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156명이 사망하고 146명이 중경상을 입어 전국민이 패닉상태에 빠져있는데, 경찰청이 이 와중에도 ‘정권 퇴진’을 염려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논란이다. 아마도 국민들의 여론 동향을 살펴 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모양이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태원 참사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시민단체와 온라인 여론 동향, 언론의 보도 계획 등의 정보를 수집해 정리한 내용을 담은 ‘정책 참고자료’를 작성해 관계기관에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는 “일부 진보성향 단체들은 ‘세월호 이후 최대 참사’로서 정부 책임론이 확대될 경우 정권 퇴진운동으로까지 끌고 갈 수 있을 만한 대형 이슈”라고 언급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보고서에는 이태원 사고와 관련한 정부 부담 요인으로 빠른 사고수습을 위한 장례비·치료비·보상금 관련 갈등 관리가 필요하고, 단골 비난 소재인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언행 처신’이 철저히 차단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경찰청이 사고의 원인과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는 게 아니라 민심 동향을 살펴 혹시 정권 퇴진 운동이 벌어지면 어쩌나 하고 미리 걱정하고 있는 것도 볼성사납고, 친절하게도 그 대응책까지 제시해 교언영색하려는 태도까지 보이고 있으니 기가 막히다.
경찰청이 이 와중에 그런 보고서를 작성한 이유는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1) 대통령실의 지시를 받은 행안부의 지시로 작성했다. (2) 경찰청이 정권에 아첨하기 위해 자진해서 작성했다. (3) 경찰청은 원래 그런 것을 작성하게 되어 있다.
이에 관해 논란이 일자 경찰청은 경찰관 직무 기본법을 예로 들어 당연히 할 일을 했다는 식으로 변명했다. 하지만 민심 동향을 살피는 것과 정권 퇴진 운동을 염려한 것은 다른 문제다. 그리고 그 대안까지 제시해준 것은 교언영색이 아닐 수 없다.
거의 사찰에 가까운 내용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경찰청이 진보와 보수단체 분위기를 종합하면서 “일부 진보성향 단체들은 ‘세월호 이후 최대 참사’로서 정부 책임론이 확대될 경우 정권 퇴진운동으로까지 끌고 갈 수 있을 만한 대형 이슈”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 논란이 정부·여당을 향한 비난 여론으로 이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세월호 참사로 탄핵 당한 적이 있기 때문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상태가 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힘당이 정권 퇴진 운동이 벌어질까 염려하는 것과 경찰청이 이를 작성해 각 기관에 베포한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보나마나 야권과 시민 단체의 동향을 상세히 보고했을 터, 이는 사실상 사찰과 다름없다.
여가부 폐지도 다시 논란
보고서에는 여성단체 반발도 적시되어 있다고 한다. 이번 이태원 참사로 남성보다 여성들이 두 배 가까이 더 많이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 부분을 언급하며 “여가부 폐지 등 정부의 반여성정책 비판에 활용할 것을 검토 중이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여성 가족부 폐지는 윤석열의 대선 공약인데, 경찰청이 이를 염려하여 여성단체의 동향까지 살펴 보고한 것은 경찰청 스스로 “우리는 권력의 시녀다.”라고 선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해도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한 윤희근은 14만 경찰 가족들의 신뢰도 얻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이런 보고서나 작성해 올리니 혹시 경질을 모면해 보려고 미리 아부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경질 영순위 이상민, 윤희근
주지하다시피 경찰청은 형식적으로 독립되어 있지만 행안부 소속이고, 이상민은 경찰까지 장악하기 위해 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해 프락치 의혹을 받고 있는 김순호를 초대 경찰국장에 앉혔다. 윤석열 정권은 유오성 간첩조작에 가담한 검사 출신을 공직기강 비서관으로 앉히기도 했고, 국가 기밀을 빼돌린 자를 안보실 제1차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이상민은 이태원 참사 후 “경찰 병력을 많이 보냈어도 막을 수 없었다, 경찰이 각종 시위에 분산 배치되었다”라고 말해 여당 내에서도 파면하라는 여론이 일었다. 그 후에도 “정치 선동” 운운하던 이상민은 여론이 악화되자 사과하는 척했다. 이상민은 윤석열과 고교(충암고) 대학(서울 법대) 동문으로 ‘호가호위’ 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모난 돌이 정 맞는 법’이다.
거기에다 최근 참사가 일어나기 4시간 전(6시 40분)에 “압사당할 것 같아요.” 등 전화가 112에 11통이 왔는데도 경찰은 형식적으로 대하고 밀려든 군중들을 관리, 통제하지 않았다. 중대본은 매뉴얼에 없으니 관리, 통제할 권한도 없다.“라고 말해 국민들의 분노를 폭발하게 했다. 하지만 헌법으로 보나 경찰관 직무 기본법으로 보나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 존립의 이유다.
두 말이 필요 없다. 오만 방자하게 군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112 늑장 대응을 한 윤희근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용산경찰청장 등은 당장 경질해야 한다. 그리고 용산구청장도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나아가 윤석열도 이만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퇴진하는 게 그나마 애국하는 길이다. ‘참사’를 ‘사고’로 바꾸고, ‘희생자’를 ‘사망자’로 바꾸어 단 이 정권은 ‘근조’ 라 씌어 있는 리본까지 못 달게 했다. 그것도 혹시 무속인이 지시한 것인지 묻고 싶다. # 애도 기간이 끝나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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