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세 행세 비선 몸통은 놔두고 대기업에게만 조심 경고
■ 결국 건진법사가 김건희와 인연 팔아 각종 이권에 개입
■ 관저공사에 김건희 지인업체가 수의계약으로 공사 수주
■ 김건희 횡포에 못 이긴 대통령실에서 언론에 흘린 의혹
대통령실이 최근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 전모(62)씨와 관련해 대기업들에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은 최근 전 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인연을 과시하며 이권에 개입하려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대기업들에 “윤 대통령 부부와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이라고 설명을 했다고 한다.
전 씨는 이번 대선 기간 동안 캠프 인사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여기에 전 씨가 법당을 차려 실제 무속 활동을 해왔단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무속 논란이 일파만파 번졌다. 전씨는 2018년 9월 충북 충주시 중앙탑공원 광장에서 열린 2018 수륙대제 및 국태민안 대동굿 등불 축제에서 굿판을 벌이며 소를 마취한 채 가죽을 벗긴 인물이다. 심지어 과거에는 코바나콘텐츠 고문 명함도 들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선대본 네트워크본부에서 고문으로 활동했고 처남과 딸 역시 선대본 내에서 업무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이 함께 대선 캠프에서 일한다는 것은 캠프 내 실세의 지시 내지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윤석열 캠프의 실세는 김건희 여사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전 씨가 관여한 의혹을 받는 선대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해산을 지시해 해체됐다. 하지만 전 씨는 대선 이후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사칭해 이권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건진법사가 김건희와의 사적 인연을 내세워 이권에 개입하고 다닌단 소문이 빠르게 돌고 있다.
전 씨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세무조사나 인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전 씨로부터 청탁을 받았단 고위공직자의 이름까지 떠돌고 있다. 전 씨가 고위공무원을 상대로 한 중견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구체적인 의혹도 나왔는데, 대통령실은 지난 2일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사실이 아닌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반응으로 볼 때 대통령실도 어느 정도 정황은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지진 않았다면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사실관계를 확인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이와 같은 행보에 여권에선 윤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측근을 사칭하며 부적절한 행동을 한 데 대해선 용납할 수 없다는 게 대통령실의 기류란 것이다.
건진법사의 이권개입 논란
하지만 대통령실의 이런 대응은 전형적인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는 무속인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권력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대기업에만 주의를 당부한 것이다. 이는 경찰이 사기꾼은 놔두고 피해자들에게 조심하라고 하는 꼴이다.
여기에 김건희가 코바나컨텐츠를 운영할 때 전시회를 후원했던 A사가 수의계약으로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 일부를 맡았다고 보도했다. A사는 코바나컨텐츠가 2016년 주최한 르 코르뷔지에전, 2018년 알베르토 자코메티 특별전에 협찬사로 이름을 올렸다. 김건희 업체와 맺은 인연을 활용해 A사가 관저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같은 날 저녁 용산 청사 설계·감리도 또다른 코바나컨텐츠 후원업체가 맡았다고 추가폭로가 이어지기도 했다. 대통령 관저 공사를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후원업체가 수주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이 극구 부인했으나 이게 부인인지 확인인지 모를 지경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저의 경우 보안상 이유나, 시급성이 있을 때 수의계약을 할 수 있고,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당시 전시회를 할 때 인테리어 공사를 담당했던 업체로서 그에 대한 대금을 받았다. 후원업체로서 이름에 오른 것은 감사의 뜻에서 이름 올린 것이지, 후원해서 올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설명을 종합해보면 관저 공사를 한 것으로 알려진 이 업체가 후원사 명단에 오른 것이 맞는 모양이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용산 관저 인테리어의 공사명이 ○○ 주택 인테리어 공사로, 공사 지역이 세종특별자치시로 기재된 것도 의심스럽다.
대통령 실은 단순 착오라고 주장했으나 이를 헷갈릴 간 큰 공무원이 있겠나. 이처럼 떳떳지 못하고 해명도 구차한 일을 처음부터 왜 만든 것인지 한심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적 분위기가 대통령실 주변에 팽배해 있는 것은 아닌지, 또 유사한 일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혹시라도 그렇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앞서도 대통령실 리모델링 공사 일부를 소형 신생 업체가 수의계약으로 맡아 논란이 됐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는 최고 수준의 보안과 경호가 요구되는 국가 중요 시설로, 한번 만들어지면 후임 대통령들도 사용하게 된다. 공사가 이렇게 허술하게 진행되고, 뒷말까지 많아서는 제대로 된 나라라고 보기 어렵다.
김건희, 통제 불능 인사개입
문제는 이런 의혹들이 대통령실 내부에서 흘러나왔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사실 관저 공사나 건진법사에 대한 공직기강 비서관실의 움직임은 내부에서 흘리지 않으면 절대 알기 어려운 사실들이다.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가장 설득력이 높은 것은 대통령실 내부에서 김건희의 인사개입 등이 과도하다고 보고 나름의 견제를 시작한 것이다.
사실 김건희는 캠프 인력 구성부터 대통령실 구성에까지 깊이 관여한 정황이 이미 여러 군데서 포착됐다. 건진법사가 캠프 직함을 들고 돌아다닌 것이다. 서울의소리 기자에게 ‘청와대에 넣어주겠다’고 얘기한 것은 이를 확신케 하는 방증이다.
당선 이후에는 코바나콘텐츠 직원들이나 김 여사와 친분이 있는 대통령 스폰서 황하영 사장의 아들이 캠프에 들어간 것이 이를 입증한다. 당연히 한쪽에서 권력을 휘두르면 다른 한쪽에는 피해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김건희의 횡포에 당했던 대통령실 일각이나 여권일각에서 본격적으로 김건희에 대한 견제를 펼치고 있는 것이 가장 그럴싸한 시나리오다. 결국 모든 문제는 김건희를 전혀 통제하고 있지 못하는 대통령 본인이다.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는 이미 본지가 지난 대선 전후에 수차례 보도한 바 있다. 입이 거칠 기로 소문난 윤 대통령이 김건희의 거친 입을 당해내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이러니 김건희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여기저기에 개입하는 꼴이다.
현재 대통령실은 불거지는 모든 의혹에 대해 루머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형국은 박근혜 정부 초반 정윤회-최순실 관련 의혹이 불거질 때와 비슷하다. 당시도 청와대에서는 모든 것이 루머라고 했지만 결국 모든 것이 진실임이 밝혀졌다. 여권에선 지지율 돌파구로 인적 쇄신과 함께 정책 카드도 고심 중이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에 맞춰 여론을 환기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정부여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지만 결국 반등할 힘은 ‘잘하는 모습’에서 나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오는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 국정감사 시즌에 맞춰 정부여당의 정책 공조로 실력을 입증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일부 정책은 오히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교육부에서 띄운 만 5세 입학 학제개편안은 당장 추진되는 듯 했으나 교육계 반발에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철회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외에도 정부는 ‘국민제안’ 투표로 선정된 안건을 국정운영에 반영하기로 했으나 무효화 했고, 대통령실 이름 공모도 대국민 투표까지 진행했지만 폐기했다. 잇단 ‘뒤집기’ 논란으로 정부가 정책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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