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당의 내분이 점입가경이다. 이준석과 윤석열이 서로 “네가 없어야 대선에서 이긴다.”는 생각으로 치고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은 당 밖에서 연일 윤석역을 까고, 참다못한 윤석열은 이준석을 향해 “정치 평론가적 입장으로 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이준석 편을 들던 김종인도 “자신이 한 말이 선거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함으로써 우회적으로 이준석을 질타했다. 국당 초선 의원들도 의총을 열고 이준석 사퇴를 촉구하려 했으나 그 모습이 외부로 나가면 윤석열의 지지율이 더 떨어진다는 소리에 부랴부랴 이준석과의 면담을 취소하는 촌극을 벌였다.
그렇다면 이준석과 윤석열은 자신들의 자존심 싸움이 선거에 불리할 줄 알면서 왜 이토록 견원지간처럼 싸우고만 있을까?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 이준석 패싱
가족 큰 이유는 윤석열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당 대표인 이준석을 패싱하고 무시했다는 데 있다. 윤석열은 입당할 때부터 이준석을 패싱했다. 국당에 입당할 때 당 대표인 이준석과 구체적 상의 없이 입당해버린 것이다. 그것도 이준석이 지방에 간 사이라 이준석으로선 심한 열패감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을 것이다. 이때부터 이준석과 윤석열의 악연은 시작되었다.
(2) 이준석의 ‘이대남’에 반하는 인재 영입
이준석은 주지하다시피 ‘이대남(20대 남자)’으로 상징될 정도로 그 세대에서 인기가 높다. 역대 선거에서 항상 진보를 찍었던 20대 남자들이 이준석의 등장으로 국당을 많이 지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준석의 이러한 행보가 옳다 그르다 평가하기 전에 윤석열이 그에 반하는 이수정, 신지예 등 소위 패미니스트를 영입하자 이준석은 속으로 부글부글 끓었고, 그 바람에 20대 남성층 다수가 국당을 이탈했다. 몇몇 단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돌아서버렸다.
(3) 당 중진들의 이준석 무시
역사상 처음으로 30대 중반에 제1야당 당 대표가 된 이준석을 당에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중진들이다. 중진들은 이준석을 애송이로 보고 무시하는 발언을 함부로 했다.
최근에 김태흡은 이준석에게 “철딱서니 없다”고 하며 마치 할아버지가 손주 다루듯했다. 장제원은 노골적으로 이준석을 비하하는 발언을 여러차례 하였고, 초선인 조수진마저 “내가 왜 당신 말을 듣는냐,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라고 해 이준석이 주먹으로 책상을 치고 밖으로 나가버려 소위 제2차 이준석 가출(?)이 시작되었다.
(4) 울산 합의 미실천
이준석이 불만을 가지고 지방을 돌 때, 윤석열의 요청으로 두 사람은 울산에서 만나 극적으로 합의했으나 그때 약속했던 ‘윤핵관’ 처리도 되지 않고, 이수정과 신지예 영입이 계속되고 급기야 조수진의 항명이 벌어지자 이준석은 2차 가출을 단행했다.
윤석열은 조수진이 항명을 할 때도 “그게 민주주의”라고 말해 이준석을 분노케 했다. 최근에 국당 초선들이 이준석 사퇴를 거론하자 이준석이 “그게 민주주의다”라고 받아쳤다. 윤석열을 조롱한 셈이다.
(5) 동상이몽 이준석의 속마음
경선 전에 유승민이 대선 후보가 되길 바랐던 이준석이 ‘굴러온 돌’에 해당하는 윤석열이 대선 후보가 되자 내심 마음이 불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은 부친의 친구인 유승민에 의해 발탁되어 소위 ‘박근혜 키즈’로 정계에 입문했지만 약 10년 동안 ‘무관의 제왕’으로 방송국과 유튜브만 떠돌며 제3자적 정치 평론만 했다.
더구나 윤석열이 당원 투표에선 이겼으나 일반 여론조사에서 홍준표에게 10% 이상 지자 ‘이대남’을 대표하는 이준석으로선 윤석열 가지곤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실제로 최근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6) 대선 후 지선 및 총선 공천 싸움
이준석과 윤석열의 갈등 사이에는 대선 후 치러질 지방선거와 총선 공천 문제도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국회의원들은 대선 승리보다 차기 공천에 더 비중을 둔다.
국당 의원 상당수가 윤석열 앞으로 줄 선 것도 차기 공천과 무관하지 않다. 이것을 간파한 이준석이 윤석열에게 모든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도발했다는 설도 있다.
(7) 국당 내부에서 흘러나온 신당 창당설
한편 국당 내부에서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새시대준비위원장으로 온 김한길이 주도해 정계개편을 단행할 거라는 설이 나돌고 있다. 즉 국당 의원 중 반윤석열 파는 제거하고 안철수와 합당해 신당을 만들 거라는 설이 나돌고 있다. 거기에다 민주당 의원 중 소위 ‘수박’들을 대거 영입해 여소야대를 극복해 보자는 심산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가지나 여의도 ‘지라시’ 수준일 뿐,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윤석열이 대선에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고, 설령 이긴다 해도 민주당에서 누가 그 당으로 갈지 의문이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라 향후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최근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안철수가 또 어떤 계략으로 나설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안철수 열렬 지지자로 알려진 김민전 경희대 교수가 윤석열 선대위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온 것도 한 시그널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안철수를 한껏 추켜 세우며 합당 가능을 타진했지만 안철수 생리상 절대 민주당으론 오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 오더라도 당만 깨지고 또 분열만 일어날 것이다. 안철수가 국당으로 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한길이나 안철수나 당 깨기 전문가들 아닌가.
수구들은 위기에 봉착하면 싸우다가도 다시 뭉친다. 이준석도 김종인 위원장이 선대위를 해체하고 새로 구성하면 언제 그랬느냔 듯 싱긋 웃으며 복귀할 것이다. 지지율이 계속 폭락하면 윤석열이나 윤핵관도 이준석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시 모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준석이 복귀하든 말든, 안철수와 합당을 하든 말든 가장 중요한 것은 대선 후보인 윤석열의 본선 경쟁력이다. 본부장 비리로 이미 대선 출마 명분이 사라진 윤석열이 과연 ‘반문정서’에 기댄 ‘반사체 지지율’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선거란 대의명분이 무너지면 나머지는 이무리 변명을 해도 통하지 않는다. 공정과 상식, 법과 원칙을 외치며 대선에 출마한 윤석열은 ‘본부장 비리’로 이미 대의명분을 상실했고, ‘윤로남불’이라는 신조어만 생겨 났다. 거기에다 잦은 망언, 무지, 정책 부족, 토론 거부, 오만한 태도 등은 윤석열의 또 다른 적이다.
오죽했으면 20대, 서울, 부울경도 돌아서고 있겠는가? 윤석열의 적은 바로 윤석열이다. 윤석열은 앞으로 어디 가서 공정과 상식, 법과 원칙을 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국민들이 “당신 가족은?” 하고 반문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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