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당의 갈등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전격적으로 선대위 해체를 선언한 김종인에 대해 윤석열 측이 이를 쿠데타로 인식하고 김종인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종인마저 사퇴하면 사실상 국당 선대위는 뿌리부터 와해되고 그 파장이 일파만파 커질 텐데 왜 윤석열은 파국을 선택했을까? 그 이유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김종인의 선대위 해체 발언 윤석열과 소통 없이 단행
(2) 김종인의 ‘연기만 해라’ 발언에 꼭두각시로 전락한 윤석열 분노
(3) 국당 의총 결과 중진, 초선들의 이준석 사퇴 여론 비등
(4) 김종인 1인 체제 수용해도 갈등 상황 재연 다분
(5) 대선 후 윤핵관들의 밥그릇(지선, 총선) 싸움
(6) 평생 검사로 살아 온 윤석열 누구에게 지는 것 싫어해
그밖에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이상이 윤석열이 김종인마저 버리는 카드를 선택한 이유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 거래소 개소식 연설을 하는 중 선대위 해체 소식을 들은 윤석열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대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김종인이 의총에서 “내가 비서실장이라도 할 테니 후보는 연극만 해라” 라는 발언이 윤석열에게 알려지자 윤석열은 “내가 허수아비인 줄 아느냐?” 며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에다 의총에서 중진들은 물론 초선들까지 이준석의 사퇴를 들고 나오고, 소위 ‘윤핵관’들도 이번 사태를 사실상 김종인의 쿠데타로 규정하자 윤석열이 모진 마음을 먹은 것 같다.
밤늦게까지 집에서 여러 사람과 의논한 윤석열은 측근을 통해 “김종인과의 결별‘ 소식을 슬그머니 흘렸고, 4일 아침이 되자 대부분의 언론들이 이를 사실로 보도했다.
윤석열은 4일 오전 11시 경에 기자회견을 통해 김종인을 포함한 선대위 전원 해촉이라는 선언을 하고 “외롭게 혼자 가겠다”고 발표할 예정이다. 윤석열은 전략, 홍보, 조직, 정책 분야 본부장을 새로 임명하고, 새로운 선대본부장으로 권영세를 앉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이 김종인 해촉을 발표한 후 김종인이 보일 반응이 궁금하다. 만약 김종인이 윤석열을 맹비난 할 경우 국당은 다시 한번 내홍에 휩싸여 당해체와 후보 교체 여론이 비등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석열이 김종인을 해촉한다 해도 선출로 뽑힌 이준석 당 대표는 어찌 할 도리가 없다. 이준석이 스스로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은 이상 이준석 리스크는 상존한다.
자신의 정치적 사부인 김종인이 처참하게 축출당하는 꼴을 보고 이준석이 당에 남아 있을지도 의문이다. 만약 당 대표로 남아 있다 해도 선거 기간 내내 윤석열을 디스하고 돌아다니면 그 또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래저래 국당은 지금 ‘카오스’ 상태다.
물론 4일 11시 발표 전까지 당 원로들의 중재로 윤석열이 김종인과 마지막 회동을 갖고 극적으로 화해할 수도 있지만, 간밤에 돌아가는 상황을 고려하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미 언론들도 ‘김종인과 결별’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도배를 했으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라도 발표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종인이 사퇴하고 이준석을 선대위에서 배척하면 윤석열이 마음대로 선거운동을 하고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을까?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날 거라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울산 합의로 가까스로 봉합된 이준석과의 갈등이 이제부터는 ‘전쟁’으로 치달을 것이고, 지금까지 윤석열이 하는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도 “저런 당에 어찌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는가?” 하고 한탄하며 돌아설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재명 후보는 “오직 민생”을 외치며 각종 공약을 발표하고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4일은 이낙연과 광주를 찾아가 지지를 호소한다. 그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이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는 자명하다.
이미 언론에 도배가 된 ‘윤석열, 김종인과 결별’이라는 결정을 윤석열 혼자 했다고 보지 않는다. 윤석열 집을 방문한 측근들과 언론 눈치 보며 집에 가지 못한 소위 ‘윤핵관’들이 이참에 김종인과 이준석을 내치고 ‘외롭게 홀로 가는’ 이미지를 만들자고 조언을 했을 것이다. 사실상 조언이 아니라 충동질을 한 것이다.
윤석열이 이러한 결정을 하는 데는 평생 검사로만 살아온 윤석열의 스타일이 반영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즉 평생 피의자 앞에서 큰소리 치고 삿대질하고 주먹으로 책상을 치며 없는 죄도 만들어 내는 검사 특성이 그대로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평생 검사로 살아오며 스스로 ‘갑’이라 여기는 윤석열은 누구에게 지는 걸 가장 싫어하는 것 같다. 정치의 본질은 소통이고 화합인데, 윤석열은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모두 ‘피의자’로 보인 모양이다.
윤석열의 그러한 인식은 “확정된 중대범죄자인 이재명과 토론할 수 없다.”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를 ‘확정된 중대 범죄자’라고 말한 것은 윤석열의 검사 기질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
설령 윤석열이 김종인과 이준석을 내치고 “외롭게 홀로” 운운하며 대선을 치른다 해도 본인의 리스크와 부인 및 장모 비리 의혹은 그대로 남아 남은 기간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이제 윤석열은 안철수와 후보 단일화를 두고 또 한번 내홍을 치를 것이며, 또 언제 막말이 터져 나올지 몰라 국당으로선 온통 가시밭길이 될 것이다.
거기에다 앞으로 수차례 TV토론이 벌어지면 자연스럽게 이재명 후보와 비교가 되어 윤석열의 지지율은 더 떨어질 것이고, 그 틈새를 홍준표와 유승민이 호시탐탐 노릴 것이다.
설령 윤석열과 안철수가 단일화에 합의한다 해도 ‘뿌리가 석은 나무에 접붙이기 하는 꼴’이어서 그 효과도 미미할 것이다. 윤석열에게 절망한 중도층이 오히려 이재명 후보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선 승패를 좌우할 20대와 30대도 이미 윤석열에게 등을 돌렸고, 대구와 경북 및 부울경 민심도 흔들리고 있으니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포장지만 바꾼다고 이미 썩은 상품이 새것으로 둔갑할 수는 없다. 우리 국민들은 결코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에 빛나는 우리 국민들의 집단지성이 거짓 포장지를 뜯어내고 불량식품을 갈아치울 것이다. 곰을 조련하다가 곰에게 물려 죽은 어느 노인 이야기가 떠오른다. 국당은 지금 동물원의 축소판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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