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종인 국당 비대위원장의 속이 매우 불편하다고 한다. 그동안 비교적 잠잠했던 당내 불만이 최근 들어 노골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저항 세력이 영남 중진들이다 보니 김종인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의총에서 김종인은 문을 걸어 잠그고 약 15분 간 격정을 토해냈다고 한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기업규제3법(공정거래법ㆍ상법ㆍ금융그룹감독법)’을 김종인이 추인하려 하자 평소 대기업 편들며 살았던 국당 중진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영남 출신 중진들의 반발이 거셌다고 한다.
그러자 김종인이 “과거 박근혜 대선 때 경제 민주화를 하겠다고 해서 도왔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아 뛰쳐나왔다”고 발언함으로써 여차하면 국당 비대위원장을 안 할 수도 있다는 언질을 던졌다.
김종인은 “최경환ㆍ이한구, 지금 어떻게 됐나” 하고 물으면서 당시 경제민주화에 반대했던 사람들의 말로를 생각해보라고 윽박질렀다고 한다.
지금 국당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김종인은 평소 자신의 신조인 경제 민주화를 위해 기업규제3법을 추인하려 하고, 국당 중진들은 “보수 정당이 어떻게 기업 규제에 동참할 수 있느냐”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단체에서 김종인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당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업규제 3법은 표면적 갈등이고 좀 더 본질적인 갈등은 다른 데 있다. 김종인과 주호영 원내 대표 사이의 갈등이 그것이다.
주사하다시피 현재 국당은 김종인 체제에 있지만 국회 활동은 주호영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각자 욕망이 따로 있는 두 사람은 소위 ‘오월동주’하고 있을 뿐 언제든지 정적으로 갈라설 수도 있다.
문제는 김종인이 국당 대선 주자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자신이 대선에 나서보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드러진 대선 주자가 없다보니 국당은 대선 주자 지지율에서 민주당의 이낙연, 이재명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거기에다 김종인이 안철수를 눈 아래로 보자 안철수마저 최근엔 김종인의 경제민주화를 비판하고 나섰다. 국당이 자신을 끌어주길 은근히 바랐던 안철수도 간을 본 후 비로소 김종인이 존재하는 한 자신이 국당에 갈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모양새다.
그래서인지 안철수는 “이대로 가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진다”며 한숨을 쉬었는데, 내심으론 자신을 단일 후보로 추천해 달라는 하소연일 것이다. 하지만 설령 국당이 안철수를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낸다고 해도 안철수가 민주당 후보를 이긴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안철수는 국당의 비호감도를 비판했지만 정치인 중 비호감도가 가장 높은 사람이 자신이란 것은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이래저래 안철수는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오락 가락,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간보기 정치의 말로가 씁쓸하다.
김종인의 성격상 국당 중진들이 계속 태클을 걸면 김종인은 참지 못하고 국당을 뛰쳐나와 신당을 차릴지도 모른다. 원외에서 세를 모으고 있는 김무성이 거기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보수는 죽어도 하나로 뭉칠 수 없는 것이다.
태극기 부대와의 절연, 경제민주화의 실천, 이 두 가지가 앞으로 국당을 뒤흔들 것이고, 그 과정에서 김종인은 토사구팽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당은 박덕흠, 조수진, 신원식의 처리를 두고도 한바탕 소란이 일어날 것이다. 김종인은 과연 ‘21세기 조광조’가 될 것인가? 국당의 진짜 당명은 ‘물과기름당’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다. 저들은 절대 하나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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