권선동에게 보낸 ‘체리따봉’으로 졸지에 ‘내부고발자’가 되어 2차 몽니를 부리다가 ‘양두구육’이란 말을 했다는 죄로 당원권 정지를 당해 사실상 국힘당에서 축출되었다. 이준석이 결정적으로 돌아선 이유는 ‘더 탐사’가 공개한 윤석열과 지인이 나눈 녹취록 때문일 것이다. 거기 “이준석 그 새끼는 어차피 3개월짜리다”란 윤석열의 말이 나온다. 윤석열의 그 말은 이준석을 대선에 이용하고 버리려는 마음을 애초부터 가지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이준석을 투항하게 한 엑스파일
지방을 돌며 시위 아닌 시위를 하던 이준석이 얼마 후, 윤석열과 함께 ‘원팀’을 외친 것은 엉뚱하게도 가로세로연구소가 제기한 ‘이준석 액스파일’ 때문이었다. 이준석은 가로세로 연구소가 이준석 엑스파일을 터트리자 며칠 후 부산에서 윤석열과 극적인 상봉을 했다. 그때 둘이 포옹하는 모습이 언론에 도배되었다.
이후 윤석열은 이준석이 시키는 대로 거리로 나서 후티트를 입고 젊은이들과 소통했다. 그때 나온 사진들을 보면 이준석이 주인공이고 윤석열은 엑스트라 같아 보였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윤석열은 그때 몹시 기분이 상했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 참았다고 한다.
이준석의 어설픈 세대 갈라치기
이준석은 이른바 ‘세대 포위론’으로 대선을 치러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이준석이 말한 ‘세대 포위론’이란, ‘이대남’ 즉 20대 남성의 압도적 지지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았던 20대에서 이기고, 30대는 비슷하게 간 다음, 60대 이상에서 압도적으로 이겨 대선을 승리로 이끈다는 전략이었다.
실제로 개표 결과를 보면 윤석열은 20대 남성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반면에 이재명 후보는 20대 여성들에게 압도적 지지를 받아 20대 전체를 보면 두 후보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동안 20대가 민주 진영을 압도적으로 지지했으므로 20대에서 비슷한 지지를 얻은 것은 일단 이준석의 전략이 통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0.73% 차이로 겨우 윤석열이 이겼다. 그후 생긴 말이 “이준석이 아니었다면 더 크게 이겼을 것이다”라는 윤핵관의 말인데, 그때부터 이준석의 꼭지가 돌아버린 것이다.
이준석의 수상한 전제 조건
이준석은 지금 낭인이 되어 지방을 순회하고 언론에 출연해 무수히 많을 흘리고 있다. 이준석의 말인 즉 “12월까지 기다려 보고 변하지 않으면 신당을 창당하겠다”인데, 전제 조건인 ‘변하지 않으면’의 주체가 모호하다. 윤석열이 변해야 한다는 건지 국힘당이 변해야 한다는 건지 아니면 그 둘 다를 의미하는지 확실하지 않다.
정치가의 말이 중의성(重義性)을 가질 때 국민들은 그 사람에게 확실한 믿음을 주지 않는다. 정치가의 말은 신기루나 무지개가 아니라 선명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정치가 소통과 믿음의 작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준석의 이 애매모호 화법은 안철수가 그랬듯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
국힘당 이준석 회유 작전?
일설에 따르면 국힘당에서 이준석 측근들에게 회유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준석에게 공천도 보장하고 비대위원장도 줄 수 있으니 당으로 들어오라는 전갈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 말이 윤석열의 입에 나온 말인지, 우선 이준석의 반란을 잠재워 놓고 나중에 또 토사구팽하려 한 윤핵관들의 말인지는 알 수 없다.
이준석의 주장인즉 윤석열이 자신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고, 수직적인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하며, 당무나 공천에 일절 개입하지 않으면 비대위원장이나 선대본부장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존심 강하기로 소문난 윤석열이 ‘풋내기’ 이준석에게 정식으로 사과할 리도 만무하고, 공천권을 이준석에게 모두 주는 것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이준석에게 공천권을 주면 설령 국힘당이 총선에서 선방했다 해도 나중에 이준석이 당권을 쥐고 윤석열을 다시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이준석은 야당과 힘을 모아 윤석열을 축출하고 새로운 보수를 주창하며 차기 대선을 준비할지도 모른다. 이준석의 뱃속에는 구렁이가 아홉 마리다.
불신의 기억은 오래 간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준석을 여전히 믿을 수 없는 이유는 지난 대선 때 기억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토록 저주하던 윤석열 밑으로 들어가 포옹하며 웃는 모습에 솔직히 구토가 나왔다. 젊은 사람이 어찌 저럴 수 있을까, 하고 많은 사람들이 한탄했다. “윤석열이 당선되면 손가락을 자르고 싶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라고 말했던 안철수 역시 가로세로 연구소가 제기한 ‘안철수 엑스파일’ 때문에 며칠 후 단일화를 선언했다. 그러나 그때 나온 사진들을 보면 안철수는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의 눈을 하고 있었다.
그후 안철수는 인수위원장을 했지만 무관의 제왕이 되었고, 당대표 선거에 나왔으나 대통령실로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마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라는 치욕적인 말을 듣고 결국 당대표 선거에서 졌다. 윤석열은 심지어 대학 동문인 나경원마저 경질해 버렸다. 두 사람은 요즘 언론에도 자주 나오지 않는다.
이준석이 눈물의 기자회견을 하자 안철수는 "악마의 눈물 쇼"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안철수는 이준석을 아예 제명하려다 김기현의 사면 즉 징계철회로 의문의 1패를 당한 후 조용히 살고 있다. 만약 김은혜가 복귀하면 안철수는 경선부터 걱정해야 된다. 분당도 노원구도 정적들이 들끓고 있으니 사방이 지뢰인 셈이다.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난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공작 경계해야
앞에서 언급했듯 한국 정치판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가지곤 그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공작을 알 수 없다. 국민의 힘과 윤석열 정권이 마치 혁신하는 척하며 언론을 독점하고, 이준석과 갈등하는 척하다가 극적인 봉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려하는지 알 수 없다. 만약 국힘당에서 이준석에게 대구에 공천을 보장해주고 측근 즉 천하람이나 허은하 정도를 공천해준다면 다시 윤석열 품에 안길 수도 있다.
민주 진영에서 이준석을 심리적 우군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몽니 부리는 적장에게 떡 하나 준 꼴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이준석이 창당하고 민주당 수박들과 국힘당 공천 탈락자들을 대거 영입하면 20대들이 대거 이준석을 버릴 공산이 크다. 난파선에서 뛰어내린 쥐새끼들이나 영입하는 당이 무슨 신당이란 말인가.
보수는 절대 분열되지 않는다. 공천만 주어지면 조상묘도 팔 수 있다. 친박 김재원이 한 말이다. 그게 보수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준석은 믿을 수 없는 존재다. 오죽했으면 하버드 출신이 박근혜 키즈로 들어갔겠는가? 다 변해도 사람의 근본, 즉 정체성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이준석의 반란 속엔 ‘갈등 코스프레’로 후사를 도모하려는 공작이 숨어있을 수 있다. 민주당은 이런 것엔 신경 쓰지 말고 윤석열 검찰공화국과 싸우면 된다. 그러면 국민들이 지지해준다. 외연 확장이니 뭐니 하는 거짓 구호에 속지 말라. 중도층도 민주당이 민주당다울 때 더 많이 지지해 주었다. 이준석은 설령 신당을 만든다 해도 나중에 국힘당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게 그의 한계다. 박근혜도 이명박과 싸우는 척하고 뒤로는 정권 재창출에 협조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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