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심각.."국정원, 선관위 시스템에 해킹툴 84개 설치""보안점검 집요하게 선관위에만 압박..민주주의 파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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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1일 내곡동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개표 관리에 대한 심각성이 드러났다. 국가정보원이 보안점검을 진행한다는 명목으로 선관위 내부시스템에 설치했던 '해킹툴'이 2개가 아닌 84개였으며 점검이 끝난 후에도 완전히 삭제가 안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1일 국정원이 선관위 보안점검을 진행하며 내부망에 남겨둔 점검 정체불명 프로그램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해킹 프로그램'으로 의심하고 선관위에 대한 해킹 가능성을 의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점검툴'이라는 국정원의 말을 그대로 받으면서 야당을 힐난했다.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유상범 국힘 의원과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서 열린 국정원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 도중 ‘선관위 보안점검’ 관련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윤건영 의원은 “‘전체 해킹툴이 몇 개나 설치됐나’라고 했더니 국정원 측이 ‘84개가 설치됐다’고 했다”라며 “‘해킹툴 전체가 제거됐냐’고 묻자 ‘100%는 아니고 남아 있다’고 답변했다”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특히 “민주당이 의혹을 제기한 건 선관위가 (남아 있는 해킹툴을) 찾아낼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해킹툴 84개를 깔았는데 상당 부분 남아있는 걸로 확인됐다고 하고 국정원은 가능성을 인지시켰고 삭제 방법을 설명했다고 하지만, 작업을 선관위가 할 수 있느냐는 별건”이라고 향후 삭제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유상범 의원은 국정원 측 입장을 전했다. 그는 "민주당에서는 해킹툴을 남겨놨다고 주장하는데 국정원은 '거기에 있는 파일은 보안점검을 위한 점검툴이지 해킹툴은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국정원에서는 점검 툴을 삭제하는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선관위에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윤건영 의원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이 선관위 보안점검과 관련해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 간사가 참여하고 행정 전문가들이 모여서 비공개 검증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물었다”라며 “국정원장은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국정원은 지난 7월 17일부터 9월 22일까지 선관위에서 보안점검을 실시했다. 이에 민주당은 국정원이 보안점검이라는 구실을 통해 ‘선관위 길들이기’와 '선관위 흔들기'를 시작했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총선 등 국내 정치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병원 의원이 선관위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을 공개하면서 국정원을 향해 '선관위 장악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강 의원은 “국회, 대법원, 헌재는 선관위와 마찬가지로 보안 점검에 응하지 않았는데 국정원이 유독 선관위에만 별도 연락하고 관계자를 외부에서 만나가며 집요하게 점검받도록 압박했다”라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선관위 장악 시도 중단 촉구 행안위·과방위·정보위 간사 합동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병원 의원은 “보안 전문가들에 따르면 도구 파일 이름 등으로 미뤄볼 때 명백한 해킹 툴 같다”라며 “보안 점검이 선한 의도였다면 국정원 스스로 나서 모든 추진 과정과 사용한 도구, 사용 이유 등을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날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정원의 선관위 흔들기는 정권 야욕에 복무하면서 국내 정보수집 기능 부활을 꿈꾸며 국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26일 또다시 "윤 정권이 정보기관인 국정원을 앞세워 선관위를 장악하려는 일련의 시도는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윤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 시도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라고 경고했다.
지난 7월 26일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인 김용빈 전 사법연수원장이 취임했다. 선관위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가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것은 35년 만에 처음으로 윤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로 선관위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둘러싼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