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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렴치 조부'에 '염치 손자'의 양심선언에 사람들 '울컥'

<광주로 달려간 전두환 손자 전우원>
“돌로 쳐서 안 죽여주시고 가족들과 제가 이렇게 뻔뻔하게 살아 있는 건 여러분이 천사이기 때문"
5.18재단 이기봉 사무처장 “전씨의 행보를 계기로 숨어 지내는 5·18 당사자들이 고백할 수 있을 것”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23/04/01 [17:46]

'파렴치 조부'에 '염치 손자'의 양심선언에 사람들 '울컥'

<광주로 달려간 전두환 손자 전우원>
“돌로 쳐서 안 죽여주시고 가족들과 제가 이렇게 뻔뻔하게 살아 있는 건 여러분이 천사이기 때문"
5.18재단 이기봉 사무처장 “전씨의 행보를 계기로 숨어 지내는 5·18 당사자들이 고백할 수 있을 것”

서울의소리 | 입력 : 2023/04/01 [17:46]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27)씨 31일 광주 북구 5.18 묘지를 찾아 작성한 방명록과 참배를 마친 뒤 5.18민주화 운동 당시 숨진 문재학군 모친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

 

고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27)씨가 지난 31일 광주광역시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전씨 일가 중 광주 민주화운동 피해자·유족들에게 사죄하고 묘역을 참배한 것은 전우원씨가 처음으로 첫 양심선언이다. 

 

전씨는 이날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 1층 리셉션 홀에서 열린 ‘5·18 유족 및 피해자와 만남’ 행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5·18 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은 그의 진심 어린 사과에 눈물을 흘리며 따뜻하게 맞이했다다음은 전씨가 남긴 사죄와 참회의  발언들이다.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계신 모든 분들이십니다."


“돌로 쳐서 안 죽여주시고 십자가형 안 되고 가족들과 제가 이렇게 뻔뻔하게 살아 있는 건 여러분이 천사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응원을 해주셨습니다. 어머니가 결국은 가족의 피해자인데, 언제 어떻게 해코지 당할지 모르는 두려움이 있으시다라며 어머니가 예전부터 ‘가족을 상대하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말하셨습니다.” 

 

"전두환 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자 학살자입니다. 전두환 씨는 민주주의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고 오히려 민주주의가 역으로 흐르게 했습니다."

 

"양의 탈을 쓴 늑대들 속에서 자랐습니다. 양의 탈을 쓴 늑대들 뒤에 숨어 항상 제 죄를 숨기고 알고 있음에도 저에게 피해가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회피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광주시민들이 따뜻하게 반겨주시고 사람으로 봐 줘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날 행사 마지막 무렵에 의자에서 일어난 전씨는 5·18 당시 가족을 잃은 ‘오월어머니’들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 이 자리에서 눈물을 흘린 오월어머니회 회원 이명자씨는 “할아버지 죄를 전씨가 다 떠안고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해 안타까워 눈물을 흘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행사를 마친 전씨는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헌화와 참배로 오월 영령의 넋을 기렸다. 전씨는 5·18 최초 사망자인 고(故) 김경철 열사, 12살 희생자인 고(故) 전재수군, 행방불명자와 무명 열사 묘역을 차례대로 참배했다. 한 곳도 빠짐없이 묘비 앞에 무릎을 꿇은 전씨는 묘비와 영정 사진을 자신의 검은색 코트로 닦아줬다.

 

유족은 물론 시민들은 전두환 후손이 묘비를 닦아내는 모습에 눈물을 쏟아냈다. 국립 5·18민주묘지 김범태 관리소장마저 눈시울을 붉혔다. 김 소장은 “전두환의 장남도 아닌 차남의 아들, 어떻게 보면 (5·18과) 무관한 사람인데, 진정한 마음으로 사죄하고 참배를 하는 모습에 울컥했다”며 “수많은 참배객을 맞이하면서 눈시울을 붉힌 것은 처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전우원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 ·18민주묘지 내 김경철 열사의 묘소를 찾아 자신의 외투를 벗어 묘비를 닦으며 넋을 위로하고 있다. 뉴시스


5·18 단체들은 ‘전씨를 환영한다’는 표현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기쁜 마음으로 반갑게 맞이하는 것이 아닌 ‘따뜻한 마음’으로 맞이한다는 것이다. 5·18 기념재단 이기봉 사무처장은 “전씨가 어려운 발걸음을 한 것에 대한 격려와 따뜻한 맞이가 올바른 표현 같다”고 말했다.

 

전씨의 5·18 사죄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지만, 5·18 단체들은 전씨의 행보가 궁극적으로 ‘진실규명’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전씨의 용기에 5·18에 대한 고백과 증언을 하는 사람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이기봉 사무처장은 “전씨의 행보를 계기로 숨어 지내는 5·18 당사자들이 고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범태 관리소장은 “전씨 같은 또 다른 MZ 세대의 손자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세창· 정호용 등 신군부 핵심 주역의 손자들이 분명 느끼는 점이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행보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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