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은 직선제 이후 제1야당 대표와 단 한 번도 회담하지 않은 유일한 인물로 취임 1년 4개월이 지나도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을 회피해 왔다. 대신에 여당이 앞장서서 "방탄용" "격에 맞지 않는 범죄 피의자의 위기 모면용" "뜬금없는 떼쓰기식 영수회담 제안"이라고 펄쩍 뛰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민생 영수회담’ 제안을 두고 대통령실은 침묵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연일 비판을 쏟아내자 “정작 호응해야 할 대통령실은 묵묵부답인 반면, 여당은 이 대표의 제안에 길길이 날뛰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1일 논평에서 “이재명 대표의 ‘민생회담’ 제안이 이렇게까지 벌떼처럼 달려들어 거부할 일인지 의아스럽다”라며 이렇게 밝혔다.

권 수석대변인은 “야당은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챙기자는데, 여당은 고장 난 레코드처럼 방탄 타령만 되풀이하며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라며 “국민의힘은 민생은 보이지 않고 정쟁만 보이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의 이런 태도야말로 지금까지 보여준 검찰의 ‘정적 제거용’ 정치탄압 수사와 한통속이었음을 입증할 뿐”이라며 “민생을 위한 제안을 정쟁으로 몰아가지 말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부·여당이 당면한 경제와 민생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면 이재명 대표의 ‘민생회담’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동혁 국힘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논평에서 "밑도 끝도 없이 발로 문을 박차고 들어가 '사장 나오라고 해'라며 고함치는 것 같다"라며 "진정 민생을 위한다면 각종 괴담으로 민생을 파탄 내고 끊임없이 입법폭주를 자행하고 국회를 방탄장으로 만든 것부터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창작 소설과 불법 수사를 외치다가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사실이 소명되었다고 인정되니 '반전의 카드'가 필요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라며 "격에도 맞지 않는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형사 피고인으로서의 책임을 희석시키는 신분세탁 회담에 매달리지 말고, 국민의힘이 제안하는 여야 당 대표회담에 먼저 진정성을 보여주기 바란다"라고 몰아붙였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 대표의 민생 영수회담 제안을 두고 SNS를 통해 "선거법 위반, 대장동 비리 혐의로 재판받는 피고인이자 위증교사 등 또 다른 범죄 혐의로 수사받는 피의자의 위기 모면용 영수회담 제의"라고 폄훼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무슨 전제군주냐? 언제까지 조작수사를 핑계로 야당 대표를 모욕할 것이냐?"라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진정 민생을 챙기고 경제를 살리겠다면 야당을 모욕하지 말고 영수회담에 응하기를 바란다"라고 받아쳤다.

박 대변인은 "법원의 영장 기각에도 여전히 이 대표에게 족쇄를 채우려는 여당의 무도한 정치 공세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라며 "지난 1년 반 동안 야당과의 대화를 거부한 채 '방탄'만 외치며 정치 공세를 해 온 것은 바로 국민의힘이다. 그렇게 1년 반을 대한민국과 국회를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고 반성하지는 못할망정 또 야당을 비난하느냐"라고 따졌다.

일각에서는 연이은 영수회담 묵살을 두고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상대로 쩔쩔맸던 대선후보 TV토론 '트라우마'를 꼽기도 한다. 취임 후 윤 대통령은 만만한 비서진이나 장관들만 병풍으로 앉혀놓고 1시간 중 59분을 일방적으로 떠들 뿐, 소통을 위해 야심 차게 밝혔던 '출근길 문답'마저 6개월도 안 돼 없애버리면서 불통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그나마 해외순방은 통역의 역활로 몸 제스처로도 무리가 없어 환대하는 데만 익숙해져 있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추석날(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님께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드린다"라며 "최소한 12월 정기국회 (종료) 때까지 정쟁을 멈추고 민생 해결에 몰두하자"라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민생의 핵심은 경제이고, 경제는 심리다. 대통령과 야당이 머리를 맞대는 것만으로도 회복의 신호가 될 것"이라며 "국민께 일말의 희망이라도 드릴 수 있다면, 국민의 삶이 반걸음이라도 나아진다면, 이 모두가 국정을 전적으로 맡고 있는 대통령님과 정부 여당의 성과일 것"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