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2016년 겨울, 그 뜨거웠던 촛불의 함성을 기억합니다. 2017년 대선에서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2위와 격차를 넉넉하게 따돌리며 여유 있게 당선되었던 그 순간을 기억합니다. 두 개의 기억은 많은 시민들의 힘이 모여 이루어냈던 결과였으며 가슴 벅찬 감동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은 당시 촛불시민들의 탄핵외침에 마지못해 광장에 나온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만, 광장에는 가장 늦게 나와서 국민들이 차려준 밥상을 모두 가져간 막대한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그로부터 어느덧 6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암튼, 압도적인 지지로 대한민국의 제 19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적폐청산이라는 거대 과제의 해결을 위해 사회 대개혁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상당할 것이라는 염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대중 정신과 노무현 정신을 이어받아 민주정부 제 3기에는 이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5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국가를 전면 개조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심지어 이해찬 대표는 당시 ‘민주정부가 20년 연속 집권해야 국가를 어느 정도 개혁할 수 있다’라는 말도 했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우리는 김대중 정신을 기억합니다. 박정희 정권의 김대중 납치살인미수 사건과 전두환의 사형 선고에도 불구하고 불의에 굴복하지 않고 끝내 다시 일어서는 인동초 정신 말입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국면에서 탄핵에 동참한 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을 질타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이명박의 폭정에 맞서 대한민국의 3대위기라며 민주주의 위기, 민생위기, 한반도 평화위기라는 발언을 통해 국민들의 정의감에 불을 당기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또한 노무현 정신을 기억합니다. 80년대 노동운동에 헌신하며 인권변호사로 활약했던 그 분의 정신을 기억합니다. 잘못된 언론에 맞서 싸우기도 하고 대기업 자본에 일침을 날리곤 했던 노무현이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잘못을 지적하며 노골적으로 이명박을 비판했던 그 분의 비분강개를 우리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지금 시국에서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작년 10월에는 159명의 고귀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억울한 희생자는 있지만 국가는 끝내 책임지는 자 아무도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저들은 끝없는 방해공작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 폭우와 홍수로 인해 50명의 귀한 목숨이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서로 남 탓에만 급급할 뿐 어느 누구도 책임지려하지 않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합법적인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정권에 맞서 어느 노동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지금 국민들의 목숨은 매우 위태롭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지금의 정부는 방류를 막아내기는커녕 오히려 일본의 용산총독부라는 말까지 들어가며 일본정부의 행태를 감싸고돕니다. 끝없는 굴종외교로 국민들의 자존감은 한없이 나락으로 추락하는 중입니다. 북한의 위협을 더욱 자극하는 행태로 국민들을 더욱 불안에 떨게 합니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은 결국 정권을 빼앗긴 데 있습니다. 2016년 촛불에서 그토록 뜨거웠던 개혁에 대한 열망을 단 하나도 이루지 못한 채 친일정권에게 빼앗겨버린 일종의 망국의 설움을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몸서리치게 느끼고 있습니다. 검찰개혁에 대한 요구에 윤석열을 감싸기만 했던 모습들에서 큰 실망을 느꼈지만 설마하니 윤석열이 대통령까지 하랴?는 일종의 불안감은 결국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위기의 민주주의’라는 다큐 영화로 잘 알려져 있으며,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한 브라질을 떠올려봅니다. 브라질의 룰라는 두 차례나 대통령직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대통령 퇴임이후 구속되는 등의 탄압이 있었지만 이러한 탄압에 맞서 투쟁하고 싸우며 2022년 대선에서 다시 한 번 대통령이라는 위치에 오릅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지금은 위기의 시대입니다. 우울한 시간입니다. 절망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많은 촛불시민들이 주말마다 광장에서 윤석열 퇴진을 목 놓아 외칩니다. 하지만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습니다. 정권의 요직에 앉은 자들은 국민들을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여당은 오직 윤석열과 그 일가의 심기경호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태평성대의 시기가 아닙니다. 평산 마을에서 한가하게 도자기나 굽고 책이나 보며 낭만을 즐길 때가 아닙니다. 소시민으로서의 행복을 누리고 싶었다면 그 시간은 1년으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선비놀음이나 하면서 일상의 평화를 즐길 때가 아닙니다. 신선놀음으로 도끼자루 썩어나가는 줄 모르는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이제 광장으로 나와 주십시오. 광장에서 촛불시민들과 함께 해 주십시오. 많은 촛불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주십시오. 10만의 촛불이 100만이 되고 200만이 되고 나아가 1천만 촛불이 모여 극악무도한 이 정권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그리하여 이 범죄 집단에게 정의가 무엇인가라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 일에 힘이 되어주십시오. 1987년 6월 항쟁을 되새겨 봅니다. 당시 모든 민주시민 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민주화 원로들까지 나서서 독재타도를 외치며 민주헌법 쟁취에 목놓아 울던 그 시절을 상기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광장에서 우리의 외침이 민주주의의 거대한 물결이 되어 역사의 한 장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그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민주시민들의 바램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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