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때문에 배운 게 참 많다. 잘 몰랐던 ‘헌법’과 ‘형사소송법’을 공부하고, 나와 아무 상관이 없을 것 같던 ‘제3자 뇌물죄’, ‘경제공동체’, ‘독직죄’, ‘포괄일죄’, ‘직권남용’, ‘직무유기’, ‘공문서 위조’, ‘공무방해’, ‘공직선거법’도 공부하게 되었다. 거기에다 무료로 ‘전국민듣기테스트’까지 해주니 그 아니 고마운가? ‘바이든’이 한국어로 ‘날리면’이란 것도 처음 알았다. 아울러 어떻게 하면 주가가 저절로 오르고, 고속도로가 저절로 휘어지고, 휴게소가 저절로 굴러서 들어오는지도 알게 되었다.
오늘은 ‘술’ 이야기를 좀 해보기로 한다. 윤석열이 하도 술을 좋아한다고 해서 새삼스럽게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술은 과연 언제부터 생겼으며, 권력자들은 왜 유독 술을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술의 역사
인류는 언제부터 술을 만들어 마셨을까? 아니, 술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일까, 아니면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것일가. 학설에 의하면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인간이 마셔본 후 맛도 있고 기분도 좋아져 그걸 더욱 발전시켰다는 설이 유력하다. 과일이 떨어진 웅덩이에 괸 술을 원숭이가 마시고 춤을 췄다는 얘기가 있는 것을 보면, 술은 인류 역사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승되고 있는 우리 술들이 멥쌀, 찹쌀, 좁쌀 따위의 곡물을 주축으로 삼은 것으로 봐 한반도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무렵에 술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91년 경기도 일산에서 출토된 가와지 볍씨가 5020년 전 신석기시대의 것으로 고증되어 가장 오래된 벼농사 흔적이다. 이로 보아 우리술의 역사는 5,000년 전으로 보인다.
권력자들의 친구 술
고려 태조 왕건이 고창(현재 안동)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을 때에 삼태사의 도움을 받았는데, 당시 견훤의 병사들이 진을 치고 있던 마을에서 주막을 운영하던 주모 안중이 견훤의 병사들에게 독한 술을 마시게 한 뒤 이를 삼태사에게 알려 승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왕들이 통치의 수단으로 금주령을 곧잘 내린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왕권을 강화하고 사회 기강을 바로잡으려고 할 때 금주령이 활용되었다. 백성들에겐 술을 못 마시게 하고 자신들은 실컷 마시며 향락을 누린 것이다. 숭 옆엔 반드시 여자가 있었다.
술에 세금을 부과
술에 세금을 부여하기 위한 정책은 대한제국 시절에 만들어졌다. 1904년 한반도에서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일본은 그 해 8월에 한일협정서를 체결하여 대한제국의 재정권과 외교권을 침탈했다. 일본 주세법을 만드는 데 참여했던 일본인 메가타를 재정 고문으로 임명하여 주세 도입을 진행했다. 그리하여 1909년 2월 우리나라에 최초로 주세법이 공포되었다.
1930년을 전후로 주세가 전체 조세에서 지세(地稅)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게 된다. 1934년의 기록을 보면 조세 총액 5,612만 원 중에서 주세가 29.5%를 차지하여 지세 26.2%를 앞서고 있다. 조선총독부는 통치 자금의 확보 차원에서 술을 엄격히 통제하고 세금을 각출했다.
술은 약일까, 독일까?
그런데 술은 약일까, 독일까? 어떤 사람은 술이 약이라 하고, 어떤 사람은 독이라 한다. 아마도 술의 종류에 짜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 무엇이든 적당하면 약이 되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
역대 대통령 중 윤석열만큼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윤석열이 술 마시는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된 것만 해도 수십 장이 넘는다. 겉으로는 소통 운운하지만, 하루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는 윤석열 특유의 버릇이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일설에 따르면 윤석열은 검사 시절에도 술로 후배들을 다스렸다고 한다. 그래서 검찰에서 불린 이름이 ‘통큰형님’이었다고 한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고시를 아홉 번이나 본 것도 술 때문이란 증언도 있다. 술을 자주 마시면 뇌세포가 죽어 기억력에 지장이 온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통령이 술로 문제가 된 것은 윤석열이 최초
윤석열은 대통령이 된 후에도 전에 다녔던 술집을 자주 드나들다 뉴탐사에 의해 술 취한 얼굴 사진이 공개되어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청담동 술집’ 사건도 터졌으나 의혹을 제기한 강진구 기자만 수사를 받고, 당시 술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은 아직도 당시 동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첼리리스트가 경찰에 소환된 후 “꾸며 낸 이야기”라고 고백했다고 했으나, 뉴탐사는 여전히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진구 기지와 김의겸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 당시 윤석열의 동선을 밝히면 될 일인데, 국가 안보라 밝힐 수 없다고 한다. 대통령이 밤에 측근들과 술 마시는 게 국가 안보면 도대체 밝힐 게 뭐가 있을까? 오히려 대통령이 자주 술을 마시는 게 국가 안보를 저해하는 것은 아닐까?
문득 떠오른 ‘춘향전’ 한 대목
그동안 공개된 윤석열의 술 마시는 사진을 보면 대부분 상대가 측근들이다. 만찬을 할 때도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하고 국힘당 지도부와 했을 뿐, 한 번도 야당을 불러 만찬을 베풀지 않았다. 하루도 살기 실하던 청와대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이용이용했다. 대부분 영빈관인데 그곳은 주로 술마시고 자기들기리 단합대회를 여는 곳이다.
술은 원수지간의 앙금도 풀어준다는데, 자기들끼리만 마시며 즐기는 것을 보면 그들이 강조한 ‘협치’란 ‘협소한 정치’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토록 자주 마시는 술과 자주 여는 만찬엔 누구 돈이 들어가는 것일까? 문득 고전소설 <춘향전>에 나오는 한 대목이 떠오른다.
‘금으로 만든 술잔에 담은 맛좋은 술은 천 사람이 흘린 피요, 옥그릇에 놓인 맛있는 찬은 만백성을 쥐어짠 기름이며, 밤늦도록 노니느라 켜놓은 초에 농이 떨어지면, 백성들의 눈에 분한 눈물이 떨어지고, 너희들이 신나게 부르는 노랫가락에, 백성들의 원통한 아우성이 높아져만 가도다.’ - ‘춘향가’ 중에서
윤석열이 그새를 못참아 또 해외 순방에 나선다고 한다. 외국에 가면 국빈 대접을 받으며 마음껏 술을 마실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거액의 경비는 ‘만백성을 쥐어짠 기름’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정희도 ‘안가’에서 술 마시다가 10.26 사태가 일어났다. 권력자에게 지나친 음주는 독이다. 반주 정도면 몰라도 자기들끼리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마신 술은 정권 조기 붕괴의 기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무십일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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