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이 SNS에 '문재인 대통령님, 이쯤에서 멈추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려 논란이다. 심지어 정진석은 ‘그것이 퇴임 후를 대비하는 것’이란 말까지 했다.
정진석의 이 말은 경우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사받을 수 있으며 직권남용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상 협박이다. 그가 쓴 문장 곳곳에 그런 송곳 같은 의미가 도사리고 있다. 그가 한 말을 조목조목 비판해 본다.
"민주화 세력이 원하는 건 그들이 타도하려고 했던 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향유다. 공수처가 출범하면 울산 선거부정에 개입했던 청와대 핵심과 그 윗선들 이제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겠는가?“
민주화 세력이 원하는 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향유란 말에 코웃음이 나온다. 지금 청와대가 견제받지 않고 있는 권력을 누리고 있는가? 과거 권력의 개 노릇을 했던 검찰이 지금 하는 짓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가?
주지하다시피 정진석의 선친인 정석모 씨는 박정희 정부 때부터 충남지사, 6선 국회의원, 내무부 장관을 지냈다. 정진석은 선친이 물려준 지역구를 이어받아 국회의원이 되었다. 당시 김종필이 추천했다고 한다.
엄혹한 시절 아버지가 도지사, 국회의원, 장관을 하는 것을 보고 자랐을 정진석은 나름대로 권력이 무엇인지 느끼며 살았을 것이다. 그 시절 권력은 바로 무소불위의 힘이었고 누구도 그것에 대적하지 못했다.
정진석의 선친 시절을 구태여 언급하지 않더라도 정진석 자신이 5선 국회의원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을 다 겪은 사람이다. 원내대표까지 했다. 지금은 국회부의장이지만 상임위 배분 때문에 거절한 바 있다.
정진석에게 묻고 싶다. 그때도 검찰이 권력에 저항하여 청와대를 압수수색했는가? 그때도 국정원이 지금처럼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조용했는가? 그때도 조중동이 지금처럼 정부를 물고 뜯었는가?
이명박 정부 시절만 해도 검찰은 권력의 개 노릇을 해왔고, 심지어 대선에 개입했다가 다수가 처벌받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자행한 4대강 비리나 해외자원 개발 비리 의혹은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졌지만 문건 내용보다 ‘유출’로 도배해 피해갔고, 심지어 최순실이 대통령 노릇을 했다. 정진석은 그때 집권 여당 국회의원으로서 무슨 역할을 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길 바란다.
"이쯤에서 중지하시라. 그게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대비하는 최선의 길이다. 야당을 이렇게 악에 받치게 몰아붙이고,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계층에게는 징벌적 '세금폭탄'을 쏟아부으면서 무얼 기대하시나?“
좋은 시절(?)에 권력의 단맛을 향유한 정진석이 지금의 대통령에게 퇴임 후를 걱정하라고 한 것은 아마 노무현 대통령을 상기하며 한 말일 것이다. 즉 잘못하면 당신도 탄핵될 수 있다는 사실상 엄포인 것이다.
정진석 딴에는 언론이 떠든 하명수사 가지고 무슨 문제가 날 것처럼 하지만 검찰은 하명수사의 구체적 증거 하나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울산시에 퍼진 고래고기 사건만 다시 부각되었다. 그 사건 덮어버린 곳이 어디인가?
지지않은 층에 징벌적 세금폭탄을 퍼부었다는 말도 자신들이 부동산 부자란 걸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로 돈 번 사람들은 전국민의 1%다. 미통당에 다주택자가 40%란 보도를 보지 않았는가?
주호영은 서민 걱정하다가 자신이 재개발 아파트에 투자해 23억 세세 차익을 거두었고, 73억 시세 차익을 얻은 박덕흠은 세금이 올라 화난다고 해 빈축을 샀다.
그토록 잔인하게 물어뜯은 조국 가족 수사, 무슨 구체적 증거 하나 나온 적이 있는가? 아니, 정진석이 권력의 실세로 있을 때,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수사를 받은 적이 있는가? 그때도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명령을 거역한 적이 있는가? 오히려 채동욱 검찰총장을 혼외자식을 빙자로 강제로 사퇴시켰지 않은가?
"노 대통령이 비극적인 선택을 한 뒤 문재인 변호사가 보여준 의연한 태도에 그를 다시 보았다. 그래서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있을 때 문 변호사가 제게 직접 요청한 봉하마을 조성 지원을 돕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누구 때문에 비극적인 선택을 했는가? 한명숙 사건 때 드러났듯 “불기만 해, 나머지는 우리가 다 알아서 할 게” 이렇게 한 것 아닌가?
당시 언론에서 도배했던 논두렁 시계가 공작으로 드러났을 때 정진석은 무슨 사과 한 마디 한 적이 있는가? 제발 양심을 갖고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지금 문 대통령은 제가 알던 그 문재인이 아니다. 나는 선, 너는 적폐'라는 정치 선동, 이런 오만불손한 국정운영을 보자고, 지난 총선에서 176석이라는 의석을 준 것은 아니지 않으냐. 국민들이 거대한 채찍을 들어 치려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수십 가지 죄목으로 감옥에 간 이명박, 박근혜를 처벌하는 게 무슨 정지척 복수인가? 지금 감옥에 가 있는 사람들이 아무런 죄 없이 정치보복을 당하고 있다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왜 당시 새누리당 내에서도 탄핵에 찬성을 한 사람들이 많았는가?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이 민주 진보 진영에 190석을 준 것은 그러한 적폐를 완전히 청산하라는 준엄한 명령이었다. 말로는 서민 하면서 국회에 등원도 하지 않고 장외 집회만 하다가 망한 당이 어디인가? 대안은 내놓지 않고 오직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 당이 어디인가? 그때 정진석은 어디서 무얼 했는가?
국민들이 분노한 부동산 문제만 해도 박근혜 정부시절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 생긴 일이 아닌가. 그때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해 수십억씩 번 사람들이 많은 당이 어디인가?
국회 상임위 배분 때 법사위만 고집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각종 법률안 통과에도 토론도 하지 않고 퇴장한 당이 어디인가?
국민들은 바로 그런 미통당을 응징하려고 민주 진보 진영에 190석을 주었다. 부동산 문제로 일시적으로 국정 지지율이 하락한 것을 두고 마치 레임덕이라도 온 것처럼 착각하고 퇴임 후를 거론한 정진석은 부끄러워하라. 국민들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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