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교수] "흑(黑)과 백(白)- 여러분은 어느 쪽을 믿으시렵니까?""우리 경제를 가리켜 '고꾸라진 경제'라고 표현하는 것은 무슨 심뽀인가요?"오늘 아침 조중동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우리의 2분기 실질 GDP가 지난 1분기에 비해 3.3% 감소했다는 '역성장 쇼크'를 탑 기사로 실었더군요. 이것이 사실인지라 그걸 탑 기사로 보도했다 해서 특별히 문제될 건 없지요.
그런데 사실을 보도하는 듯 하면서도 교묘하게 과장해서 보도한 게 눈에 확 띄네요.
위의 사진은 조선일보 탑기사를 캡쳐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선 "고꾸라진 경제 '-3.3% 추락'"이라는 제목이 무척 자극적이지 않습니까? 이 제목만 보면 마치 우리 경제가 죽을 병에 걸려 신음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이네요.
그리고 조금 작은 글씨로 성장률 하락의 원인을 설명한 부분을 보면, 코로나 19 얘기는 한 마디도 없습니다. (기사 본문에 코로나 19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이런 제목만 읽고 그대로 넘어가지 않습니까?)
우리 경제가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결정적 이유가 코로나 19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부제목만 보면 마치 정부가 무언가 잘못해서 역성장 쇼크를 가져온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습니다.
조중동이 모두 경제가 바로 망하기나 하듯 호들갑을 떨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오직 동아일보만 제목에서 코로나를 언급했더군요.
더욱 웃기는 건 '아무도 예상 못한 역성장 쇼크'라는 부제목입니다. 아니 아무도 예상 못했다니요? 그 신문 사람들은 예상치 못했는지 몰라도, 거리의 장삼이사가 모두 예상하고 있었던 일 아닌가요?
코로나 19 때문에 우리 경제가 역성장을 하리라는 건 상식에 속하는 일인데요.
며칠 전 The Economist지를 읽다가 재미있는 도표 하나를 본 것이 문득 생각나더군요. (2020.6.20일자) 휴지통에 버린 잡지를 다시 꺼내 부랴부랴 찾아낸 것이 바로 아래쪽의 도표입니다.
OECD 여러 나라들의 2020년도 성장률 예상치를 모아 만든 도표입니다. 자료 소스가 OECD이니 이 통계의 신빙성에는 의문을 가질 여지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도표 보면 우리뿐 아니라 모든 주요국들이 역성장의 쇼크에 직면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일본, 유럽 여러 나라, 심지어 중국까지 역성장 쇼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판에 우리라고 쇠뿔 빼는 재주가 있어 플러스 성장을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경제가 역성장을 기록했다고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댈 필요가 손톱만큼도 없는 것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예상되는 역성장의 정도에서 한국이 가장 우수한 나라로 나타나 있다는 사실입니다. 역성장의 정도가 가장 작을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가 바로 한국임이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습니까?
맨 아래에 있는 막대에 South Korea라고 분명히 쓰여 있는 것 보이시죠? 이 도표가 등장하는 기사에는 코로나 19로 쑥밭이 된 세계경제에서 한국을 '가장 성과가 좋은'(best performing) 나라의 예로 들고 있습니다.
우리 2분기 성장률이 -3.3%라고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데, 이 그림 보면 영국과 프랑스는 무려 12%나 되는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경제를 가리켜 '고꾸라진 경제'라고 표현하는 것은 무슨 심뽀인가요? 그럼 그 나라들은 이미 '거덜난 경제'인가요?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독일 경제조차 6%가 넘는 폭의 역성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나는 이 정부와 아무런 관련을 맺지 않고 완전히 자유로운 입장입니다. 다만 우리 보수언론이 자행하는 불공정 보도의 민낯을 여러분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형편없이 기울어진 운동장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믿음 때문에요.
여기에 보인 두 개의 사진은 흑과 백처럼 상반된 메시지를를 우리에게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느 쪽을 믿으시렵니까?
출처 : 이준구 교수 사이트 http://jkl123.com/sub5_1.htm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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