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별로 쓸모가 없는 존재를 ‘계륵(鷄肋)’이라고 한다.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닭의 갈비’란 뜻이지만, 어떤 집단에서 있어도 이익이 안 되고 버리자니 아까운 존재를 이를 때 하는 말이다. 한때 국힘당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권력을 누렸던 소위 ‘윤핵관’들이 졸지에 ‘계륵’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한다. 윤석열이 정권을 잡을 때는 이들을 이용했지만, 인요한이 혁신위원장으로 온 후 이들이 졸지에 계륵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국힘당에서 ‘4대 윤핵관’으로 장제원, 권선동, 이철규, 윤한흥이 거론되는데, 김기현도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존재감이 없던 김기현이 당대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용와대’의 지시를 받은 윤핵관들이 그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인요한의 말폭탄
국힘당 혁신위원장으로 인요한이 온 후 첫 일성이 “영남 스타 정치인들은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영남 스타 정치이란, 영남에서 3선 이상한 중량감 있는 정치인을 말한다. 그중 한 명이 바로 장제원이다.
1차 혁신안이 별로 안 통하자 인요한은 노골적으로 “윤핵관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며 전화로 사퇴를 권고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은 윤핵관 4인방을 불러 양보를 권했는데, 이철규는 즉시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장제원과 윤한흥은 생각해 보겠다고 했으며, 권선동은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윤핵관들의 노골적 불만 표시
그런데 얼마 후, 권선동은 “앞으로 윤핵관에서 내 이름을 빼라.”고 불만을 나타냈고, 장제원은 갑자기 부산으로 내려가 산악회 회원 4,200명을 버스 92대에 태우고 등산을 가 세를 과시했다.
장제원은 산악회원을 모아 놓고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사실상 윤석열의 지시를 정면으로 거역한 것이다. 장제원은 윤핵관 중 핵심으로 초기에 윤석열을 도와 여러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사 문제와 아들 문제로 이후 정중동의 자세를 취했다.
장제원은 권선동과 은근히 경쟁을 했는데, 권선동이 국회 안에서 윤석열이 보낸 ‘체리따봉’ 문자가 공개된 바람에 뒤로 밀려난 듯 보였다. 그러나 그 체리따봉 문자 때문에 이준석이 반발하여 ‘2차 몽니’를 부리기 시작했고, 나중에 “이준석 그 새끼는 3개월짜리”란 녹취록까지 공개되어 이준석이 국힘당을 완전히 떠나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윤석열의 지시에 “그러겠습니다”하고 순응한 이철규는 국힘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내정되어 새로운 실세로 등장했다. 집권 여당 사무총장을 하다가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나 곧 인재영입위원장으로 간택받았으니 열마나 영광스러웠겠는가? 인재영입위원장은 총선 때 공천을 좌우할 수 있는 비중있는 자리다.
인요한, “맞고 우유 먹을래?” 일갈
장제원과 권선동이 노골적으로 반발하자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우유를 먹을래, 맞고 먹을래”란 말로 장제원을 압박했다. 인요한의 이 말은 장제원이 계속 거역하면 공천을 안 줄 수도 있다는 말로 읽힌다.
그러나 부산 사상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적이 있는 장제원은 등산회원 4200명을 버스 92대로 동원해 “나 이런 사람이야.”하고 세를 과시함으로써, 설령 공천을 안 줘도 다시 무소속으로 나설 뜻을 내비쳤다.
윤석열과 장제원의 구원(舊怨)
문제는 이렇게 나오는 장제원을 윤석열이 어떻게 처리하느냐인데, 알고 보면 두 사람은 구원(舊怨)도 있다. 윤석열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할 때 윤석열을 가장 가혹하게 공격한 사람이 바로 장제원이었다. 그때 윤석열이 “이거 아무리 청문회라지만 너무 한 것 아닙니까?” 하고 장제원을 노려본 모습이 지금도 생각난다.
그랬던 두 사람이 윤핵관으로 만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윤석열이 국힘당에 입당하고 대선 후보가 되자 가장 먼저 달려가 교언영색(巧言令色)한 사람이 바로 장제원이다. 그러나 누구든 윤석열을 비판한 사람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속설도 있고 보면, 장제원이 국힘당에서 살아남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뒤끝 끝판왕 윤석열
윤석열은 ‘뒤끝 끝판왕’으로 불릴 정도로 누구라도 자신을 공격하면 반드시 후에 보복했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손가락을 자르겠다고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는 안철수도 당대표 선거 때 내쳐졌고, 서울대 법대 동문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하던 나경원도 당대표에 나섰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흔히 윤석열을 ‘통큰형님’으로 부르지만, 알고 보면 가슴이 좁고 뒤끝도 심한 독불장군이다. 그저 후배 검사들과 술이나 마실 때 ‘통큰형님’이란 말이 나오지 정치에 뛰어든 후는 ‘좁쌀’로 전락했다. 윤석열의 눈에는 인자함은 찾아볼 수 없고 허세와 적의만 빛난다.
TK는 분열 시작, PK는 이미 붕괴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국힘당의 텃밭인 대구와 경북의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이준석이 대구에 출마한다는 소문이 돈 후 20대와 30대를 중심으로 여론이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이준석과 유승민이 신당을 차리면 대구와 경북에서 국힘당을 이긴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하였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윤석열이 박근혜를 보름 만에 두 번이나 만났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PK(부산, 울산, 경남)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국정 지지율이 긍정보다 부정이 더 높다. 아마도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 투기로 바다가 많은 지역의 분노가 결집된 탓으로 보인다. 부산의 상징인 자갈치 시장은 벌써부터 손님이 줄어 아우성이고,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울산의 경우, 지난 지자체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구의원 후보가 국힘당 후보를 이겼고, 교육감도 진보 진영 후보가 이겼다. 울산은 김기현 당대표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그후 생긴 말이 “차기 총선엔 김기현도 어렵다”는 말이다.
김기현도 현재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와대의 힘으로 당 대표가 된 게 오히려 악수가 된 셈이다. 김기현은 존재감이 약해 수도권에 출마해도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고 윤석열이 김기현을 서울 강남, 서초에 공천을 주겠는가?
국힘당 사분오열, 이준석 엑스파일 다시 거론될 수도
이래저래 국힘당은 사분오열되어 내년 총선에서 역대급 참패를 당할 것이다. 혹시 이준석에게 전권을 주겠다며 회유에 나설지도 모르지만, 몇 번 당한 적이 있는 이준석이 또 넘어가겠는가? 만약 넘어간다면 이준석의 정치 생명도 거기서 끝난다. 제2의 안철수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준석이 회유에도 불구하고 신당을 차리면 한동안 잠잠했던 ‘이준석 엑스파일’이 다시 부각될 수도 있다 벌써부터 모 언론에서 ‘이준석도 사법리스크에서 못 벗어날 것’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낸 바 있다. 이준석에게 경고장을 보낸 셈이다. 하지만 이미 무혐의가 난 사건을 다시 거론해봐야 반발만 더 거세 선거에 별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 점은 ‘이재명 사법 리스크’도 마찬가지다. 만약 검찰이 또 다시 이재명 대표를 구속하려 하면 민주 진영이 똘똘 뭉치고 중도층도 돌아서 국힘당이 역대급 참패를 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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