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당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탈북자 출신 태영호가 “제주 4.3사건은 김일성이 남로당에 지시해 일어난 폭동이다.”라고 말해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당장 제주 4.3 유족이 반발하고 야당 역시 망언이라며 성토했다. 심지어 국힘당 내에서도 왜 하필 이 시기에 그런 민감한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구석을 내비쳤다.
국힘당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얼마 전 제주도를 방문해 “이제 제주도에서도 국힘당 의원이 나와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러나 태영호의 이 발언으로 그 모든 게 허사가 되어버렸다. 국힘당은 제주도에서 약 20년 동안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원희룡은 제주도에서 국회의원이 되었으나 지금의 국힘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제주 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었다. 그러나 곧 국힘당에 복당하고 지금은 윤석열 정권의 국토부 장관을 하고 있다. 지난 지선에서 제주 지사는 민주당 오영호 후보가 당선되었다.
존재감 높이려는 꼼수
태영호가 하필 전당대회 기간에 그런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것은 다분히 미미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켜 국힘당 최고위원이 되고자 하는 꼼수로 보인다. 그동안 조죵하다가 하필 이 시기에 그런 말을 할 다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태영호는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제주 4.3사건의 팩트는 5.10 단선 반대 투쟁에 총궐기하라는 김일성의 지시를 집행하기 위해 남로당 제주도당이 당시 3 .1절 발포사건에 격분해 있는 주민들의 감정을 악용해 무장 폭동을 결정하고 권력기관들을 공격하면서 일어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4.3 유족과 민주당이 반발하자 태영호는 “아니 사과를 해야 할 대상은 김일성의 손자인 김정은인데, 김정은 정권에는 입 한번 뻥끗 못 하면서 한국 현대사에서 김일성 책임을 얘기하면 낡은 색깔론이라고 야단치는 것입니까"라며 오히려 민주당을 향해 반문했다.
태영호는 이어 "여러분이 저 태영호를 당 지도부에 보내 주십시오"라며 "그러면 제가 앞장서서 우리 당의 정체성을 바로 잡고 종북 좌파들에 의해 왜곡된 우리 역사를 바로잡아 자라나는 새 세대들에게 오늘의 대한민국이 어떻게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 어떤 아픈 상처들이 있었는지를 바로 알릴 수 있습니다"라고 호소했다.
해묵은 색깔론 안 먹혀
하지만 이러한 태영호의 주장은 해묵은 색깔론으로 보수층도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4.3은 이미 특별법이 제정되어 역사적 정의가 끝났고, 국힘당도 4.3 행사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4.3에 대한 왜곡된 평가로 국힘당은 약 20년 동안 제주도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는데, 태영호가 망언을 한 바람에 내년 총선에서도 국힘당은 전멸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에 가서 공을 들인 정진석도 속으론 부글부글할 것이다.
북한에서 김일성 주체사상에 심취해 고위 공직자까지 지낸 태영호가 대한민국 서울시 강남구에서 국회의원이 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 때 다시 공천을 받을지 의문이다.
민주당 의원들 태영호 성토
태영호가 끝내 사과를 하지 않자 위성곤, 송재호,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태영호 징계안을 제출했다. 이들은 태영호를 향해 "선거 전략으로 제주 4.3사건을 이용했다"며 의원직 사퇴와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태영호는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의 윤리위 제소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면서 "4.3사건은 남로당 제주도당의 결정으로 일어났다. 공산당의 운영방식을 보아도 김일성의 지시는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등 관련 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해당 주장은 "명백한 왜곡"이라며 태 의원의 사과와 최고위원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4.3은 진정한 민중항쟁
4.3사건이란, 제주에서 지난 1947년부터 1954년까지 7년여에 걸쳐 지속된 무력충돌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한국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극심했던 비극적인 사건으로 당시 제주도 인구 10%가 잔인하게 살해되었다.
제주 4.3사건은 1947년 삼일절 기념행사에서 경찰의 발포로 민간이 6명이 사망한 것이 발단이 되어 발생했다. 제주도민들이 경찰 발포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민관 총파업을 행하자 미군정은 파업 참여자를 체포하는 등 강경 탄압에 나섰고, 제주도민과 미군정·경찰·서북청년단 사이의 대립과 갈등이 증폭됐다.
특히 북한에서 내려온 개신교 집단이 ‘서북청년단’을 만들어 이승만의 지시를 받고 제주도에 파견되어 민간인을 학살한 것은 역사적 팩트로, 이 서북청년단의 후예들이 오늘 날 대형 교회의 모태가 되었다.
전두환 군사 정권 때까지 제주 4.3 사건은 '북한의 사주에 의한 폭동'으로 규정됐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사회단체와 학계를 중심으로 사건을 '민중항쟁' 등으로 재규정했다. 이에 김대중 정부는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 폭력을 인정하고 제주도민에게 정식으로 사과했다.
선거 다가오자 서서히 기어 나오는 색깔론
선거 때만 되면 수구들은 민주당을 “종북좌파, 북한 노동당 2중대” 운운하며 공격했는데, 소위 색깔론이 잘 안 먹히자 한동안 잠잠하더니 이번에 태영호가 다시 테이프를 끊었다.
탈북자 중 이미 고인이 된 황00 외 가장 고위 공직자인 태영호는 해묵은 색깔론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고, 차기 총선에서도 공천을 보장 받으려 하겠지만, 오히려 이러한 발언이 문제가 되어 오히려 낙마할 것이다. 지금까지 국힘당에서 막말을 하고 무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종북좌파 운운하고 무장폭동 운운하는지 기가 막히다. 그렇다면 태영호에게 묻자. 광주5.18도 북한의 사주를 받아 일어난 무장폭동인가? 다음 연설회 때는 그것에 대해 본인의 의견을 분명히 하라.
하긴 지만원이 그런 말을 했다가 감옥에 갔으니 겁이 나 하지도 못하겠지. 탈북자가 TV조선에 출연해 “광주 5.18 때 북한군이 광주에 침임했다.”라고 방송했는데, 그때 방송 진행자가 지금 윤석열 정권의 고위 공직자로 근무하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고, 청산하지 않은 역사는 반복된다. 조선총독부 건물을 복원하려고 했던 윤석열 정권이 아닌가. 윤석열 부친 윤기중 전 연세대 교수는 일본 문부성이 초청한 최초의 일본 유학생이었다. 그러니 윤석열은 어렸을 때부터 일본은 문명국, 조선은 미개국이라 배웠을 것이다.
북한에서 김일성 주체사상을 배웠을 태영호가 대한민국 그것도 강남에서 국회의원을 하면서 종북좌파 타령을 해대니 격세지감이 든다. 태영호는 조용히 마지막 감투나 즐기라. 대한민국은 그대 같은 사람이 없어도 잘 굴러간다. 윤석열 정권이 말아먹어서 그렇지!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