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한경협으로 '꼼수' 탈바꿈..최순실 정경유착 회귀 우려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해체 촉구 “한경협은 최순실 돈주머니 과오 잊었나..4대재벌 재가입, 국정농단 반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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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앞에서 4대 그룹 전경련 재가입 규탄 및 전경련 해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간판을 바꿔 달고 22일 출범하면서 4대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의 복귀와 함께 정경유착 회귀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경협은 전경련 산하 조직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통합해 출범했다. 4대그룹은 한경연의 회원사로 한경협에 합류하는 형식을 띠었다. 한경연은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이다. 4대 그룹은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을 탈퇴하면서도 한경연의 회원사 지위는 유지해왔다.
이날 4대 그룹은 전경련 복귀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삼갔으나, 한경연 회원사 자격이 한경협으로 자동 승계되는 데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아 암묵적으로 동의한 셈이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한 각 그룹 총수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을 탈퇴하며 다시는 복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한경협 수장은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맡았다. 이날 전경련 임시총회 의결로 공식 취임한 류진 회장은 “신뢰 받는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라고 밝혔다.
전경련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에서 청와대의 요구로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회원사들이 거액의 출연금을 내는 데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4대 그룹은 정경유착과 결별하겠다며 전경련을 탈퇴했다. 정치권력과 부정한 거래를 하는 창구 구실을 해온 전경련은 이때부터 사실상 활동을 멈췄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을 통해 한경협으로 간판만 바꾼 전경련의 변신을 꼼수로 보고 "윤석열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마침내 부활에 성공했다"라며 다음과 같이 정경유착 회귀를 우려했다.
"전경련 부활은 윤석열 정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당선자 시절 윤 대통령은 경제단체장들과의 오찬을 전경련이 주선하게 했다. 전경련도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여론조사를 벌여 ‘국민 지지가 높다’는 자료를 발표하는 등 윤 대통령 지원에 적극 나섰다. 지난 2월엔 윤석열 후보 캠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조직 부활을 이끈 김 직무대행은 상임고문으로 남는다고 한다. 누가 봐도 독립한 경제단체의 모습은 아니다. 정경유착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전경련 회귀로 비친다."
이날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4대그룹의 전경련에서 이름을 바꾼 한경협 재가입을 규탄하고 협회 해체를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을 탈퇴했다가 재가입을 앞둔 4대 재벌을 규탄하고 전경련 현판에 레드카드를 붙이는 시연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반성 없이 전경련 재가입하는 4대 재벌 총수의 대국민 사과 △삼성물산 불법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6000억 원 손실과 정부가 엘리엇에 배상할 1300억 원에 대한 이재용 회장의 배상 등을 촉구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대한민국 사상 최악의 정경유착 사건이자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 전경련과 4대 재벌그룹이 있었다”라며 “국민은 당시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경련은 정경유착 범죄를 넘어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재벌로의 부의 집중을 심화시키는 재벌 감세, 기업규제완화, 최저임금 인상 저지 정책을 국회와 정부에 제안하고 관철시켜왔다”라며 “한국경제인협회로의 개명도 최소한의 반성도 없는 ‘간판갈이’”라고 비판했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대통령 탄핵까지 초래한 정경유착과 국정농단 과정에서 최순실 일가의 돈주머니였던 미르·K스포츠 재단의 후원금 모금을 주도했던 적폐가 바로 전경련”이라며 “전경련이 55년 만에 옛 이름인 한경협으로 돌아간다는데 대한민국도 55년을 거꾸로 거슬러 정경유착의 새 시대를 열게 되는지도 모르겠다”라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또 국민권익위원회가 청탁금지법상 농수산물 선물 가격을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상향한 것도 비판했다.
권익위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번 추석 때부터 선물 가격을 상향하는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11명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즉각 시행된다. 권익위는 2017년 12월 농수산물 선물 가액을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올렸고, 2021년 11월에는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올렸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권익위의 의결은 금품 등의 수수를 제한하고 부정한 청탁을 금지하자는 취지로 권익위가 제안해 만들어진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스스로 훼손한다”라며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국민의 의견부터 들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나아가 “30만 원짜리 농수산물 선물이 어떻게 미풍양속이 되고 의례적 선물이라고 할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권익위가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의 범위에 온라인 모바일 상품권 등을 포함했다고 하는데, 사용 내역에 대한 추적이 어렵다고 반대하던 권익위가 어떠한 근거로 입장을 바꿨는지 충분한 검토의 결과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