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윤재식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정운현 전 국무총리비서실장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지지 선언이 치열한 대선정국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 전 실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에는 이재명 후보의 삶과 행태에 동의 할 수 없고 민주당도 예전의 민주당이 아니어서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을 지지하기 어려웠다“고 강조하면서 “윤 후보를 돕기로 한 것은 바로 차악을 선택한 셈”이라고 이번 윤 후보지지 이유에 대해 밝혔다.
뜻밖의 호재(?)를 접한 국민의힘에서는 ‘정 전 실장이 진영이 아닌 후보의 자질과 국민을 선택했다’고 논평하며 즉각 환영의 뜻을 표한 반면 여권 측에서는 조롱과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반 이재명 성향의 여권 세력에서는 정 전 실장이 오죽하면 그런 선택을 했겠냐며 그의 선택을 옹호하기도 했다.
이렇듯 그동안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사람으로 알려진 인사의 뜻밖의 입장표명으로 정계 안팎으로 정 전 실장이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에 대한 억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윤석열 지지가 순천유세 ‘이낙연 홀대 사건’ 때문?
대표적 보수언론인 조선일보는 21일 보도에서 ‘이번 정 전 실장의 윤 후보 지지는 지난 18일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이 전남 순천 유세 당시 겪은 수모가 영향을 줬다’고 주장하며 철지난 ‘이재명 vs 이낙연’ 구도를 만들어 코앞의 대선 상황에 민주당 지지자들을 속칭 ‘갈라치기’하는 등 행태를 보이고 있다.
순천 유세당시 영상을 보면 이재명 후보가 등장하자 지지연설 중인 이 총괄위원장의 말을 끊고 음악을 크게 틀며 퍼포먼스를 하는 등 여권 내 이 총괄위원장 지지자들이 충분히 서운해 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현장진행의 불확실성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일종의 ‘의도치 않은 헤프닝’으로도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일부 지지자들 중심으로 사안의 심각성이 대두되자 여당에서는 ‘진행상 실무자의 실수’였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으며 이 총괄위원장 측에서도 문제 삼지 않고 ‘진행상의 오류’로 이해하며 넘어갔다.
물론 또 다른 이 총괄위원장 측 인사인 이병훈 민주당 의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순천 유세 홀대 사건이 정 전 실장의 윤석열 지지선언에 빌미를 제공했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어디까지나 정 전 실장의 결심을 드러내게 하는데 요소를 제공해준 ‘빌미’로 표현한 것으로 보아 이번 입장표명의 주된 이유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윤석열 혹은 이낙연 지지가 아닌 이재명 반대
사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윤석열 지지’가 아닌 ‘反이재명 지지’이다. 스스로를 이른바 ‘문파’‘파란도깨비’ 등으로 부르는 친문 강성 지지층은 이전 19대 대선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정치적 대립했던 이재명 후보에 대한 반대성향을 드러내며 세력화하기 시작했다.
당시 친여성향 팟캐스트 ‘이이제이’ 팟캐스트로 이름을 알려 현재는 YTN 라디오 MC로 활약하는 이동형 작가는 당시 세력화하는 이들을 향해 ‘똥파리’라는 명칭으로 부르며 비하했고 여당 내에서 소수세력이었던 이들은 큰소리를 낼 수 없었다. 이미 이때부터 문파 혹은 똥파리 세력은 주류 여권 세력과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관계가 악화되게 된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이후 다시 이재명이라는 인물이 차기 강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되며 문파 혹은 똥파리라고 불리는 반이재명 세력들은 대안을 찾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당시 대선후보 1순위였던 이낙연이었다.
유독 치열했던 민주당내 20대 대선후보 예비경선을 거치며 원래 이낙연 측 지지자들과 반이재명 세력들은 입장과 사상이 많이 공유된 것으로 보이며 현 시점에서는 이렇게 합쳐진 세력들이 반 이재명에 대한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문파 혹은 똥파리라고 불리는 세력들에게 이재명은 전과4범에 패륜을 저지르고 대장동 등 거짓말을 일삼는 ‘악의 화신’으로 이념과 당파를 떠나 이재명만 아니면 된다는 기조가 자리 잡혀 있다.
정 전 실장의 이번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관련 의혹들을 언급하며 ‘지도자로서 치명적 결함’이라고 동조하고 있으며 ‘최악보단 차악’, ‘괴물 대통령보다는 식물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역시 그런 연유에서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낙연도 소용없어.. 일부 與측 불난집에 부채질
여권에서는 이낙연-이재명 양 인사간 앙금이 풀렸다며 ‘원팀’을 표방했으며 이낙연 전 대표 역시 당내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정권 재창출에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정권재탈환을 위해 반이재명 세력에 대한 포용과 봉합에 대한 노력대신 다시 한 번 이들을 ‘똥파리’ 취급하며 현재 불리해지는 대선정국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주류여권의 스피커라고 불리는 김어준 씨가 ‘3차 민주당 국민선거인단에 신천지 10만 명이 참여해 이낙연 후보를 밀었다’는 이해할 수 없는 편가르기 식 선동적 발언을 하고 김 씨와 같이 나꼼수라는 팟캐스트로 유명세를 탄 방송인 김용민 씨도 ‘똥파리’라는 노골적 단어를 사용하며 현재 불리한 대선정국이 반이재명 세력에게 있다고 자신의 SNS를 통해 한 감정적 주장은 이런 상황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결국 문파 혹은 똥파리 세력 측에 이런 선동과 책임전가는 강한 반발을 불러오고 있으며 이번 정 전 실장처럼 대부분의 반이재명 세력들은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선택하지 않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
실제로 한국일보에서 한국리서치를 통해 지난 18~19일 전국 유권자 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총선 민주당 지지층 중 현재 민주당을 이탈한 층이 39.1%로 나타났으며 이들 중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지난 1월 신년 조사와 비교해서 19%나 오른 48%로 나타나며 그런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 (설문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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