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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먹고 죽음에 이른 사람들

이득신 작가 | 기사입력 2023/07/04 [18:50]

그것을 먹고 죽음에 이른 사람들

이득신 작가 | 입력 : 2023/07/04 [18:50]

▲ 출처=연합뉴스  © 서울의소리

영국의 농수산식품부 장관 존 검머는 재임 기간 중 광우병소고기 파동이 발생하자 ‘영국 소고기는 안전합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취재진 앞에서 자신의 딸과 함께 햄버거를 먹는 퍼포먼스를 취한 적이 있다. 그는 이 퍼포먼스에서 햄버거의 패티를 아래로 밀어내고 빵만 먹는 듯한 장면이 사진에 고스란히 찍혀 논란에 휩싸였으며, 2007년에는 존 검머의 딸 친구 엘리자베스 스미스가 vCJD(변형크로이츠펠트야곱슨병, 광우병의 일종)으로 22살에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비록 딸 친구의 죽음이었지만 공개 방송에 딸까지 대동해 소고기 안전을 장담했던 당시 장관으로서의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의 집중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이후 광우병파동으로 전세계가 한참 시끄러울 때 존 검머는 단골 메뉴로 소환되며 여러 가지 형태의 소고기 안정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품게 만들기도 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먹어서 응원하자는 캠페인이 만들어졌다. 해당 캠페인은 동일본 대지진 극복을 도모하는 구호로 기획됐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한 달여 뒤인 2011년 4월 28일 일본 농림수산성과 소비자청은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을 공표한다. 후쿠시마현 등 재난 피해 지역의 농림수산물을 적극 소비해 경제 회복과 부흥을 돕자는 취지의 운동이었다. 정부의 지원 아래 정치인, 연예인, 운동 선수 등을 동원하며 전방위적으로 전개됐다. 캠페인을 벌이면서 일본정부와 주최 측은 안정성 검사를 통과한 농산물들로만 만들었다고 홍보했지만, 그 안정성 검사 자체가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불신은 더욱 커져갔고 2011년이 다 지나갈 무렵에는 캠페인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이후 일본 내에서는 이와 관련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캠페인에 참여한 방송인 연예인 체육인 등이 차례로 급성 백혈병 등 각종 암에 걸려서 사망하는 사건이 줄줄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사건은 결국 한국에서도 보도되었고 2019년 4월 15일 JTBC ‘앵커브리핑’에서 손석희 앵커는 “우리는 먹어서 응원할 생각이 없다, 그것은 정치의 영역이고 이것은 생존의 영역”이라고 말한바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후쿠시마 핵폐수 방류는 상상 밖의 영역이었으며, 먹어서 응원하는 캠페인조차 정치적 영역으로서 일본 내부에서 발생한 몇 개의 사건처럼 덮어지는 듯 했다.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에 동원된 연예인들이 피폭되어 병에 걸리거나 사망했다는 뉴스도 나온다. 앞서 손석희 앵커의 브리핑에서는 “후쿠시마 농산물을 즐겨 먹는다는 유명 방송인과 일본의 수영 간판스타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소식에 일본 사람들은 방사능과 연관성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TV 아나운서들도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먹으며 응원을 했는데 그중에서도 적극적으로 후쿠시마 음식을 맛있게 먹어대던 일본의 국민 MC 오츠카 노리카즈는 얼마 뒤 급성 림파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해당 프로그램에서 하차하여 피폭으로 인한 발병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그가 걸린 백혈병의 원인이 방사능 탓이라는 명백한 증거는 없지만 연관이 아주 없다고 보기도 힘들어 당시에는 많은 논란이 되었다

 

야마구치 타츠야는 1989년부터 활동해온 일본의 남성 아이돌 그룹 토키오(Tokio)의 전 멤버다. 2018년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돼 그룹을 탈퇴했다. 야마구치는 후쿠시마 농산물 홍보 활동을 해온 지 1년이 조금 안 된 무렵 니혼티비의 한 프로그램에서 체르노빌을 방문하고 인근 연구소에서 피폭 검사를 받았다. 여기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에 피폭되었다는 진단이 나왔고 이를 본 일본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한다.

 

야마구치 타쿠야는 한국에서는 여러 차례 ‘먹어서 응원했다가 피폭 당한 아이돌’로 기사가 나기도 했다. 과거 JTBC ‘썰전’과 TV조선 ‘강적들’에서도 강용석과 이준석 등 출연자의 입을 통해 ‘1년간 후쿠시마 농산물 먹고 피폭 당한 아이돌’로 소개됐다. 실제로 토키오는 ‘먹어서 응원하자’ 운동의 한 축인 프로젝트 ‘푸드 액션 닛폰(Food Action Nippon)’의 홍보모델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활동했다. 후쿠시마산 채소나 과일을 베어물고 함박 웃음을 터뜨리는 토키오 멤버들의 얼굴은 ‘먹어서 응원하자’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호쿠토 아키라는 일본의 전직 프로레슬러 사사키 치즈코의 링 네임(Ring name)이다. 호쿠토는 1985년에서 2002년까지 프로레슬러로 활약했고 은퇴 후에는 방송인 겸 배우로 일을 하기도 했다. 그녀는 2015년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호쿠토는 2011년 5월 초 같은 프로레슬러인 남편 사사키 켄스케와 함께 도호쿠 지방을 돌며 후쿠시마 피난민을 위한 프로레슬링 대회를 연 바 있다. 이 활동을 이유로 그의 유방암과 후쿠시마를 관련짓는 이야기가 돌았고 이를 일본언론에서 기사화하며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카와시마 나오미는 일본의 배우 겸 가수로 1979년부터 활동했다. 2013년 여름 담낭에서 종양이 발견되어 이후 암수술을 받았으나 2015년 9월 24일 사망했다. 생전에 봉사활동 등으로 후쿠시마를 자주 찾았고 암으로 숨졌기 때문에 ‘후쿠시마에서 병을 얻은 것’이라는 이야기가 퍼졌다. 카와시마의 블로그에는 그가 후쿠시마를 비롯한 도호쿠 피해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온 기록이 남아 있다.

 

이마이 마사유키는 극작가, 연출가, 배우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한때 육상 자위대에 몸을 담기도 했으나 배우의 길을 가기위해 제대했다. 2014년 대장에서 암을 발견해 수술을 받았으나 상황이 악화되어 이듬해 활동을 중단했다. 기자회견에서 암을 고백한지 얼마 안 되어 2015년 5월 28일 사망했다. 생전에 아마이는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에 침전물 제거 봉사활동을 나가기도 하고 이재민들을 위한 자선 공연을 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 이야기들이 일본전역에서는 지금도 후쿠시마 방사능의 위험성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지금도 일본정부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일본 국민들이 항상 언급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먹어서 응원하는 것은 일본으로 족하다. 우리마저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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