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로고

한동훈, 이동재에 도용당한 '피해자'라면서 왜 고소하지 않나?

'타임라인'이 말해주는 데도 검언유착 이동재만 기소 한동훈 이름 빠져

정현숙 | 기사입력 2020/08/05 [10:33]

한동훈, 이동재에 도용당한 '피해자'라면서 왜 고소하지 않나?

'타임라인'이 말해주는 데도 검언유착 이동재만 기소 한동훈 이름 빠져

정현숙 | 입력 : 2020/08/05 [10:33]

'이동재 자작극'의 피해자라는 한동훈, 공모자 아니라면 왜 이동재를 고소하지 않나

'검언유착' 이동재만 기소.. '한동훈 공범' 적시 안해

KBS노조, 미디어연대 양승동 KBS 사장·박성제 MBC 사장 등 15명 검찰 고발

 

 

MBC: 한동훈, 자기 이름을 팔아 도용까지 해 자신이 피해자라고 하면서 왜 이동재 기자를 상대로는 법률적 대응을 하지 않는가?

 

채널A 이동재 전 기자가 검찰총장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의 이름을 앞세워서 '협박성 취재'를 했다는 검언유착 공모 의혹을 MBC가 처음 보도한지 넉달이 됐다. 한동훈 검사의 연루 정황도 세상에 공개 됐지만 이동재 전 기자만 '강요 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5일 ‘검언유착’ 수사팀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공모를 의심받는 핵심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에 대한 기소는 불발에 그쳤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5일 이 전 기자와 채널A 백승우 기자만 형법상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엉뚱한 소식만 들려온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과잉 수사에는 철저히 함구하던 KBS노동조합(1노조)과 KBS공영노동조합(3노조), 미디어연대로 구성된 ‘KBS 검언유착 의혹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녹취록 일부 문제와 관련해 이날 KBS 양승동 사장과 MBC 박성제 사장 등 임직원 1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의 독재, 전체주의국가 거론에 이어 적반하장의 반격이 대대적으로 몰려오는 꼴이다. KBS내 1, 3 노조는 주로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에 진입한 인물들로 전해진다.

 

이날 관심을 모았던 한동훈 검사의 공모 여부 등은 기소 내용에 담지 않았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한 검사가 공모한 것으로 보고 기소를 결정했다는 얘기가 조선일보 단독보도로 전해졌으나 일단 수사팀의 선택은 한 검사는 진상 규명을 더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검찰은 "앞으로 추가 수사를 통해 한 검사장의 공모 여부 등을 명확히 규명한 후 사건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동재 구속기소 전날 MBC에 보도에 따른 이동재·한동훈의 '타임라인'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 검사를 제외 시켰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매체는 시간이 갈수록 이 사건을 둘러싼 검찰 안팎의 갈등이 오히려 주목을 받고 검찰과 언론의 부적절한 유착, 검언유착이라는 이 사건의 본질은 외면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매체는 MBC 보도 이전인 지난 2월과 3월 의혹의 당사자들과 주변 인물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 사건의 본질을 처음부터 다시 짚었다. 

 

지난 2월 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라젠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에 검사 4명을 추가 투입했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여권 유력 인사들이 수감 중인 이철 씨와 금융 사기를 공모했다는 의혹들이 다시 꼬리를 물었다.

 

[유시민/노무현재단 이사장(지난달 24일, MBC라디오)] "극우 유튜브쪽에서 어마어마하게 신라젠과 관련해서 제가 감옥 갈 거라는 말들을 하기 시작하죠. 그 시점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이날, 이철 씨가 대표로 있던 밸류인베스트코리아의 등기부 등본을 열람한다. 이튿날 후배 기자와 이철 씨의 주소지를 다녀온 이 전 기자가 법조팀 단체대화방에 "일가족을 설득해 유시민 등 정치인들에게 뿌린 돈과 장부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는 글을 남긴다.

 

일주일 뒤인 2월 13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역 방문의 첫 일정으로 부산고검을 찾는다. 이날 이곳 차장검사인 한동훈 검사가 사무실에서 이동재 전 기자를 만난 날이다. 

이동재 기자ㆍ한동훈 검사장 관련 MBC 보도 녹취록 전문 공개(최종)

 

[이동재 - 한동훈 검사 대화 (2월 13일)] 이동재 : (후배기자한테) 너는 유시민만 좀 찾아라. 이철 와이프 찾아다니고 막 이러는데. 한동훈 : 그건 해 볼 만 하지. 어차피 유시민도 지가 불었잖아. (-중략-) 이동재 : 제가 사실 교도소에 편지도 썼거든요. 당신 어차피 쟤네들이 너 다 버릴 것이고… 한동훈 : 그런 거 하다가 한두 개 걸리면 되지.

 

실제로 이동재 전 기자는 다음날부터 약 한 달간 이철 씨에게 편지 다섯 통을 잇달아 보낸다. '유시민 이사장에게 돈을 얼마나 건넸냐'는 물음으로 시작해, '검찰이 먼지 하나까지 탈탈 털 거'라며, 여권 인사 관련 제보를 안 하면 더 가혹한 수사를 받을거라고 압박한다. 이철 씨 측 대리인과도 세 차례 만나기도 했다.

 

[이동재/전 채널A 기자 (2월 25일)] "(협조) 안 하면 그냥 죽어요. 지금 보다 더 죽어요." "가족이 나중에 체포돼 가지고 가족이 이렇게(구속) 되는 것보다는 먼저 선제적으로 말씀하시는 게…"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 검사의 목소리라며, 녹음파일을 들려주기도 한다. 

 

[한 검사 (이철 대리인이 읽은 녹취록)/3월 22일] "(제보를 하면) 당연히 좋은 방향으로 가지.. 그게 기본적으로 보면 검찰과 한 배를 타는 건데."

 

이동재 전 기자는 '협박성 취재'를 중단 전 사나흘간 한동훈 검사와 집중적으로 통화했다. 채널A 자체 조사에서 드러난 통화 발신 기록만 네 번, 특히 한 검사와의 통화를 전후로 이 전 기자는 이철 씨 대리인과 여러 차례 연락했다. 이철 씨 측이 취재 거부 의사를 밝히면, 이 전 기자는 한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고 통화를 마친 뒤엔 3분 만에 이철 씨 측에 설득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 이 전 기자는 한동훈 검사가 자신과의 통화에서 한 말이라며, 후배 기자에게 두 차례 알려줬다. "한동훈 검사장이 손을 써줄 수 있다는 식으로 엄청 얘기를 했다", 또 "검찰과 한 배를 타는 건데 좋은 방향으로 간다. 내가 범정을 연결시켜 주겠다"는 말을 했다는 거다.

 

MBC의 취재 사실이 알려지자 채널A는 이 전 기자의 취재를 중단시켰다. 이 전 기자는 법조팀장과 사회부장은 물론, 채널A의 진상조사에서도 녹음 파일의 주인공을 한동훈 검사라고 시인했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전혀 다른 사람이라며 말을 바꿨다.

 

또 MBC의 3월31일 첫 보도 직후 휴대전화 두 대와 노트북 등을 모두 초기화한 뒤, 핵심증거인 카카오톡 계정까지 삭제했다. 이후 언론 인터뷰 등에 나와 한동훈 검사와의 공모 의혹을 모두 부인하며 모든 건 자신이 지어낸 거짓말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동재 전 기자는 MBC 보도 이후 휴대폰 등을 초기화해 핵심증거를 인멸시켜버리면서 한 검사는 자신은 오히려 피해자라고 발뺌한다. 하지만 수상한 정황은 도처에 남아있다. 지난 3월 22일 이동재 전 기자는 이철 씨 측 대리인 지 모 씨를 세번째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한 칸 떼고, 최측근이라고 치면 나오는 사람'이라며 한동훈 검사의 목소리까지 들려주면서 이철 씨 측을 회유한다.

한동훈과 이동재에게 충성하는 윤석열ㅋ, 석열아~ 뽀록 다 났다아~

 

채널A는 이날 MBC의 취재사실을 밤 9시쯤 처음 알게된다. 그러자 이 전 기자는 회사에서 자정을 넘긴 새벽에 5시간 동안 이른바 '반박 아이디어'라는 문건을 작성한다. 낮에 이철 씨 측에 들려줬던 한 검사의 목소리와 비슷한 후배기자의 음성으로 재녹음해 이철 씨측 대리인에게 다시 들려주자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상식적으로도 한 검사의 목소리가 아니라면 이동재 전 기자가 굳이 바꿔치기를 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한 검사와 통화한 게 맞고 한 검사의 목소리가 맞으니까 이런 시도를 한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 의심이다.

 

이 전 기자로부터 이런 계획을 들은 채널A 법조팀장은 차라리 그러지 말고 '녹음파일이 없다고 하자'며 사회부장에게 보고한다. 이후 법조팀장은 한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녹음파일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일이 있고 난 8일 뒤에 MBC의 검언유착 첫 보도가 나갔다. 당시 한 검사는 다음과 같이 자신에 차서 해명했다.

 

"신라젠 사건 관련하여 대화나 발언, 통화를 한 사실 자체가 전혀 없다... 그 해당 언론, 그러니까 채널A에 반드시 제 말이 맞는지 확인해라. 그러면 내가 한 말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타임라인으로 드러난 정황으로 볼 때 이동재 전 기자의 부적절한 취재가 폭로되자 채널A 측과 한 검사 측이 모종의 교감을 통해 사태를 수습하려 했던 것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동재 전 기자 쪽 입장은 한동훈 검사와 나눴다는 대화의 녹취록은 100% 창작이다, 법조 출입 몇 달만 해도 만들 수 있는 거라면서, 모든 게 자작극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 검사는 본인도 계속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명확하게 드러나 있는 정황은 2월13일 부산 면담 대화가 전부다.

 

하지만 한 검사 해명에도 납득되지 않는 의문점이 너무 많다. 이 전 기자는 한 검사와 통화할 때 통화내역이 통신사에 남지 않는 카카오 보이스톡으로 '통상' 통화한다고 채널A 조사에서 진술한 바 있다. 특히 3월 10일 아침 카카오를 통해 이뤄진 걸로 추정되는 통화가 주목된다. 이동재 전 기자가 취재를 그만하겠다고 하자 한 검사가 이 전 기자에게 "만나봐. 그래도 하는 거야. 내가 수사팀에 말해줄 수 있고, 나를 팔아"라고 했다는 거다.

 

카카오 보이스톡 통화 기록은 녹음도 되지 않고, 서버에도 하루 이틀 보관된 뒤 없어진다. 그래서 2월13일 부산 면담 이후 3월 17일까지 이동재-한동훈 두 사람의 직접 통화기록은 알려진 게 전혀 없는 상태다. MBC가 이동재 전 기자의 취재 방식이 '협박성'이라고 보는 가장 큰 이유가 실제 이 전 기자가 말한 대로 검찰 수사가 돌아간 정황이 있다.

 

이 전 기자가 이철 씨 측에 보낸 편지 5통과 확인된 것만 6차례의 전화, 또 23차례 문자메시지를 통해 일관되게 강조한 메시지가 하나 있다. "유시민 이사장에 대한 비위를 털어놓지 않으면 검찰이 더 가혹한 수사가 이뤄질거다"라고 협박한 부분이다.

 

실제 이철 씨를 비롯해 밸류인베스트코리아 관계자 2명까지 3월 12일, 16일, 23일쯤 신라젠 로비 관련 조사를 받았다. 당시 조사를 받은 사람들은 유시민 이사장과의 관련성을 추궁당했다고들 말했다. 검찰 고위급이나 수사팀과 교감 없이 6년차 기자의 혼자만의 호언장담만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는 건데, 이를 과연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여기서 또 하나 의문은 한동훈 검사가 KBS 기자를 상대로 허위보도라며 5억대의 거액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동재 전 기자는 자기 이름을 팔아 도용까지 해 자신이 피해자라고 하면서 왜 이동재 기자를 상대로는 법률적 대응을 하지 않는가? 즉 고소를 하지 않는가? 하는 거다. 하지만 이동재 전 기자에게 법적 대응을 했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전혀없다. 

 

이 문제가 뉴스에서 큰 이슈가 되면서 이동재 전 기자는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한 검사장에게 미안하다'고 발언했다. 또 이 전 기자의 변호인 주진우 변호사는 한 검사와의 공모가 없다고 여러 차례 밝히고 두둔했다. 당연히 한 검사는 이동재 기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민형사상 조치를 할 수 있다. 검사가 언론사 기자에게 이름을 도용당했다면 이게 사과로 끝날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서로 간의 공모의 방증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검사가 검찰에 처음으로 소환된 게 지난달 21일이다. 그것도 조서열람을 거부해 절차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반면에 이철 씨 측 대리인 지 모 씨는 다른 고발 사건의 피의자 조사를 3차례 받았다. 의혹을 보도한 MBC 기자도 2차례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도 한동훈 검사 문제를 명확히 규명하지 못하면 수사 시늉만 했지 '검사동일체'를 비켜가지 못하고 의심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영풍(왼쪽 두 번째부터) KBS공영노조부위원장, 이석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허성권 KBS1노조부위원장 등 KBS 검언유착 의혹사건 진상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허위·왜곡 보도와 공영방송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KBS와 MBC에 대한 고발장 접수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도배방지 이미지

한동훈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PHOTO
1/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